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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ngry Traveller May 10. 2018

여행이 나를 웃게 해

여행에서 만난 재밌는 순간들

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우리 회사 사람들은 나보고 무슨 재미로 사냐고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위장이 좋지 않아 술도 못 마시고 커피도 못 마시는 신세다. 다 같이 밥을 먹을 때에도 내가 주로 시키는 것은 하얀 순두부나 가락국수가 전부. 술이나 카페인 혹은 아주 매운 음식을 먹으며 느끼는 희열을 더 이상 느낄 수 없는 내 처지를 동정하지만 우리 회사 사람들은 나와 함께 밥을 먹으러 갈때마나 난처해하곤 한다. 그러니 그들이 음식도 거의 간이 안되어 있는 환자식을 먹는 나에게 대체,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사냐고,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냐고 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같다. 나는 그 질문에 조금 머뭇거리기도 하지만 곧 나는 여행하는 재미로 살아간다고 대답한다. 그럼 그들은 왜 여행이 좋은 건데 라고 난해한 질문을 다시 던진다. 사실 일반 사람들은 "여행이 왜 좋긴, 그냥 마냥 좋은 거지. 그건 물어볼 필요도 없어"라고 많이들 생각하겠지만 우리 회사 직원들은 해외보다 한국이 좋다며 해외 출장이든 여행이든 뭐든 다 꺼리는 사람들의 집단이기 때문에 그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 왜? 음...... 왜 여행을 떠날까? 낯섦이 좋아서 라고... 얘기하면 답변이 될 것도 같은데 여전히 그들을 이해시키기에는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여행이 나를 웃게 해주기 때문인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별로 웃을 일이 많지 않다, 나의 한국에서의 일상은. 너무나 비슷해서 매일매일이, 만나는 사람들과 보이는 풍경도. 사실 한국의 다른 지역을 다녀도 크게 낯설거나 하다는 느낌이 크지도 않다. 하지만 한국을 찾는 어느 외국인은 한국이 신기하다며 웃고 가겠지 싶다. 특별하게 다가오는 그런 낯섦 속에서 생겨나는 그 웃음을.

중국 상하이. 이들은 대체 무엇을 보고 있을까. 차마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노이의 주말 차없는 거리에서. 비눗방울이 귀엽다
비오는 하노이에서 비닐 천장에 의지해 목욕탕 의자에 앉아 평화롭게 그렇게
진짜 오징어일까.
자리가 부족해 목욕탕 의자로 미사를 보는 하노이안, 하노이 버스에서 우연히 발견한 한국 버스 벨, 쌀국수 오토바이
안주 접시가 편리해 보이면서도 낯설어서. 문신은 아니지만 범상치 않은 헤어스타일의 아이가 받으니 문신 같고 귀여워
얘는 왜 그리 주눅이 들었는지 괜히 웃겼고
유명 카페의 화장실 세면대에 허걱하고, 촘촘이 꼭 대머리 아저씨 같아서 웃고 저울을 사용하며 과일을 파는 모습이 괜히 흐뭇했다.
제삿밥이 너무 아기자기하고 칼라풀하고 현지인 카페에서 만난 아이가 영어를 써가며 나를 무척 신기해 해줘서 하루가 온통 즐거웠었다.
그냥 보기만 해도 귀엽귀엽.
신나게 소리 지르며 노는 사람들 때문에 덩달아 신이 나고
유행하는 바나나 옷들에 허걱 놀라며 뒷걸음질도 치고
고기를 길거리에 앉아 파는 모습이 정겨워서 찰칵! 탁자와 의자를 요상하게 연결 시킨 것도 예뻐서 사진을 또 찰칵!
어설픈 무언가가 어? 이건 뭐지? 하게 만들어 주곤 한다.
나도 저런 댕댕이랑 같이 여행 다니고 싶어
그냥 즐거운 마음에 사 본 알. 스파이더맨은 간직해서 한국까지 갖고가서 조카에게 선물했다.
이건 별것도 아닌데 왜 나를 웃게 했을까나......
하나에 5원 골라골라. 나도 모르게 신나게 고르고 고르고, 그래봤자 난 큰맘을 먹고 2개를 골랐다. 그리고 나와서 멋진 츄리링을 보았고.
중국에서 아파트를 빌렸더니 글쎄... 웍과 중국식 식칼이.....뜬 하고 등장했다.
신기한 월동 준비: 중국의 오토바이와 털옷을 입은 한국의 나무
알록달록, 어린 시절을 느끼게 해주는 약수터의 풍경. 괜히 짠하다.
베트남 쌀바게트를 만들어 보겠다며 쌀가루를 내 오븐에 구웠더니 그냥 바로 회색 돌덩이로 변했네

우리 회사 사람들이 이 사진들을 보면 나만의 쾌락(?)을 이해해 줄까? 그래. 쟤는 이런 재미로 살고 있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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