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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제 신부님 <함께 기도하는 밤>을 읽고

"너 정말 진심으로 기도했냐?"

by 윤슬log


가톨릭출판사 북클럽 12월 도서는 이영제 신부님의 <함께 기도하는 밤>으로 골랐다.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쉽고 따뜻한 위안과 조언을 전하는 신앙 에세이로 신부님께서 직접 겪어 온 다양한 체험들이 녹아있어서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힌 책이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너 정말 진심으로 기도했냐?’는 제목의 글이었다. 신부님께서는 신학교 학부를 마치고 대학원으로 진학하기에 앞서 사제의 삶이 아닌 다른 삶을 꿈꾼 적이 있다고 한다. 이런 고민을 하던 중 선배 한 분을 찾아가 말했다.

“저는 성소가 없는 것 같아요. 마음속에서 자라난 세상에 대한 환상들이 저를 힘들게 합니다. 기도를 드리는데 이 길이 제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내심이 필요한 신학교 과정을 마치고 이렇게 솔직하게 고백할 수 있는 용기라니. 사제의 길에 대한 신부님의 진심과 고뇌가 느껴져서 감정이입이 되었다. 그때 신부님의 말을 들은 선배가 이렇게 되물으셨다고 한다.

“너 정말 진심으로 기도했냐? 만약 기도 안에서 네가 정말로 하느님께 이 길이 너의 길이 아닌 것 같다는 네 생각을 말씀드리고 또 그분의 뜻을 듣고자 노력했다면 나도 말리지 않겠어. 하지만 진심으로 기도하지 않고, 다시 말해 그분의 뜻을 헤아리려 하지 않고 그렇게 말한다면, 그건 하느님께 대한 배반 아닐까? 오히려 네 마음속에 있는 욕심을 채우기 위해 하느님을 이용한 건 아닐까?” 어떤 말로도 응수할 수 없었다는 신부님의 고백으로 글은 마무리된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요즘도 종종 드는 생각이지만 나는 가끔 기독교인들의 맹목적인 믿음이 부럽다. 여기서 말한 ‘맹목적인’이라는 말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절대적인’ 예수님에 대한 사랑, ‘오직 예수님’만 바라보는 굳건한 믿음이다. 아픈 몸을 살면서 성당도 열심히 다니고, 기도도 열심히 하고, 묵주기도며 성체조배, 묵상 등 하느님께 매달리는 시간을 보냈었다. 스스로 열심한 신자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원하는 청이 이루어지지 않고 시련이 반복되면서는 기도에 회의감이 들었다. 진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이거란 말인가? 싶어 원망스럽기도 했다.


실의에 빠져있을 때 친구가 본인 시어머니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녀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젊은 나이에 큰 병에 걸려 병원에서도 포기한 상태였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하느님께 지극정성으로 기도했고 “하느님께서 낫게 해 주신다.”는 기도 응답을 받았다고 한다. 시한부의 삶에서도 주님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고 식단과 마음을 관리한 결과 완치의 기적이 일어났다.


나의 기도는 과연 긴 시간 어떤 진정성을 가지고 있었는지 자문해 보았다. 입술로만 주님께 드리는 기도 말고 진심으로 하는 기도. 나에게 꼭 필요한 한 가지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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