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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log Dec 12. 2022

은혜씨의 포옹

2022.11.27 (일)

코로나 확진으로 격리되어 있다가 오랜만에 무무(남자친구)를 만났다. 무무는 가끔 무심한 듯 시크하게 책 선물을 하곤 하는데, 데이트를 하지 못하는동안 춘천 독립 서점을 탐험한 것 같았다. '바라타리아'라는 책방으로 '서툰책방' 그리고 '첫서재'라는 동네 책방이 사라진 자리를 잘 메워주고 있는 서점이었다. 


무무와 나는 일전에 '니얼굴, 은혜씨'라는 다큐 영화를 같이 본 적이있다. 은혜작가님은 '우리들의 블루스' 드라마를 통해서 알게 되었고, 연기자가 아닌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다는 점에서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그 후로 은혜작가님의 기사도 찾아보고, 유튜브도 구독하면서 남몰래 흠모의 마음을 키우고 있었다. 양평에 있는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쭉 그림을 그리셨다고 하여 무무와 같이 찾아가보려 했으나, 마켓이 커지면서 곤지암, 철원 등으로 장소가 이전되어 못내 가보지 못한것이 아쉽기도 했다.


책을 내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잊고있었는데, 무무가 책이며 엽서를 선물이라고 안겨주니 좋기만하다. 

내가 본 영상 속의 은혜씨와 같이 사랑스런 문장들이 책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은혜시는 다운증후군이라는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누구보다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여유롭기까지 하다. 드라마를 찍는 순간에도, 톱스타와 조우하는 순간에도 자신은 전혀 떨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담대함도 가졌다. 

좋아하는 이성 앞에서는 혀 짧은 목소리로 귀여운 애교도 부릴 줄 아는 사랑스런 은혜씨!

취기가 살짝 올라 신나는 트로트 음악을 부르며 유쾌하게 춤을 추는 은혜씨!

손님들이 초상화를 부탁하면서 "예쁘게 그려주세요." 하는 말에 "지금 예쁜데 왜 자꾸 예쁘게 그려달라고 하지?"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귀여운 은혜씨. 은혜씨의 눈에는 세상 모든 사람들, 세상 모든 아이들이 예쁘고 아름답고 귀엽기만 한 것이다. 

나는 글은 쓰지만 그림은 영 문외한이다. 잘 그리지도 못하고, 그려야겠다는 생각도 해본적이 없다. 그저 취미로라도 그림 그리시는 분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부럽기까지 하다. 좋은 곳에 여행을 가거나 스케치를 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남길 수 있는 그림. 


은혜씨의 순수한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시선이 머무는 이유도 그것 때문일 것이다. 나도 맑은 가슴 안고 당당하게 세상에 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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