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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호를 즐기는 열 가지 방법

주문진에서 자전거 타기

by 윤슬log


자전거가 없는 내가 주문진에서 자전거를 타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1. 자전거를 산다.

2. 공유자전거를 빌리러 경포로 나간다.


세종에서는 세종 호수공원에서, 속초에 살 때는 영랑호에서 라이딩을 즐겼다. 사실 말이 거창하게 '라이딩'이지 속초에서는 예쁜 바구니가 달린 분홍색 자전거를 구입해 탔었고, 세종에서는 공유 자전거를 대여했다. 특히 세종은 도시 곳곳에 자전거 도로가 잘 갖춰져 있어 어디든 자전거로 다니기 좋았다. 아무래도 걷기만 하면 지루하다 보니 자전거를 타는 횟수가 더 많아질 때도 있었다.


주문진에 와서도 당연히 자전거를 생각이었다. 구입할 계획은 없었으니 공유 자전거 어플을 켜놓고 자전거를 수소문했지만 감감무소식... 액정에 손가락을 대고 아무래 확대했다 오므렸다 위치를 여기저기로 옮겨봐도 대학가 앞에 씽씽이 몇 개 빼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자전거도?'

그렇다. 무엇이든 기대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는 주문진에는 공유자전거가 없었다. 주문진 인구의 대부분은 노령층이고 (2025년 4월 기준 전체 평균 연령 55.4세), 대학도 한 곳뿐이라 공유 모빌리티를 두어도 이용자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나마 전동 킥보드는 몇 개 보였지만, 자전거는 강릉으로 나가야 했다. 그래서 페달을 밟고 싶은 날이면 선글라스에 물 한 병을 챙겨 경포호로 간다.



경포호 백배 즐기기



주문진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경포호수. 주차를 하고 공유 자전거를 대여해 호수를 한 바퀴 돌았다. 바람을 가르며 씽씽 달리다 보면 소나무 옆에서는 솔향기, 꽃나무 옆에서는 꽃 향기가 났다. 물가에서 나는 비릿한 내음도 코 끝을 스쳤다.

경포호에서 걷고, 자전거 타고, 드라이브했던 날들이 쌓여갈수록 경포를 즐기는 다양한 방법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경포호를 즐기는 열 가지 방법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걷기.

경포호는 강릉을 대표하는 관광지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처음 경포호를 방문했다면 천천히 걸으며 둘러보는 것으로 호수를 둘러보기를 권한다. 경포호는 둘레 4km의 호수로 성인 걸음으로 한 바퀴 걸으면 50분 정도 소요된다.

호수라 바다보다 심심할 거라는 편견은 갖지 않아도 된다. 경포호수광장에 주차를 하고 경포호로 진입하는 구간에는 수십 마리 철새들이 물가에 앉아 노닐고, 계절별로 다양한 꽃들을 감상할 수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강릉 하면 빠질 수 없는 소나무 숲에는 멋진 조명과 함께 다양한 조형물, 쉴 수 있는 곳을 마련해 놓아 사진 찍기도 좋고 잠시 앉아 머물기에도 좋다.

두 번째 달리기.

가볍게 산책하며 호수를 즐길 수도 있지만 상쾌한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것으로도 경포호를 누리는 방법 중 하나다. 경포호는 강릉시민들이 사랑하는 러닝의 성지이기도 하다. 아침 저녁 할 것 없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경포호수에서 달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퇴근 후 운동을 같이 하는 러닝 크루도 보이고, 혼자 달리며 '러너스 하이'를 맛보는 사람도 있었다. 오르막길이 없는 평지가 대부분이라 러닝 초보들에게도 추천하는 곳이다.

세 번째는 나처럼 자전거로 호수를 돌아보는 일, 네 번째는 경포호 주변 상점에서 단체 자전거를 대여해 보는 것이다.

단체 자전거는 2인용, 4인용으로 다양하고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추천한다. 비록 누군가는 페달을 돌려야 하지만 비교적 편안하게 경포호 한 바퀴를 둘러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자전거 색깔도 화려할뿐더러 앞부분에 알록달록 귀여운 동물 모양이 장식되어 있어, 저 멀리 있어도 화려 찬란한 위용을 뽐낸다. 익살스러운 동물 캐릭터 자전거 안에 다 큰 어른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늘 기분이 좋아진다. 나중에 부모님, 조카들과 함께 놀러 와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자전거를 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 번째로는 계절별로 아름다운 경포호의 꽃을 즐기는 것이다.

