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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유니온 Nov 09. 2021

사랑하고 싶은 것, 나의 일

아르바이트를 하며 겪은 부당한 경험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는 내 일을 사랑하고 있는지 반문해보게 됩니다. 오늘 이야기를 들려줄 참여자는 노동을 ‘내가 사랑하는 나의 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사랑할 수 있는 일을 찾지는 못했다. 15시간 미만 일을 하는 사람을 초단시간 노동자라고 부른다.  통계청에 따르면 초단시간 노동자는 100만 명이 훌쩍 넘었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주휴수당을 받지도 못하고, 사업장 내에서의 위치도 낮아 해고의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그렇게 일을 하고 있는 청년들의 불안함과 불안정함이 있다. 자신의 노동을 사랑하지만 현재는 불안정한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 살고 있는 청년이 있다.


Q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 안녕하세요. 샌드위치 가게랑 빵 가게 두 곳에서 일하고 있는 24살 청년입니다.


Q : 두 곳에서 일하고 있는 이유가 있을까요?

A : 전에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고 실업급여를 받고 있었어요. 이제 취업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갑자기 보이스피싱 전화가 온 거예요. 인터넷 계정이랑 연동된 것 때문에 110만 원이 빠져나간 거예요. 천천히 일을 구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어요. 그래서 바로 일을 구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한 곳에서 15시간 이상 일을 안 시키는 거예요. 그래서 여러 아르바이트를 동시에 하게 됐어요. 


Q : 한 곳에서 15시간 이상 계약을 안 맺는다는 건가요?

A : 네. 주휴수당을 안 주려고 하는 건지 제가 갔던 곳은 다 14시간 30분씩 잘라서 계약을 했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두 개를 찾게 된 거예요. 


Q : 보이스피싱을 당하지 않았으면 어떤 일자리를 찾으려고 했나요?

A : 저는 제가 갖고 있는 가치를 사회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예전에는 시민단체나 청소년 기관, 노동조합 유관 단체에서도 일을 했었어요.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에 함께 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Q : 급하게 아르바이트를 구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A :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걱정했었어요. 구직사이트 보면서도 일 구하기 힘들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일 할 게 많은 거예요. 생각 보다 공고가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근데 일을 하러 가서 이유를 알았어요. 사람을 자르기(해고하기)가 쉽고, 정말 공간이 작은 가게에서 사람을 2-30명씩 고용하니까 일하는 곳이 너무 열약한 거예요. 이게 주휴수당을 안 주려고 15시간 미만으로 계약을 맺다 보니까 일하는 사람이 엄청 많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아 지금 이런 세계구나’ 싶었어요.


Q : 구직 과정에서 겪은 부당한 일이 있었나요?

A : 학원에서 조교 같은 걸로 일 할 수 있냐고 연락이 와서 면접을 보러 갔어요. 경력을 쭉 보시더니 저한테 갑자기 ‘페미(페미니즘) 하세요?’라고 하는 거예요. ‘페미가 직업도 아니고 어떻게 하는 거지?’라고 생각했어요. 그 상황에서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부적절하고 불쾌한 질문이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할 수가 없었어요. 제가 면접 보는 자리에서 불쾌하다고 하면 저를 안 뽑을 게 뻔하니까 그래서 못 했어요. 


Q : 아르바이트 노동이라 힘들었던 점이 있나요?

A : 아르바이트를 채용하는 일자리가 대부분 5인 미만 사업장이잖아요. 영세 사업장이고요. 그러니까 해고하기가 쉬워요. 저는 2곳에서 잘렸었어요. 한 곳은 무급 노동을 하다가 잘렸고요. 정말 단순한 일이었는데 수습 기간이 필요한가 싶었는데, 그때 해고되어서 돈을 못 받았어요. 근로계약서도 안 썼고요. 


Q : 부당한 일을 많이 겪은 것 같아요. 점점 피로감이 쌓일 것 같은데요. 

A : 원래 제 성격상 문제가 있으면 짚고 넘어가야 되는데요. 이런 일을 자주 겪으니까 무기력해지는 느낌이 많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일을 동네에서 구하다 보니까 제가 문제제기를 하면 소문이 나요. 사장님들끼리의 네트워크가 있더라고요. 문제제기를 계속하면 일을 못 구할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쉽게 잘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이제는 오히려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어요.


Q : 그러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에도 계속 일을 구하고 있나요?

