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소낙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ndrew Oct 22. 2015

동행

혼자가 아니야


2015년 9월, 병장 3호봉




문득 사물이나 사람 필요하다고 느낄때가 있다.

그건 대개 그가 외로운 상태임을 말한다.





우리의 외로움은 사랑의 부재에서 나온다.

그럴 때면 늘 그렇듯이 대체재를 찾곤한다.

적당해 보이는 듯한 무언가를 찾고

그 무언가에게 기대어

그 날의 외로움을 잊고 싶어한다.


기댈  수 있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대상을 구매하려 노력해보기도 하고

(물질 만능 사회의 허상이지만)

단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사유하려고 한다.

교감하려 하기도 하고

침묵을 지키기도 한다.


대상도 다 다르다.

우리는 때로는 음악과 모든 취미에

때로는 휴대폰과 텔레비전에

때로는 친구와 가족과 연인에게

때로는 유흥과 도박에

때로는 신에게

자신의 외로움을 풀기 위해 그대의 어깨를 빌린다.


그렇게 인스턴트 같은 대상에게, 또 때로는 허망한 것에게.

그리고 아주 가끔, 우리는 영원한 대상에게 우리의 어깨를 기댄다.





외로움은 일개 감정이지만

한낱 인간이 그 감정을 이겨내는건 쉽지 않다.

그래서, 혼자 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할 때

늘 마음이 지치게 된다.


혼자일 때는 주위를 둘러보면 모든 것이 다 높은 산성 같아서

그 높이와 무게감이 대단하여, 주눅들게 되서 힘들다.


군대에서는 내 길은 늘 혼자 걷는 것만 같았다.

자본주의를 수호한다는 가치 아래에 있는 군대는 아이러니하게 자본주의가 철저히 통제된 세계.


부대에 처음 발을 내딛었을 때, 그곳에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물이란 부재하였고,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여기에는 전적으로 의심 많고 두려움 가득한 내 성격이 한 몫했지만 말이다.




곧 군대를 매무새할 때가 다가오고

기다랗게 이어져있던 이 길의 끝이 보인다.


그리고 끝이 다가올 수록

그동안의 시간과 사건들은 더욱 새롭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은

그 시간속에서 그 긴 길을

내가 혼자 걷고 홀로 무언가를 해낸게 아니라는 사실.


나는 늘 외롭고 쓸쓸하였지만

그러니깐 무의미하고 건조한, 아주 드라이한 시간의 연속인 것만 같고

새하얀 안갯속을 헤쳐나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도 없는 것 같았고

몹시 적적하였다.


내가 도움을 필요로 할 때면

늘 좌로 봐도 우로 봐도

존재의 부재 속에 있는 듯 하였다.


그러나  긴 미로속에서 빠져나오고서야 생각하는 것은, 그 모든 상황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


지겹도록 힘들게 하는 외로움과

마음을 갉아먹는 우울감들 속에서

그 속에서 나는 누군가와 동행했고,

내 곁을 함께 걸어가는 이들이 었었다.



물론 의식하지 못했지만

늘 그렇듯이,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길고 어둔 터널을 홀로  지나는 삶 속에

끝을 알 수 없어 외롭고 원망이 일어날 때
내가 아는 모든 것 희미 해지고 어두워
살아 만져지는 것조차 느껴지지 않네

내가 아는 모든 것 옳은 확신이 없어도
그대 가는 그길 바른길 이란 확신 없어도
보지 않아 명확찮고 만지지 않아도
그대 가는 그 길 두려워 포기하지 마요

힘을 내요 당신에게 힘이 될께요
혼자 있는 듯 해도 그게 아냐
그대 곁에 항상 내가 있어
용기 내어 걸어가요 우리 함께

아는 것과 그렇게 산다는 게
달라 힘이 들어도
통과할 길이라면 가야 해요
그 길이 길고 어두워도 함께 가는 날 봐요

멈춰선 그곳에서 주위를 만져보면
멈춰선 그곳에서 누구를 불러보면
그대와 함께하는 손 만질 수 있고
당신을 향한 음성 들을 수 있을 거야


                            - 「동행」, 함부영  

매거진의 이전글 전역 유감(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