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로 산다는 것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 문장은 말장난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바로 프리랜서를 지칭할 때 쓰는 표현이다. 한 명의 일하는 사람으로서는 존재하여 노동의 결과물을 생산한다.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각종 보험에 가입하기도 쉽지 않으며, 대출과 같은 금융생활에 있어서는 제한되는 것이 상당히 많다. 더욱이 제도적으로 프리랜서를 보호할 수 있는 법률은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갑작스러운 소득 공백이 생기면 그저 모아둔 돈을 쓸 수밖에 없다. 실업급여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최근 들어서 제도적으로 보완되고 있지만 아직도 수많은 프리랜서들은 걱정과 불안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Q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 안녕하세요. 저는 프리랜서로 웨딩플래너를 하고 있는 서른한 살 청년입니다.
Q : 웨딩플래너가 어떤 직업인지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A : 간단히 말씀드리면 결혼하시는 두 분과 계약을 맺어서 결혼식 준비에 관련된 모든 것을 계획하고 진행하는 것들을 도와드리는 일이에요. 웨딩플래너 협회에 소속되어있고, 협회를 통해서 돈을 받고 있는 형태예요. 프리랜서인데 개인사업자는 아닌 상태라서 독특한 형태의 고용 형태라고 보시면 돼요.
Q : 웨딩플래너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 : 웨딩플래너로 일하기 전에는 시민단체나 인권단체에서 일을 했어요. 그러다가 조금 늦게 군대를 다녀왔어요. 다녀와서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공익적인 것을 가지고 무언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동성결혼이나 이주민 문화 같은 것을 해보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Q : 코로나19의 타격을 받은 곳 중 하나가 결혼식장이잖아요.
A : 맞아요. 이미 계약을 하신 분들과 날짜를 정한 분들도 어떻게 해야 될지 계속 물어보고 계세요. 저한테 코로나가 어떻게 될까요? 식을 진행해도 될까요? 이렇게 여쭤보시는데, 사실 제가 할 수 있는 말이 없어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웨딩플래너 분들과 이야기해봐도 계약 수가 엄청 줄었다고 해요. 결혼식 성수기일 때도 잔여 식장이 남아있는 거예요. 저희가 기본급 없이 의뢰가 들어온 만큼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니까 다들 많이 힘들어하고 있어요.
Q : 일하시는 분들 소득 편차가 심할 것 같아요.
A : 맞아요. 열심히 하는 사람은 대기업 연봉 정도는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보통은 중소기업 연봉이 안 된다고 해요. 그리고 최저임금 수준으로 받는 사람도 많고요. 100명이 이 업계로 들어오면 1년 안에 95명이 나간다고 해요. 구직 사이트에도 항상 채용 공고가 올라와있거든요. 그만큼 사람이 많이 나가고 많이 들어오는 곳이라고 느껴요.
Q : 군대를 전역하고 생계를 꾸리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A : 저는 입대하기 전에 직장을 다녔어요. 입대 전에 실업급여를 받고 있었는데, 군 입대할 때 실업급여를 연기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요. 그래서 전역하고 나서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생활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약간 버틸 수 있었어요.
Q :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불편했던 경험이 있을까요?
A : 4대 보험이 안 된다는 게 가장 컸어요. 제가 이번에 프리랜서를 처음 해본 거였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4대 보험이 가입되어있지 않다는 이유로 할 수 없는 것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Q : 어떤 것들이 불가능했나요?
A : 은행 업무도 되게 어려워지는 거예요. 이전에는 직장에 다니면서 월급을 받았으니까 그게 증명이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온라인으로 쉽게 처리하고 절차도 간단했거든요. 그런데 이런 것들이 4대 보험 유무로 결정되는 걸 이제야 알았어요. 그리고 4대 보험 기간도 중요하더라고요. 보험 가입이 안 되어 있으니까 필요한 서류도 훨씬 많아지더라고요. 건강보험도 그렇고 연금도 다 직접 해야 되더라고요.
Q : 보험이 없다는 것이 주는 불안함도 있을 것 같아요.