A : 그럼요. 70만 원으로 한 달을 살기에는 너무 빠듯해요. 그래서 일을 하나 더 구하려고 하고 있고요. 그리고 시청에 일자리 공고가 올라오고 있어서 그런 데에 3개 정도 이력서를 넣었고요. 다음 주에 결과가 쭉 나와요. 하지만 결과는 모르죠.


Q : 현재 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어떻게 될까요?

A : 마이너스 3점이요. 일단 수면의 질이 너무 안 좋아요. 그러니까 삶의 질이 떨어지고 몸이 너무 아프기 시작하더라고요. 지금은 목요일, 금요일에 일이 몰렸는데요. 금요일에 퇴근할 때가 되며 집에 걸어가기가 너무 힘들어요. 너무 지치고 힘들어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억울하고 그래서 점수를 낮게 줬어요. 

                     


Q : 업무 강도도 높고 스트레스도 심하신 것 같아요. 

A : 일할 때 앉아있을 수가 없어요. 앉아있으면 사장님이 CCTV로 보고 있다가 앉지 말라고 연락을 해요. 그리고 핸드폰도 볼 수가 없고요. 그래서 일하는 시간에는 매장과 제 세상과 단절되어 있는 것 같아요. 음료를 만들 때 실수를 했을 때나 손님한테 혼나거나 했을 때 오는 스트레스까지 합쳐지니까 일하는 곳에서 받는 압박이 심해요. 육체적인 어려움과 정신적인 고통이 함께 오는 거예요. 


Q : 지금의 생활이 불안정하다고 느끼세요?

A : 커피 아르바이트를 할 때 원두를 패드에 받아야 하는데요. 어느 날은 원두를 받는데 손이 바들바들 떨리는 거예요. 이게 너무 힘들어서 그런가 보다 싶어서 파스도 붙여봤는데 계속 그러더라고요. 근데 이게 몸이 힘든 게 아니라 마음이 계속 불안하니까 그런 것 같더라고요. 내가 금방 잘릴 수도 있으니까요. 


Q : 일하다가 다친 적은 없었나요?

A : 예전에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팔을 덴 적이 있어요. 병원을 가야 할 것 같다고 사장님께 말씀드렸더니, 갑자기 나가시더니 화상연고 하나 사 가지고 발라주는 거예요. 산재 처리를 해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2천 원짜리 연고만 바르고 말았어요. 


Q : 지금까지 하고 있는 일 경험이 자신한테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A : 제가 지난주에 면접을 7곳을 보고 왔어요. 이제는 아르바이트나 일자리를 보러 가서 저도 사장님들을 면접 보고 온다고 생각하면서 다녀요. 사장님이 괜찮은 사람인가, 좋은 사람인가, 매장에는 자주 나타나는가, 그런 걸 보는 눈이 생겼어요. 초면에 반말하는 사람은 진상일 가능성이 50% 이상이죠. 갑자기 수습 기간 얘기를 꺼내는 사람이면 거르는 거예요. 


Q : 하고 싶은 일과 지금 하는 일이 다른 것 같아요.

A : 맞아요. 내가 일을 한다면 나의 노동에 감사하는 사람과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제 노동으로 세상을 더 밝히고 싶었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제가 하고 있는 일에서는 저를 존중하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그래서 정체되어 있는 것 같고, 부정적인 생각이 저를 갉아먹는 느낌이에요. 계속해서 억울함이 쌓이고 있는 것 같고요. 


Q : 일, 노동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세요?

A : 저는 노동과 우리의 삶은 분리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직장에서 하는 노동뿐만 아니라 집에서 하는 일도 노동이잖아요. 노동은 우리가 노력하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지금은 하도 힘든 일을 경험해서 내가 생각을 잘못했나 싶어서 속상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노동은 ‘내가 사랑하는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나에게 노동이란 ‘사랑하고 싶은 것’이에요. 


Q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세요?

A : 불안정한 노동을 하고 있는 분들은 대부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이에요. 왜냐면 어디에도 안 잡히거든요. 계약도 못 하고, 4대 보험도 못 드는 사람이 많거든요. 저는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불안정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여러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 생활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면 불안정한 노동을 하고 있는 분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저와 같은 상황에서 일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 인터뷰 참여자의 익명성 보장을 위해 개인 정보와 신상을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은 편집 및 각색했습니다.


※ 인터뷰의 문장은 참여자의 말투와 사용하는 단어의 어감을 살릴 수 있는 문장으로 편집했음을 밝힙니다.


※ 본 인터뷰는 서울시의 <청년프로젝트>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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