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두 아이
“라면이요. 라면!"
6살 딸아이에게 뭘 먹고 싶냐고 물었을 때 1초 만에 나오는 대답이다. 단 한 번의 예상을 비껴간 적도 그렇다고 고민한 적도 없이 늘 항상 똑같은 대답. 그게 그렇게나 좋을까?
처음은 아이들에게 조금 매운 안O탕면 이었다. 뺏어먹는 게 더 맛있다고 아빠가 먹고 있는 걸 한 입 먹은 후 그녀의 라면사랑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한입 달라는 말에 수저 가득 라면을 돌돌 말아 담고 있으니 쿨한 그녀는 한마디 한다. "그래! 그렇지.(마치 잘하고 있다는 듯)". 조그마한 아이 입에서 그런 구수한 말이 나오니 얼마나 웃겼는지 모른다. 매울 텐데도 계속해서 먹는다. 그래놓고 김치를 주면 그렇게 맵다며 연신 고개를 흔들어대는 알다가도 모를 6살.
그녀의 라면 사랑이 조금씩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친정 부모님께 조언을 구하려고 물었다. 그 순간 부모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이 불길한 예감은 뭐지?'라고 생각되는 순간 엄마는 말한다. "사실 있잖아. 너 어릴 때 엄마가 너O리 엄청 많이 줬었어." 이게 웬 말? 라면보단 한식종류를 더 사랑했기에 어릴 때도 마찬가지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너O리? 그 이야기를 듣고서 나는 어디로 갔을까? 마트로 향해 너O리를 샀다.
반면에 큰 아이의 취향은 지극히 어른스럽다. 따뜻하고 구수한 곰탕이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어느 날 하루는 하교 후 흥분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엄마! 오늘 학교에서 곰탕 나왔어. 그래서 같이 나온 김치 넣어서 먹었더니 정말 맛있었어." 이게 이토록 신이 날 일인가? 싶다가도 한껏 올라간 눈썹이 그녀의 기분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그렇다. 그녀는 곰탕에는 신김치를 넣어서 먹는, 진정한 맛을 즐길 줄 아는 8살이었다. 그 작은 체구로 곰탕만 해주면 밥 2 공기 이상 뚝딱 먹어치우는 것이, 그리도 좋을까 싶은 생각에 웃음만 나왔다.
주말이 되면 작은 아이의 기분은 최고조로 향한다. 일주일에 한 번 주말에만 다 같이 라면을 먹기 때문이다(물론 나는 빼고). 토요일에 줄 건지 일요일에 줄 건지 금요일부터 달달 볶는다. 큰 아이처럼 한껏 올라간 눈썹을 하고서. 그렇게 주말이 지나 평일이 다가오면 이번엔 큰 아이가 매일같이 저녁 메뉴를 묻는다. 이유는 작은 아이와 마찬가지겠지. 그 순간 작은 아이의 입꼬리는 저 바닥에 닿을 듯 내려가 있다. 속으로는 주말만 기다리고 있을 걸 알기에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스스로에게 여유가 없었을 땐 아이들의 식사는 무조건 밥과 국, 반찬의 구성으로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또한 내가 가진 강박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많은 것이 변한 지금의 내 시선엔 메뉴보다도 아이들의 행복한 얼굴이 더 먼저 보인다. 무엇이라도 잘 먹으면 감사한 것이고 그래서 큰 문제없이 잘 자라주고 있으면 더할 나위 없다. 오늘도 나는 하늘에 닿을 듯 올라간 작은 아이의 눈썹을 보았다. 내일은 곰탕 사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