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돌 아들바위공원과 향호
초록창을 켜고 '주문진 관광지, 주문진 볼거리'를 치면 수산시장 다음으로 나오는 곳이 '향호'와 '소돌아들바위공원'이다. 사실 주문진에 살아보니 특별히 볼일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시내 쪽으로 나갈 일이 없다. 그나마 장 보는 일도 요즘 손가락 하나면 집 앞까지 배송이 가능해서 대부분의 일들은 주문진에서 해결하곤 한다. 그래서 주문진에서 갈 수 있는 이곳저곳을 다녀보던 중 향호와 아들바위공원을 찾게 되었다.
7번 국도를 따라 속초에서 강릉을 오갈 때 도로 한쪽으로 몇몇의 호수가 보였다. 늘 지나쳐만 가던 곳이라 이름이 무엇인지, 규모가 어떻게 되는지, 걸어보면 어떤 풍경이 펼쳐지는지는 알지 못했다. 향호는 4월 벚꽃 시즌이 되면 인산인해를 이루는 경포호와 달리 한적하게 꽃을 감상할 수 있는 '강릉의 숨은 벚꽃 명소'이다.
향호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 향호리에 있는 석호(潟湖)이다. 고려 충선왕 때에는 고을 수령들이 향도 집단과 함께 태백산지의 동해사면을 흐르는 하곡의 계류와 동해안의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에 향나무를 묻고 미륵보살이 다시 태어날 때 이 침향으로 공양을 드릴 수 있도록 해달라는 매향(埋香)의 풍습이 있었다. 『산수비기(山水秘記)』에 의하면, "옛날 10주에 매향을 한 일이 있다. 향골(香洞)의 천년 묵은 향나무를 아름답고 맑은 호수 아래 묻었는데, 나라에 경사스러운 일이 있으면 향호의 침향(沈香)에서 빛이 비쳤다고 한다. 이름은 이러한 매향의 풍습에서 유래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조선 시대의 시인 안숭검(安崇儉)은 향호 침향의 전설을 시로 남겼다. "예부터 덕이 있는 군자호요. 호수에 묻힌 향나무의 이름을 따 향호라 하네. 강릉 땅 곳곳 호숫가에 정자가 많지만, 향호의 이름에 비하겠는가."이 시도 향호가 향나무에서 유래하였음을 시사하고 있다. 예전에는 경치가 뛰어나 호숫가에 취적정(取適亭) · 강정(江亭) · 향호정(香湖亭) 등의 정자가 있었으나 지금은 사라지고 터만 남았다. 주변에는 향동 · 향호동 · 향호리 · 향호교 · 향호저수지가 있는데, 이들 지명은 모두 향호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 네이버 지식백과
여기서 '석호'란 사주의 형성으로 인해 바다와 격리된 호수로 영동지방의 대표적인 석호로는 강릉의 경포호, 향호, 속초의 영랑호, 고성의 송지호, 화진포 등이 있다.
벚꽃이 막 피기 시작할 무렵 남편과 함께 향호 산책을 나섰다. 모처럼 평일에 쉬는 날이 생겨서 향호부터 경포호, 남산공원, 경포생태저류지 등 강릉의 벚꽃 명소들을 다니기로 한 것이다. 가장 처음 향한 곳이 향호였다. 진입로가 조금 어렵긴 하지만 무사히 주차를 하고 꽃을 향해 나아갔다.
"여보, 여기 벚꽃 향기 나요. 양양 남대천 벚꽃길 걸었을 때 나던 그 향기예요."
꽃길을 따라 도로에서 멀리 벗어날수록 벚꽃 향이 진하게 코를 간지럽혔다. 양양 남대천 벚꽃길을 걸으며 야리야리한 벚꽃에서도 그윽한 향기가 난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아마 축제 기간 중에 차량 통제를 해서 향기를 더 잘 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반가운 벚꽃 향기가 향호에 있었다.
