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대로입니다.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한 이유

by Yuni

브런치 작가가 되고부터 많은 것들이 변했다. 꾸준히 써서 올린 내 이야기들은 가족들에게 가장 먼저 공유되었다. 끝까지 숨기고 싶었지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었기에 어렵사리 제일 먼저 행동으로 옮겼다. 최근 들어 그 선택이 옳았다는 것에 점점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오늘 한 통의 전화가 울렸다. 평소 자주 통화하지 못했던 친척들 중 한 분이었다. 정말 우연히 내 브런치스토리에 있는 글을 읽고서 전화를 주신 것이다. 더군다나 그분은 내가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계셨다. 내 생각을 솔직히 담은 글의 내용에 적잖이 놀라신 듯 보였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과 다를 것 없이 나는 여전히 그대로인데...'. 이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당장은 알 수가 없었다.


처음으로 돌아가 브런치스토리를 선택했던 이유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마음속에 쌓여가는 이야기들을 가족들에게 꺼낼 용기가 없어 가까운 지인 몇몇에게만 털어놓는 내가 한심했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책만 읽었지 글을 써본 적도 없는데 막연히 이곳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게 스스로 용기를 갖게 된 계기였을까. 아주 단순히 혼자만 생각해 오던 것들을 글로 풀어낸 것에 가족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처음 알게 된 사실에 대한 놀람과 안타까움, 이미 알고 있던 것에 대한 잘못된 판단에서 오는 미안함 등. 물론 글을 통해 솔직해지는 법을 알았다 한들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나는 여전히 글을 제외한 그 어떠한 말과 표현에도 서툴기 그지없는 어리숙한 사람일 뿐이었다.


우울증이란 병을 겪으면서 개인적으로 불가능했던 건 타인과 그 힘듦을 공유하는 것이었다. 내 이야기를 용기 내서 꺼냈을 때 그것을 이해해 줄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를 만큼 오랫동안 내 입은 굳게 닫혀 있었다. 글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하지만 주변을 바라보기 바빴던 시선을 스스로에게 집중하기로 결심하고선 많은 것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글에 있어서 만큼은 읽는 사람들의 생각은 그들에게 맡기고 나는 내 이야기에만 집중하자. 그래서 조금씩 솔직하게 털어내 보자.' 이것이 매번 글을 써가면서 반복적으로 다짐했던 것이었다. 그 글을 읽은 사람들은 내가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적어도 알게 되긴 했을 테니까. 그것만으로도 큰 위로였다.


과거와 현재의 나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지금의 가족들은 내 생각의 흐름이 어떠한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아직도 환한 빛을 향해 열심히 걸어가는 중인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이야기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듣는 사람의 이해가 두려워 말 못 한 것들이 쌓여 생긴 것이 우울증이라고 한다면 읽는 사람의 마음은 쿨하게 그들에게 맡기고 일단 있는 그대로 적어보자.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그렇게 조금씩 솔직함에 용기가 더해지면 스스로 뿐만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읽어 낸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강력한 치료제가 될 것이다. 적어도 나처럼 마음속에 꽁꽁 숨겨둔 채 속절없이 흘렀던 시간들에 아쉬움이 남지 않게끔 말이다.


함께 한 시간이 길었다고 해서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태어나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가족들과 그러지 못했다는 사실에 나 자신이 한없이 작게 느껴진 적도 있었다. 이제야 브런치스토리의 글을 통해 나에 대해 조금씩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그들 또한 천천히 알아가는 중일 것이다. 오늘도 옳다 여긴 선택에 용기 내어 한 걸음 더 내디뎠을 뿐 나는 여전히 그대로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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