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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와 공유의 숨결을 따라서

주문진 최대의 관광지를 소개합니다

by 윤슬log


주문진에는 사시사철 관광객으로 붐비는 명소가 있다.


첫 번째는 <BTS 버스 정류장>이다.


이곳은 K-POP 최초로 미국 빌보드 음반차트 1위를 기록한 BTS의 앨범 재킷을 촬영지로, 촬영 당시 임시로 만들었다가 철거된 것을 관광객들을 위해 포토존으로 재현해 놓았다. 위치는 주문진 해변이며 방탄소년단의 팬들로 늘 붐비고 있으니 찾기 어렵지 않다.



주문진 해변의 'BTS 정류장'



주문진으로 이사 온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걷기 좋은 해안 산책로를 찾는 일이었다. 여러 곳을 답사한 뒤 내가 찾아낸 곳은 지경해변에서 시작해 소돌해수욕장에 이르는 코스였다. 왕복 8천보 정도로 체력에 부담 없는 거리였고, 성수기가 아니면 차들이 많이 없어 오롯이 바다만을 감상하며 운동하기 좋았다.


주로 이어폰을 꽂고 내가 좋아하는 라디오 시간에 맞춰 2시 ~ 3시 사이 이 길을 걷곤 했다. 파도가 유난히 좋은 날에는 한쪽 이어폰을 빼고 파도소리 asmr을 청취하는 기쁨도 빼먹지 않았다.


지경해변에서 출발해 바다를 따라 쭉 내려오면 향호에서 흘러내려온 물이 바다와 만나는 신비로운 구간을 지난다. 그 지점 위로 놓인 다리를 지나 유유히 주문진 해변으로 돌아들면 지금까지 걸었던 지경 해수욕장과는 또 다른 장관이 펼쳐진다.


해변가에 세워진 버스정류장 앞에 길게 늘어선 줄. 아이처럼 즐거워하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 바로 BTS 버스 정류장이다. 평일 낮을 포함 해서 이곳이 비어있는 경우는 거의 없어 몇 번의 도전 끝에 사진 찍기에 성공했다. 정류장 안에는 바다를 배경으로 정류장 안에서 촬영한 방탄소년단의 모습을 사진이 보였다.


정류장 맞은편에는 방풍림이 조성되어 있고, 그 앞에 BTS의 상징 색깔인 보라색 벤치가 놓여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멤버들의 이름이 벤치마다 적혀있었다. 사진만 찍고 바로 이동하는 것보다 잠시 이곳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숨을 고르거나, BTS를 만난 것처럼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해 보아도 좋겠다.



BTS를 상징하는 보라색 벤치



하루는 부지런히 운동 중인 내 곁으로 한 무리의 남미 팬들이 지나갔다. 스무 살이 막 되었을까. 까무잡잡한 피부에 건강한 미소를 가진 소녀들이 방금 찍은 사진들을 보며 "꺅. 꺅."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지구 반대편의 먼 나라에서 이곳까지 어떻게 찾아왔을지. 좋아하는 아이돌을 향한 소녀들의 정성이 갸륵하게 느껴진 날이었다.




주문진의 또 다른 관광 명소는 영진해변에 자리한 '도깨비 방파제'이다.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로 방파제 끝에 서서 지은탁이 촛불을 불어 도깨비를 소환하는 장면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여주인공은 홀로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작은 케이크 위로 촛불을 불고 뜻하지 않게 도깨비 김신과 처음 만나는 씬이었다. 특히 이 장면은 드라마의 명장면으로 회자되어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었다.


이곳은 여느 관광지와 달리 재미있는 특징이 있다. 드라마 속 장면이 흐리고 파도가 치는 날로 설정돼서 그런지, 맑은 날은 물론 비가 오거나 바람이 거센 날도 관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영진해변 근처에는 카페와 다양한 디저트 가게들도 많아 도깨비 방파제에 들렀다 간단히 요기를 하기도 좋다.

다만 올해 8월까지 인도, 주차공간 정비 작업 때문에 공사가 한창이라 길게 산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브런치에 이 글을 쓰기 위해 매일 차로 지나만 다니던 영진해변 도깨비 방파제까지 걸어가 보기로 했다. 집에서 20분 정도 소요되었다. 아직 공사 중이라 요리조리 차를 피해 걷는 일은 포기하고, 방파제가 잘 보이는 젤라또 가게로 들어갔다. 루프탑에 자리를 잡고 방파제를 내려다보니 평일 낮에도 방파제 끝에 서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눈에 보였다.

나란히 줄을 섰다가 방파제 끝으로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드라마 속 주인공이 돼 보는 사람들. 커플이 함께 포즈를 취할 때면 왠지 모를 애틋함이 묻어나는 것 같다. 이왕이면 꼭 파도가 칠 때 찍어달라며 연신 뒤 돌아 당부하는 분들도 있었다.


드라마가 끝난 지는 꽤 됐지만 <도깨비>의 촬영장소, OST, 배우들의 연기와 그 모든 것들이 빚어낸 여운은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



영진해변 '도깨비 방파제'




강릉 시내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주문진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일부러 들르지 않으면 올 수 없는 곳이다. 가끔 어린 학생들이나 외국인 관광객들을 만날 때면, 이 작은 동네를 찾아주는 사람들이 고맙게 느껴진다. 내 고향은 아니지만 정 붙이고 살고 있는 곳이라 그런지 정말 그렇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도 이곳을 관광객으로 찾아왔었다. 바다를 보면서 탄성을 지르고, 싱싱한 해산물과 여기에서만 파는 디저트들을 맛보며 강릉의 매력에 푹 빠져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현지인이 되어 내가 사랑하는 바다를 늘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음이 좋고, 숲 향기가 그리운 날에는 송림을 찾거나 설악의 품에 안긴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혹시 이 글을 읽은 분들 중 언젠가 강릉에 올 기회가 생긴다면, 주문진 'BTS 버스 정류장'과 '도깨비 방파제'도 둘러보셨으면 좋겠다. 혹시 아는가. 간절한 마음으로 촛불을 불면 공유가 소환될지도.


그 장면에서 여자 주인공이 들고 있던 메밀꽃처럼 방파제로 밀려드는 파도에는 언제나 메밀향이 일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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