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차 청년노동포럼] 청년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결과발표회 -초단시간 노동을 중심으로 (2021.6.21.)에서 발표된 글입니다. (자세히 보기 >> http://youthunion.kr/44710/)
- 최저임금은 이제 만신창이가 된 지 오래다. 신임 여당 대표는 선거 참패 후, 청년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만든 자리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없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2021년도 최저임금 결정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사회적 관심은커녕 골치 아픈 이슈를 피하듯 모두가 외면하는 것이 현재의 상황에 가깝다.
- 너무 하찮게 여겨지던 노동의 가치를 정상화하고, 불평등을 개선하자는 열망이 최저임금 인상에 집결되어 있었던 이전에 비하면 상전벽해와 같다. 대폭 인상 과정에서 벌어진 여러 사회적 논쟁에 대한 대처와 보완 대책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던 탓이다.
- 마치 도박판과 같았던 가상자산 열풍과 주식투자의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 노동의 가치를 말하는 것이 이제는 허망하기도 하다. 최저임금 100원 올리는 것보다 비트코인 가격에 사회적 관심이 쏠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파이어족이나, 자산이 일하게 해야 한다는 방식의 담론 속에서 노동은 피해야 하는 무엇으로 전락해간다.
- 이와 함께 코로나19로 더욱 가속화되는 경제의 디지털화는 고용의 탈 노동을 부추긴다. 각종 사회보장제도 우회는 기본이고, 고용주의 책임도 면책된다. 저숙련 저임금 일자리만 늘어나는 일자리 양극화 속에서, 이러한 일자리마저 노동법의 테두리를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의 미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고, 노동을 중심으로 구축된 현대 산업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사회에서 최저임금은 미조직 취약 노동 모두를 빠짐없이 포괄하는 최소한의 기준선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그 의미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최저임금 결정이 단순히 매년 반복되는 줄다리기로 끝나서는 안 된다. 달라진 한국의 경제 규모와 위상, 유동성 증가 속에서 급격히 상승한 자산 가치, 그리고 확대되는 불평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사회가 지속하기 위한 노동의 기준선을 설정하는 논의로 이어져야만 한다.
- 백신 접종률이 1차 접종을 기준으로 어느새 30%에 육박하면서, 코로나19의 끝과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가 엿보인다. 이러한 낌새는 이미 부동산 시장에서도 살펴 볼 수 있다. 지난 2020년, 거리에 빈 점포들은 늘었지만, 도리어 상업용 부동산은 전년 대비 거래가 13% 증가하는 활황을 누렸다. 서울 번화가를 보아도, 상업용 건물을 개발하는 현장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적어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19의 한파에 한 발 빗겨서 있다.
- 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한국의 2021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6~4.3% 수준으로 OECD 국가 중의 최고 수준이다. 이는 저성장이 심화되어 온 최근의 경제성장률을 상회하는 것으로, 세계금융위기의 충격 직후였던 2010년(6.5%) 이후 최대치일 가능성이 높다.
- 문제는 이러한 경제 회복의 과실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이다. 이미 진행되어 있는 일자리의 양극화, 고질적인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을 볼 때 K자 회복이라는 우려가 그대로 현실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이미 코로나19로 인한 산업별 영향은 이전의 경기침체와는 비교 안 될 정도로 불균등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위기 이후에도 어떤 산업, 어떤 일자리에서 일하느냐에 따라서 경기 회복에 대한 경험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 코로나19 이후 세계 각국에서 대대적인 경기 회복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이미 시중에 증가할 만큼 증가한 유동성은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가격 상승만 부추기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도 다르지 않은데, 특징적인 것은 그러한 수혜는 기업 부문으로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 특히 코로나19 이후 이러한 상황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광의의 통화량(M2)의 경제 주체별 보유 비율 증감을 살펴보면, 코로나 이전(2020년 1월)에는 기업 부문의 유동성 보유 비중은 27.1%였으나, 현재(2021년 4월) 29.4%로 급증했다. 반면에 가계 및 비영리단체 부문의 비중은 51.7%에서 48.9%로 급감하였다. 시중에 풀리는 유동성에 대한 비중이 기업 쪽으로 확연히 쏠리는 것이다. 저임금 노동의 확산으로 가계에는 경기 부양의 혜택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기업이 수혜를 독차지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 현재 논의되는 최저임금은 사실상 코로나19 이후에 적용되는 첫 최저임금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가 많은 것이 현실이지만, 본격화되기 시작한 코로나 양극화를 외면할 수 없다.
- 최저임금 인상의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 기존에 주로 이야기되던 평균임금 50%, 중위임금의 60% 또는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기준선을 코로나19 이후에 맞게 재구성해야 한다. 디지털 경제 전환과 저임금 노동의 보편화, 코로나19로 인한 탈 세계화 흐름 등은 이전의 기준은 무의미해지고 있다. 당장은 우선 코로나19 직후 확대될 수밖에 없는 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들이 선행되어야 한다.