한눈에 봐도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없었고, 편한 차림으로 산책 나온 주민분들이 전부였다. 여느 때와 같이 운동하시는 분들, 강아지와 함께 산책 나온 중년의 부부 그리고 올해 강릉에서 처음으로 벚꽃 구경을 나온 우리도 있었다. 올해는 날이 쌀쌀해 예년보다 벚꽃 개화시기가 늦어졌고, 이곳도 아직 만개는 아니었다. 오래 기다린 만큼 강릉에서 보는 첫 벚꽃이 귀하게만 느껴졌다. 오늘 들러야 할 곳이 많았기에 향호 한 바퀴를 다 돌지는 못하고 중간에 돌아왔지만, 그래도 여기서 맡았던 벚꽃 내음은 잊지 못할 것 같다.
무엇보다 향호에서 바다를 향해 다리 아래를 지나면 향호해변 - 주문진해수욕장으로 연결되어 있어 호수와 산, 바다를 모두 누릴 수 있다. 호수에서 흘러나온 물과 푸른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에 서면 자연의 신비로움도 느껴지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BTS 버스 정류장이 있어 사진 한 장 남기기에도 좋다.
향호에 대한 자료를 찾던 중 이곳이 국가지방정원 조성을 위해 올 하반기부터 착공에 들어간다는 기사를 보았다. 영동권 최대 규모의 정원을 만든다고 하는데 지금은 수수해도 자연스러운 멋이 있으니 이런 매력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공사 전에 꼭 다녀오시기를 권한다.
향호의 빼어난 경관을 감상했다면 차로 조금 이동해 소돌아들바위공원에 들러보는 것도 좋은 코스다. 동해안의 푸른 바다는 비단 바다의 색깔이나 파도가 자아내는 운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곳에 오면 여실히 알게 된다. 소돌아들바위공원은 파도와 바다가 만든 신비로운 기암괴석들과 구멍이 난 바위 등, 소바위 등의 볼거리가 가득한 곳이다.
전에 와서 데크길을 걷도 전망대까지 올랐던 기억이 있어 들러보았는데, 복구공사를 한다고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어 직접 걸어보지는 못했다. 소돌아들바위 공원 주위로 그 자태만 감상하고, 바위 사이로 고인 바닷물에 손을 담가보고 돌아왔다. 파도가 없는 날에는 아이들이 놀기에도 좋을 것 같다.
두산 백과에 따르면 이 공원이 있는 마을이 소돌(牛岩)인데, 마을의 전체적인 형국이 소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검고 각진 바위의 모양이 거대하고 힘이 센 수소와 닮았다. 아들바위공원은 바위들 사이에 돌로 다리를 연결해 놓아 이 바위 저 바위 건너 다니며 서로 다른 생김새를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이곳에는 흥미로운 전설도 전해지고 있는데, 옛날에 노부부가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하여 아들을 얻었다고 한다. 그 후 자식이 없는 부부들이 기도를 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여 타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도 많고, 특히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높은 곳이라고 한다. 바다와 파도에 깎인 절묘한 모습의 바위들과 동자상, 아들 부부상 등의 다양한 조형물이 있어 지루하지 않게 구경할 수 있다.
속초에 내려와 치병 생활을 하는 기간 동안 지자체 기자단으로 활동했었다. 속초시 서포터즈와 강원도 SNS기자단으로 활동하며 내가 사는 곳, 내가 사랑하는 고장의 맛과 멋을 찾아다니며 기록했다. 좋은 장소들에 대한 감상과 정보를 나누고, 소개하는 일은 적당한 사명감과 적당한 책임감, 적당한 일거리가 되어주었다. 어차피 운동은 매일 해야 했고 이왕이면 공기 좋고 풍경 좋은 곳을 일부러 찾아다녔기 때문이다. 3년간 기자단 활동을 하며 꾸준히 블로그에 글을 올렸고, 내가 올린 정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댓글을 보면 괜히 뿌듯해지기도 했다.
이제 주문진에 온 지도 5개월. 끊임없이 생겨나는 에피소드들과 무한한 자연에 감사를 전하며 <읍사람의 이야기>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