우선 4월에는 <경포호 벚꽃 축제>가 유명하다. 호수 주변은 물론이고, 경포호로 진입하는 도로, 경포호 근처의 생태저류지, 경포대 등이 모두 벚꽃 명소이기 때문에 지난 4월에 있었던 축제에도 27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다녀갔다고 한다. 꽃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시즌에 맞춰 경포호에 방문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화무십일홍'이라고 열흘 붉은 꽃은 없다 했지만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벚꽃이 진 경포호에는 튤립이 예쁘게 피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꽃뿐만 아니라 호숫가에 흐드러진 버드나무와 울울창창한 소나무 숲도 경포호의 경관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경포 백배 즐기기' 여섯 번째 방법은 한 여름 '경포호 가시연 습지'를 방문하는 것이다.

가시연꽃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식물로 7-8월 사이 피어난다. 밤에는 오므라들었다가 낮에 활짝 피므로 날씨가 화창한 오전에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이 귀한 식물인 '가시연꽃'이 경포호 가시연 습지공원에서 자생하고 있는 것이다. 여름에 경포에 온다면 가시연습지와 청아한 연꽃들을 보고 가셨으면 좋겠다.


일곱 번째 방법은 '경포대'에 오르는 것이다.

경포대는 강릉을 대표하는 명승지 중 하나로,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2046호로 지정되어 있다. 송강 정철은 관동팔경의 하나로 경포대를 노래하였으며, 하늘, 바다, 호수, 술잔 그리고 임의 눈동자에 뜬 '다섯 개의 달을 볼 수 있는 곳'이라는 낭만적인 수식어도 있다. 무엇보다 경포대에 오르면 우거진 소나무 숲과 벚꽃 터널 아래로 경포호수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또 다른 낌으로 다가온다.





'경포 백배 즐기기' 여덟 번째 방법은 경포호수에서 도보로 이어진 구간들을 탐방하는 것이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허균 허난설헌 기념공원'이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인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과 그의 동생이자 조선의 이름난 문장가 허난설헌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곳이다. 허균·허난설헌 기념관과 생가터, 전통차 체험관 등이 송림으로 펼쳐진 공원 안에 조성되어 있어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다. 해변 쪽 소나무숲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데 반해 이곳은 적당히 한적해서 자주 찾는 곳이다.

아홉 번째 추천 코스는 '강릉 아르떼 뮤지엄'과 '경포 아쿠아리움'이다.

경포호수를 돌다 보면 허균 허난설헌 공원 쪽으로 이어지는 화살표가 보인다. 다리를 지나 오른쪽은 아쿠아리움과 미디어아트 전시장이고, 왼쪽이 허균 허난설헌 공원이다. 비가 오는 날 강릉에 왔다면 아르떼 뮤지엄에서 환상적인 전시도 보고, 아쿠아리움에 들러 편안하게 실내 여행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대망의 열 번째는 명실상부 강릉의 제1 관광지인 '경포대 해변'으로 나가보는 것이다.

경포호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나오는 경포대 해수욕장은 멋진 호텔과 카페들이 즐비해있는 강릉 여행의 중심지이다. 무더운 여름 '대한민국의 젊음을 느끼고 싶다면 부산의 해운대와 강릉의 경포대를 가라'는 말도 있다고 하니, 경포 바다에서 좋은 기운 많이 받아가셨으면 좋겠다. 특히 이곳은 송정해변, 안목해변과도 이어져있어 차로 드라이브 하기도 좋고 솔밭에서 바다향, 소나무향을 맡으며 거닐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경포호에만 나와도 열 가지의 즐거움이 생긴다.


바다가 흐린 날이나 자전거를 타고 싶을 때면, 나는 망설임 없이 경포호로 향한다. 호숫가 근처에 정갈하게 세워진 공유 자전거를 빌려 호수 한 바퀴를 질주한다. 저 멀리 산 등성이 너머로 오늘 할 일을 마친 해가 저물고, 하늘은 노을빛으로 물든다. 동쪽 바람에 실려 진한 바다향기가 밀려온다.


열심히 페달을 구르는 내 옆으로 걷고, 뛰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스쳐간다. 거북이 걸음으로 달리는 단체 자전거에서 귀여움이 묻어나고, 꽃놀이에 심취해 사진 찍기가 한창인 사람들은 꽃보다 더 곱다.


주문진에서 자전거를 타기 위해 찾은 경포호에서 매일 발견하는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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