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니야
2015년 9월, 병장 3호봉
문득 사물이나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낄때가 있다.
그건 대개 그가 외로운 상태임을 말한다.
우리의 외로움은 사랑의 부재에서 나온다.
그럴 때면 늘 그렇듯이 대체재를 찾곤한다.
적당해 보이는 듯한 무언가를 찾고
그 무언가에게 기대어
그 날의 외로움을 잊고 싶어한다.
기댈 수 있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대상을 구매하려 노력해보기도 하고
(물질 만능 사회의 허상이지만)
단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사유하려고 한다.
교감하려 하기도 하고
침묵을 지키기도 한다.
대상도 다 다르다.
우리는 때로는 음악과 모든 취미에
때로는 휴대폰과 텔레비전에
때로는 친구와 가족과 연인에게
때로는 유흥과 도박에
때로는 신에게
자신의 외로움을 풀기 위해 그대의 어깨를 빌린다.
그렇게 인스턴트 같은 대상에게, 또 때로는 허망한 것에게.
그리고 아주 가끔, 우리는 영원한 대상에게 우리의 어깨를 기댄다.
외로움은 일개 감정이지만
한낱 인간이 그 감정을 이겨내는건 쉽지 않다.
그래서, 혼자 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
늘 마음이 지치게 된다.
혼자일 때는 주위를 둘러보면 모든 것이 다 높은 산성 같아서
그 높이와 무게감이 대단하여, 주눅들게 되서 힘들다.
군대에서는 내 길은 늘 혼자 걷는 것만 같았다.
자본주의를 수호한다는 가치 아래에 있는 군대는 아이러니하게 자본주의가 철저히 통제된 세계.
부대에 처음 발을 내딛었을 때, 그곳에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물이란 부재하였고,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여기에는 전적으로 의심 많고 두려움 가득한 내 성격이 한 몫했지만 말이다.
곧 군대를 매무새할 때가 다가오고
기다랗게 이어져있던 이 길의 끝이 보인다.
그리고 끝이 다가올 수록
그동안의 시간과 사건들은 더욱 새롭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은
그 시간속에서 그 긴 길을
내가 혼자 걷고 홀로 무언가를 해낸게 아니라는 사실.
나는 늘 외롭고 쓸쓸하였지만
그러니깐 무의미하고 건조한, 아주 드라이한 시간의 연속인 것만 같고
새하얀 안갯속을 헤쳐나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도 없는 것 같았고
몹시 적적하였다.
내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면
늘 좌로 봐도 우로 봐도
존재의 부재 속에 있는 듯 하였다.
그러나 긴 미로속에서 빠져나오고서야 생각하는 것은, 그 모든 상황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
지겹도록 힘들게 하는 외로움과
마음을 갉아먹는 우울감들 속에서
그 속에서 나는 누군가와 동행했고,
내 곁을 함께 걸어가는 이들이 었었다.
물론 의식하지 못했지만
늘 그렇듯이,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길고 어둔 터널을 홀로 지나는 삶 속에
끝을 알 수 없어 외롭고 원망이 일어날 때
내가 아는 모든 것 희미 해지고 어두워
살아 만져지는 것조차 느껴지지 않네
내가 아는 모든 것 옳은 확신이 없어도
그대 가는 그길 바른길 이란 확신 없어도
보지 않아 명확찮고 만지지 않아도
그대 가는 그 길 두려워 포기하지 마요
힘을 내요 당신에게 힘이 될께요
혼자 있는 듯 해도 그게 아냐
그대 곁에 항상 내가 있어
용기 내어 걸어가요 우리 함께
아는 것과 그렇게 산다는 게
달라 힘이 들어도
통과할 길이라면 가야 해요
그 길이 길고 어두워도 함께 가는 날 봐요
멈춰선 그곳에서 주위를 만져보면
멈춰선 그곳에서 누구를 불러보면
그대와 함께하는 손 만질 수 있고
당신을 향한 음성 들을 수 있을 거야
- 「동행」, 함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