A : 맞아요. 제가 굉장히 큰 도박을 한 건가? 생각했어요. 큰일 나면 어떡하지? 싶더라고요. 제가 지금 웨딩플래너로 잘 되고 소득도 높으면 이런 불안감이 없겠지만 정반대인 상황이라 불안함이 커지죠. 소득이 높지 않으면 오로지 내가 다 책임져야 되는 상황이라고 느껴지더라고요. 성공해서 살아남아야겠구나 이런 생각밖에 없어요.
Q : 시민단체에서 일했을 때는 어떤 경험을 남겼나요?
A : 일하면서 보람이 있었죠. 시민단체에서 일한다는 게 내가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하고 의미도 느끼죠. 그런데 그거 하나로 버티는 느낌이었어요. 그 점이 아쉬워서 나왔어요. 제가 그 일을 그만두었을 때 다른 직종으로 넘어갈 때 활용할 수 있는 경력이 안 남더라고요. 그런 점이 힘들었어요.
Q : 경력 형성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 같아요.
A : 그렇죠. 20대 때는 경력이 형성되지 않더라도 다양한 일을 해보고 활동도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조급함이 없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나이가 찰수록 어떤 일을 해도 나에게 경력이 될 것인지, 도움이 될 것인지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이 일을 하면 내가 갖고 있는 경력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해요. 괜히 시간을 뺏기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는 거죠.
Q : 지금의 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일까요?
A : 지금 수입이 없고, 일이 잘 안 되는 건 엄청 힘들지 않아요. 장기적으로 보면 잘 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제일 힘든 건 심리적인 불안인 것 같아요. 불안이 해결되지 않으니까 다른 사람도 만나기가 꺼려지고요. 돈 하나 쓸 때도 불안하고요. 속으로 ‘불안해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고 그래요. 다들 힘든 시기니까 어디 가서 나 힘들다고 말하기가 어려워요.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요.
Q : 어떤 상황에서 불안감이 심해지나요?
A : 대출금은 늘어나고 통장에 있는 잔고는 떨어질 때가 그렇죠. 그러니까 밖에 나가 있을 때 배고파도 사 먹는 걸 조심하게 되고요. 집에 생필품이 떨어져서 사야 될 때가 됐는데, 더 저렴한 걸 찾아보고 고민할 때 스트레스받는 것 같아요. 이런 스트레스가 자연스럽게 불안감으로 이어지는 것 같고요.
Q : 미래에 대한 전망을 해봤을 때 걱정되는 것이 있나요?
A : 주거 문제가 커요. 아무래도 프리랜서니까 대출이 어려울 것 같아요. 프리랜서는 대출하는 절차도 복잡하거든요. 서울이 워낙 집이 비싸니까 내가 나중에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면 계속해서 월세를 살겠다 싶어요. 비수도권도 알아보고 있는데 이사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고민하고 있어요. 그런데 서울로부터 멀어질수록 내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계속 밀려나고 있구나 생각하게 돼요. 박탈감이 느껴지죠.
Q : 일이나 노동에 대해 생각하시는 바가 있을까요?
A : 저는 직업이 사회적 정체성, 사회적 명함이라고 생각해요.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나를 표현할 때 가장 쉽게 전달할 수 있는 거잖아요. 직업으로 나를 판단할 수 있는 가장 큰 정체성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리고 직업을 통해 보람을 찾는 활동을 한다고 생각해요. 제 보람을 찾으려고 지금까지 여러 일을 경험하고 다양한 시도를 했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보람을 찾는 일을 계속하고 싶고요. 내가 힘들더라도 조금 버티고 참아보자는 생각이 들어요.
※ 인터뷰 참여자의 익명성 보장을 위해 개인 정보와 신상을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은 편집 및 각색했습니다.
※ 인터뷰의 문장은 참여자의 말투와 사용하는 단어의 어감을 살릴 수 있는 문장으로 편집했음을 밝힙니다.
※ 본 인터뷰는 서울시의 <청년프로젝트>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