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4 vs 롯데 자이언츠
지금까지 그렇게 운이 따르는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운이 많이 찾아오지 않았고 딱히 크게 기회를 잡아본 기억도 없다. 가끔은 오히려 운이 나를 피해간다는 생각도 해본적이 있다. 첫 사랑과 이뤄지지 않았던 2년 간의 모든 순간을 떠올려보면 뭐든 어긋났으니 말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운명을 좋아하지 않는다. 운이 연결되있지 않기를, 운들이 모두 독립시행이길 바라는 쪽에 가깝다.
한화이글스 유망주 중에 좋아하는 선수가 몇 있다. 사실 노장 선수 중엔 좋아할만한 선택지가 많이 없다.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온 선수는 김태균 정도를 제외하고는 다른 팀에서 온 선수들이라. 나도 꼴에 팀에서 자라온 선수가 더 좋다.
투수 중엔 박주홍, 김재영, 김민우, 그리고 사고로 세상을 떠나 정말로 가슴 아팠던 고 김성훈. 타자 중엔 이동훈과 강경학, 정은원, 노시환을 좋아한다. 이들이 하루 빨리 불완전연소밖에 할줄 모르는 선수에서 벗어나 한화의 에이스로 성장해주길 바란다.
오늘 선발 투수가 박주홍이었다. 이정훈 전 스카우트 팀자오가 한용덕 전 감독이 그렇게 칭찬했던 선수, 나올 때마다 실점하지만 팀에서 여전히 밀어주는 좌완 파이어볼러. 오늘도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지 못하고 3회만에 마운드를 내려가 안타까움을 느꼈다. 아마 다음에도 등판한다면 다시 또 찾아볼 거 같다.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더라도 경기 끝까지 투구를 지켜볼 거 같다.
특이하게 이런 유망주 선수에 대한 팬심은 딱히 이 선수가 좋은 퍼포먼스를 보인적이 한번도 없는 경우가 많다. 남자대 남자로서 외모에 끌릴 이유도 더더욱 없고. 냉정하게 어떤 선수는 다른 길 찾아보는게 나을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그냥 막연한 기대감, 응원하는 마음 같은게 아닐까 생각한다. 나도 사회 초년생의 입장으로서 동질감을 느끼며 응원하는 마음이랄까. 초라한 감성임이 분명하지만, 그래도 그 선수가 백에 한번이라도 잘해준다면 나도 기꺼이 즐겁게 축배를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