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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drew Jan 08. 2020

죽어도 선덜랜드

축구 다큐멘터리


영국 프로 축구 2부리그 팀 선덜랜드에 대한 다큐멘터리.


일반적인 스포츠 다큐멘터리의 래퍼토리는 스타선수의 화려함과 그 평범함을 조명한다. '죽어도 선덜랜드'는 선덜랜드 구단과 그들의 축구를 다룬다. 지역 커뮤니티와 팬들, 문화, 그리고 클럽 내 다양한 내부사정을 이야기한다. 국내 해외축구팬이라면 대단히 흥미를 느낄 다큐멘터리다. 우리는 스포츠뉴스와 TV중계로만 접했던 그들의 축구 문화를 훨씬 생생하고 솔직하게 느낄 수 있다.


쇠락한 공업 도시의 음울하고 어두운 분위기. 팬들의 일상에서의 탈출구를 넘어선 기대감. 선덜랜드 팬들의 기대감은 다층적이고 무겁고 격렬하다. 선덜랜드의 팀원들 또한 갑론을박하며 때로는 승리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기도, 좌절하기도 한다. 팬들에게 더 좋은 축구를 보여주려 노력하지만 녹녹치 않은 현실의 벽을 체감한다.




일상에서의 탈출구에서조차 세상의 벽에 부딪히는 선덜랜드


축구 에세이 [피버피치]의 작가 닉 혼비는 '축구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게 하는 여가 생활로 즐길 수 없으며, 환각, 중독에 빠지게 하여 일상 생활에 장애를 불러일으키는 어떠한 것과 가깝다'고 말하였다. 축구에서 파생되는 우울감과 강박관념, 폭력성. 경제가 어렵고 2부리그로 강등되어 팬들의 분노 또는 어두운 감정의 분출을 생생하게 맛볼 수 있다.


선덜랜드의 팬들은 축구를 종교처럼 믿고 과몰입한다. 팀이 실패하면 일상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받는다. 선덜랜드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그들의 전통 노동자 계층 팬들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경기장에서 '죽어도 선덜랜드'를 외친다. 그들은 일상의 탈출구에서조차 패배의 쓴맛을 맛본다.


축구는 사회악일까. 어려운 현재의 삶, 그리고 패배를 거듭하는 선덜랜드 축구. 그럼에도 선덜랜드에 미래가 있으며 지금은 단지 힘든 시기를 지나가고 있을 뿐이라는 의지를 다진다. 팬들과 구단을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으는 종교적 역할을 하는 선덜랜드 FC. 오늘의 내 삶이 패배했을지라도 내일은 잘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모은다.


야속하게도 선덜랜드의 결말은 더욱 더 현실적이어서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들의 종교가 팬들을 배신했으나 팬들은 선덜랜드 FC를 배반하지 않는다. 선덜랜드의 팬들은 팀이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내리라 믿는다. 현실이 무척 어둡더라도 축구에서만큼은 지지 않기를 바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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