- 당장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검토하고자 한다. 우선 기본적으로 격차의 확대를 막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소득의 상승에는 상응하는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며, 저임금 노동자의 기본적인 생계유지를 위해서는 치솟는 물가보다는 높을 필요가 있다.
- 지난 달 한국은행은 1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상회하는 1.7%를 기록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0%로 상향 조정했고, 이보다도 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와 함께 물가상승률도 높아지고 있다.
-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폭은 전년 동월대비 2.6%로, 2012년 3월 이후 최대를 기록하였다. 특히 식료품 물가가 올해 상승폭이 6.8~10.2%를 기록하면서 물가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본격화되는 기후위기로 인한 생산량 저조, 코로나19 속에서 농업 생산에 대한 타격 등으로 전 세계적인 애그플레이션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식료품은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지출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러한 식료품 중심의 물가 상승은 저소득층에게 더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 이러한 상황을 종합했을 때, 2022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최소 7% 수준을 기준으로 놓고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지금 당장의 상황이 아니라,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2022년 초를 기준으로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최저임금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개선 방향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최저임금과 관련된 제도적 차별과 그로 인한 제도적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 다음으로 최저임금이 보다 평등한 노동시장으로 작용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영역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 첫 번째로 최저임금의 현재 가장 큰 제도적 허점은 앞서 실태조사를 통해서도 살펴 본 쪼개기 고용 문제이다. 주당 근로시간 15시간을 기준으로 30%까지 달라지는 인건비 부담으로 인하여 쪼개기 고용의 유인이 매우 강한 상태이다. 이는 노동자에게는 짧은 근로시간으로 인해 소득도 낮아져 추가 소득활동을 강제하게 하고, 사업주 입장에서는 인사노무 관리의 비효율을 유발시키다. 이는 기업 간의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초단시간 노동자에게도 시간에 비례하여 주휴수당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
- 이를 위해서 근로기준법 제18조(단시간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개정하여 15시간 미만에 적용 제외 조항을 개정해야 하며, 현재 초단시간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에게는 주휴수당 전면 적용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 증가분 대다수를 일자리 안정자금으로 지원하여 고용감소 없이 제도적 연착륙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 최저임금 안에 포함되도록 기본급화를 추진으로 최저임금 제도의 단순화를 도모해야 한다.
- 두 번째로 매년 불필요한 논쟁을 반복하게 하는 구분적용 페지이다. 최저임금이 처음 결정되었던 1988년, 1989년에만 업종별로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최저임금이 차등 적용되었으나, 그 이후에 전 업종 단일한 체계를 유지 중이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서비스업이 다양화되고, 업종의 경계가 흐려지는 최근의 사회 변화에도 맞지 않다. 사용자 측에서 최저임금 협상 때마다 업종별 차등 적용을 들고 나오지만, 최소한의 현실성도 논리도 갖추지 못한 채 소모적 논란만 야기하고 있다.
- 사용자 측에서 주장하는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보다 열악한 노동자에게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자는 주장이다. 대표적으로 이미 근로기준법의 대다수가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 최저임금까지 더 낮게 적용하자는 주장이다. 이는 더 취약한 일자리에 더 안 좋은 일자리라는 낙인효과만 부여할 뿐, 어떠한 순기능도 기대하기 어렵다.
- 오히려 비정규직이나 불안정 노동이 노동자 개인에게 떠넘기는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 아무런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태가 불공정하다. 불안한 고용을 한 경우에 대해서는 더 높은 보상을 강제하여, 기업이 불안정 노동에 대해서 제대로 된 비용을 치르게 하는 것이 공정할 것이다. 호주 Casual Loading 사례와 같이 불안정 노동에 대해서는 가령 10% 더 높은 최저임금을 의무화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 세 번째로 최저임금을 우회하는 방식의 고용형태 등장에 대한 대응이다. 이는 두 가지 노력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는데, 하나는 최저임금의 울타리를 튼튼히 하는 것과 하나는 울타리 바깥에 최저임금에 준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명백하게 근로자성이 인정되어야 함에도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 대한 것이나, 업․직종에 따른 표준단가 마련 노력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 마지막으로 이러한 제도 개선 방향을 검토하면서 아울러 결정 과정에 대한 보완이 필요함은 분명하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의 구도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제는 익숙하고 또 지겨운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장에서 일어나는 논쟁은 늘 비슷한 형태로 멈춰있고 사회와 단절되어 있다. 학계에서 고용효과에 대한 연구만 있을 뿐, 최저임금위원회 내에서 나오는 주장들이 제대로 확인되고 논쟁되지 않는다. 지금의 폐쇄적인 논의 구조 자체의 개방성을 높이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최저임금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