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주적 사고는 세상을 더 쉽게 이해하도록 해준다. 대신 그 중독될 수밖에 없는 사고과정에 빠져버리면 자신을 거기에 맞추는 불행이 시작된다. 스스로를 하나의 범주, 프레임, 편견(다 비슷비슷한 말들..)에 가둔다. 그리고 가장 나쁜 경우에는 남에게도 비슷한 기준을 적용한다.
나같은 경우에도, 최고의 광고인이나 마케터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광고인이나 마케터가 무엇인지, 또 그들 중 최고가 된다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고 연구하는 것은 잊은 채, '광고인은 이래야 해! 마케터라면 이런 건 알아야지!' 뭐 이런 식이다. 그 결과, 대학교 3학년 때쯤 나의 상태를 깨닫고 끙끙 앓았다.
나의 상태는 이랬다. 광고인이나 마케터들이 쓰는 포토샵이나 영상편집, 기획하는 스킬들은 겉핥기로 조금은 알았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이것도 사람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방법,동료와 함께 일하는 방법은 전혀 모르는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그러면서 혼자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믿는 멍청이가 되어 있었다.(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면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부족하다.. 언제쯤 나아질런지..)
장르가 된 사람들
그래도 스무살 때는 조금 나았다. 그 나쁜 모습들이 꿈틀거리긴 했지만, 세상을 너무나도 모르는 나머지 열정과 순수함이 있었다. 명언을 모으고 멋진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그러면서 나름의 창작(?)도 했다.
스티브잡스, 파가니니, 크리스토퍼 놀란은 스무살 나의 영웅이었다. 그들을 보며 '장르가 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땐 그게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그냥 멋있어서 그렇게 정했었다.
스무살, 팔의 창작(이런 걸 만들어 놓고, 그렇게 살았다고..?)
요즘 나보다(만큼) 멋진 동료들과 일하면서 앓기를 멈추니, 세상에 멋있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중 제일은 유재석이다. 유재석은 범주에 넣기엔 너무 많은 범주에 속해있고, 그 범주의 교집합은 가늠하기도 힘들다..(억지로 쥐어짜보자면 사람들에게 행복과 웃음을 준다는 것..?!) 메뚜기 춤을 췄었고, 황소와 줄다리기를 하고, 봅슬레이와 조정에 도전하고, 트로트 가수가 되었다가, 라면을 끓여주기도 한다. 유재석은 유재석이라는 장르가 되었다.
(+심지어 유재석은 흑역사도 꽤 많다. 그리고 자신의 흑역사를 부끄러움 반, 반성 반으로 소개하며 내가 나의 나쁜 모습을 반성할 수 있게 도와주기까지 한다!)
장르가 된 사람들을 소개하는 장르가 된 사람들
'장르가 된 사람들'이라고 '분류하며 소개하는 것' 자체도 참 아이러니이지만, 난 아직 장르가 되지 못한, 범주적 사고를 하는 인간이니 감히 추천을 해본다.
아래에 추천하는 '장르가 된 사람들'은 좋은 글, 생각, 것 그리고 좋은 사람을 보면 큰 소리로 외쳐 다른 사람들도 알 수 있도록 하는 사람들이다. 이 분들의 콘텐츠(외침)를 보다 보면, 내가 (혼자) 주장하는 '장르가 된 사람들'이라는 개념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