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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log Nov 23. 2022

숯가마에서 만난 고양이

2022. 11.23 (수)

원적외선이 좋다길래 일주일에 한 번 엄마와 숯가마에 다니고 있다. 숯가마 몇 군데가 모여있는 장흥도 가보고, 여름에는 하남 쪽으로 다녔는데 날이 추워지니 사람이 많아져서 망설여졌다. 사실 처음에 김정희 에프렘 수녀님께 추천받은 곳은 신촌 세브란스 근처에 있다는 '숲 속 한방 랜드'라는 곳이었는데, 시설이 오래됐다고 하여 가지 않고 있었다.


 기대 없이 왔는데 웬걸. 봉원사라는 절을 끼고 있는  아래 자리해서 공기도 좋고, 나름의 정취도 있고,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었다. 최신식 찜질방 느낌은 아니지만 어차피 숯가마나 불가마 하는 곳은 나무도 패야하고, 숯도 다뤄야 해서 어느 정도 재래식 느낌이  수밖에 없다. 이런저런 것을 감안하면 주차장, 쉼터, 불가마  모든 공간들이  널찍널찍해서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무엇보다    한방 랜드의 묘미는 숯가마를 하고 나와서 땀을 식힐  있는 노천 쉼터가 있다는 것이다. 야외에 나무로  평상이 있어서  수건 하나 깔고 누우면 알록달록 곱게 물든 단풍잎도 보이고, 하늘 구름도 보이고, 산비둘기랑 직박구리, 박새 부부도 와서 놀다간다. 자연스럽게 땀이 식어 냉온욕을 하는 느낌이다. 실내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 훨씬 숨을 쉬기에도 수월하다.


가을이 지나가고 있는 무렵이라 오늘은 단풍이 많이 겠네 하며 입구로 향하는데, 검고  털을 가진 고양이  마리가 따라왔다. 코에 검은 점이 있었는데, 털에는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것이 다행히도  먹고 지내는  같았다. '나비야~' 하고 부르니 도망가지 않고 다가온다. 사람 손을  길고양이가 분명했다. 살랑살랑 장난스러운 나비의 꼬리가 귀여워 엉덩이를   두드려주고 숯가마로 향했다.


고온과 야외 쉼터를 오가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아까  고양이가 숯가마 앞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처음엔 옆으로 얌전히 누워있었는데 따뜻한 온도에  몸의 피로가 풀리는지 점점  편한 자세로 몸이 뒤집어진다. 활처럼 휘었다가 배를 보이며 양손으로 만세를 부른다. "나비야~" 하고 발바닥을 간지럽혀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세상모르고 단잠에 빠진 고양이를 보고 있노라면 근심이 사라지는 느낌. 고양이 팔자가 상팔자지 싶었다. 나비는   앞에서  시간을 누워있었다. 사람들이 아무리 만져도 가끔씩 눈만 꿈뻑이며 '냐옹- 냐옹' 두어  했을  일어날 줄을 모른다.


'그래 너도 길에서 겨울 준비하느라 고생했겠지.'


가게 입구는 2층이고, 불가마가 있는 곳은 1층인데 고양이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녀석은 이곳으로 들어오는 길을 훤히 알고 있고, 비단 오늘뿐 아니라 상습적으로 이곳에서 무료 찜질을 하는 고양이 같았다. 그래도  떤가. 이렇게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뜻하지 않은 귀여움을 선물하는데.


진정 고양이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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