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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유니온 Nov 09. 2021

‘그 사고’는 내가 당할 수도 있었다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로 산다는 것

한 번 즘 길을 걷다가 도로에 쓰러진 오토바이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고 현장을 보고 무심코 지나갔을 수도 있고, 다친 사람을 보면서 가슴 아파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쉽게 발걸음을 돌릴 수 없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바로 같은 일을 하고 있는 라이더들이다. 항상 교통사고를 염두에 두고 일해야 되는 사람들이 라이더들이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배달 사고 또한 증가했다. 플랫폼 기업들은 사고의 책임을 지지 않는 시스템도 라이더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더욱이 보험료가 비싸서 가입을 하지 못한 채 일을 하고 있는 청년들도 존재한다. 계속되는 사고와 사망 소식을 멈추기 위해 라이더의 노동권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Q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 안녕하세요. 관악구에 살고 있는 배달 라이더 청년입니다. 


Q : 하시는 일을 조금 더 알려주세요.

A : 배달 플랫폼 어플을 통해서 건별로 배달 수수료를 받으면서 일을 하고 있어요. 사용하는 플랫폼은 4-5개 정도 돼요. 여러 가지 어플을 켜놓고 한 번에 할 때도 있고, 시간대마다 다르게 사용할 때도 있어요. 


Q : 배달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A : 밖에서 움직이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찾다가 하게 됐어요. 제 학력이 고졸이다 보니까 취업이 잘 안 됐거든요.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하긴 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어요. 시민사회단체나 NGO를 알아보긴 했는데 합격이 안 되더라고요. 지금도 지원은 하고 있는데 잘 안되네요.                         


Q : 오토바이에 보험은 자비로 들게 되나요?

A : 네. 보험이 있어요. 종합보험과 시간제 보험이 있는데요. 종합보험은 너무 비싸서 가입하기 어려워요. 제가 나이가 어리다 보니까 저한테는 너무 비싸더라고요. 주변에 배달을 하는 20대 초반 친구들도 종합보험은 가입하기 어려워해요. 


Q : 처음부터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셨나요?

A : 그런 건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전기 자전거로 배달을 했어요. 그런데 사고가 나서 자전거가 망가졌어요. 체력적으로도 자전거로 배달하기는 힘들었어요. 제가 자전거로 배달할 수 있는 수량이나 시간은 제한되어 있는데, 오토바이를 사용하는 라이더들과 경쟁이 안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배차받는 것에서도 밀리니까 오토바이를 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배달 플랫폼이 유행하면서 배달하시는 분들도 많이 늘어나니까 이것만 하는 저는 버티기가 어렵더라고요. 


Q : 배달할 때 시간에 쫓기는 경우도 많을 것 같아요. 

A : 그렇죠. 주문이 폭주하는 경우에도 쫓기고요. 라이더들도 배달 평점을 받거든요. 그러니까 시간이 오래 걸리면 평점을 낮게 주는 거예요. 그리고 평점이 낮으면 배달 콜이 안 들어오거든요. 출하 확률이나 배차 완료 비율 같은 것들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배차를 받으면 무조건 빨리 가서 물건을 가지고 고객한테 배달하는 거죠. 그 방법 말고는 없으니까요. 


                        

Q : 일은 하루에 몇 시간 정도 하세요?

A : 저는 주로 배달이 몰리는 시간대에 일해요. 점심은 피크 시간대가 있어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예요. 1년 전까지만 해도 계속 일했어요. 배달 어플을 켜고 콜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콜이 끊기기 전까지 계속 일 했어요. 지금은 콜이 잘 안 들어오는 시간대가 생겨서 그때는 다른 활동을 하거나 쉬고 있어요. 쉴 때는 그냥 길거리에서 쉬어요. 배달 노동자들 쉼터가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았어요. 


Q : 힘든 일도 많이 겪으셨을 것 같아요. 

A : 맞아요. 마라탕을 배달한 적이 있었는데, 그걸로 맞았어요. 너무 늦었다는 이유로 맞은 거였어요. 학교나 아파트에 배달하는 경우에는 오토바이 진입이 안 되는 곳이 있어요. 그럴 때는 걸어가야 하는데, 입구랑 배달하는 집이랑 먼 곳이 많거든요. 그 거리를 다 걸어서 가야 해요.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을 때는 정말 힘들어요. 배달하는 사람들한테 엘리베이터를 못 타게 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적도 있어요. 


Q : 배달하면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사고가 날 때 같아요.

A : 맞아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하루에 한 명 꼴로 죽는 거예요. 하루에 10명은 다치고요. 제가 가장 충격받았던 사고는 여성 라이더께서 사고가 나서 쓰러져 있는 모습을 목격한 때였어요. 오토바이는 박살이 난 상태였고, 라이더 분은 시민들이 안전한 곳으로 옮겼어요. 배달하면 지나가는 길에 사고 현장을 많이 목격하거든요. 


Q : 사고 현장을 목격하면 어떤 기분이 드세요?

A : 무서워요. 저 사고 난 라이더가 내가 아닐 거란 보장도 없거든요. 내가 다음날 저렇게 될 수도 있다고 느껴요. 저만 해도 1년 동안 7번 사고가 났어요. 지금 배달 플랫폼 시스템 자체가 고객 만족은 높아질지 몰라요. 하지만 사고 위험도 높아지는 시스템이거든요.                         


Q :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나요?

A : 있긴 있었어요. 그런데 그만 두면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어디 취직이 되거나 안정적인 일자리가 있어야 그만둘 수 있을 것 같아요. 


Q : 사회운동이나 노동운동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A : 어릴 때부터 관심이 많았어요. 그리고 배달하는 일 자체도 너무 열악해서 더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정규직 밑에 비정규직이 있고 그 밑에 특수고용이 있다고 느껴져요. 그리고 배달 라이더들이 대부분 개인사업 자니까 더 열악하다고 느껴요. 이런 현실을 바꾸고 싶었어요. 전태일을 존경하거든요. 본인도 힘들게 노동했지만 다른 노동자들을 위해서 현장에 뛰어들고 헌신했던 모습을 존경해요.


Q : 사회운동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계신가요?

A : 네. 그런데 제가 좋은 대학을 나온 게 아니고, 학벌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지금 현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게 전부예요. 지금의 활동 경력을 담아서 지원서를 쓰고, 원서를 제출하는데 계속 떨어지고 있어요. 언젠가 해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 일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일까요?

A : 고생한다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아요. 순대 타운 같은 곳에서 배달을 하면 사장님들이 고생한다면서 음료수도 주고 그래요. 인심 좋은 분들 만났을 때 좋죠.




※ 인터뷰 참여자의 익명성 보장을 위해 개인 정보와 신상을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은 편집 및 각색했습니다.


※ 인터뷰의 문장은 참여자의 말투와 사용하는 단어의 어감을 살릴 수 있는 문장으로 편집했음을 밝힙니다.


※ 본 인터뷰는 서울시의 <청년프로젝트>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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