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니야
사각사각사각.
하나의 소박한 꿈조차 결코 홀로 이뤄낼 수 없다. 그렇기에 꿈을 따르는 길은 결코 고독하지 않다.
어린 시절 선생님에게 "ㅇㅇ은 글을참 잘쓰는구나"라는 칭찬을 받았다. 이후로 글쓰기가 좋아졌다.
그때부터 내 버킷리스트의 최상단에는 글쓰기 시작하기가 늘 적혀있었다. 나중에 에세이 작가, 설령 그렇지는 못하더라도 좋은 취미로서 글쓰기를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항상 미뤄만 두고 있었다. 이것저것 다른 중요한 걸 해야한다는 생각에 글쓰기는 늘 뒷전에만 두었다.
아이러니했다. 버킷리스트의 최상단에 있었지만 이 주의 할일 목록에는 적혀있지 않았다.
중학생땐 고등학생때, 고등학생땐 대학생때 하자 생각했다. 그러다 어영부영 군대에 입대해버렸다.
왜 그랬을까. 사람들이 무언가를 미루는 이유가 다 그렇듯, '막상 잘해낼 수 없을 것 같아.'라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 같다.
작년 여름 무렵이었다. 군대에서 휴가 나온 나에게 친구가 노트를 건넸다. 생각나서 샀다고 친구는 덤덤히 말했다.
노트는 마음에 들었다. 연습지로 쓰기엔 아까웠다. 특별한걸 기록하고 싶었다. 이게 나였고, 이 검고 심플한 노트를 의미있는 데에 사용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 글쓰기 꿈이 생각났다. 부대에 돌아가면 노트에 글을 하나씩 적어보아야겠다는 생각. 전역 2달전 일이다.
누군가 말했듯 시작은 정말 반이었다. 친구가 선물한 노트에다 이야기를 하나 둘 적어가는건 생각보다 수월했다. 노트에서 시작한 글쓰기는 어느새 50개에 이른다.
나는 늘 계기가 필요로 했었다. 그러니깐 정확히는, 계기란 이름으로 포장된, 다른 이의 작은 손길을 기대하고 기다려왔던 것 같다.
그 때에 막연한 두려움에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친구의 손길이었고, 나는 비로소 꿈에 한 발짝 뗄 수 있었다.
'신0 떡볶이 먹자.'
노트를 선물받은 그 휴가 때였다. 친한 누나가 내게 떡볶이를 사주었다.
떡볶이를 먹으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전역하고 무엇하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주저하다 노트를 보여주며, 작은 취미로서 글쓰는 것을 시작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나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예상했고, 생각외로 누나는 대단한 관심을 가져주었다.
"야. 그럼 내가 1호팬할게."
"싸인받아둬야겠다. 여기다 싸인해줘 나!"
"작가님과 사진도 찍어야겠네. 사진찍자!"
우리는 떡볶이집에서 나와 각자 갈길로 헤어졌다. 무더운 여름에 사주었던 떡볶이 맛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거기에 더해진 그 큰 마음은 잊을 수가 없다.
누군가에게 강한 지지를 받는 일은 대단히 떨리게 하였고 마음에 용기를 더하였다. 다른 사람의 꿈을 진심으로 격려해준 마음에 심심한 감사를 전한다.
존경하는 형에게 늦은 생일 선물로 만년필을 선물 받았다.
펜 귀퉁이에 새겨진, 마음을 빼앗는 글귀 'by anndrew'
처음 사용해서인지 잉크는 나오다 말다한다.
막 쓰지말고 소중히 다뤄야겠다는 마음을 담으며 꾹꾹 눌러 적어본다.
무겁고 가느다란 기대감을 살펴시 올려놓은 이 펜을 사용하며.
하얀 종이 위에 눅눅하지만 진한 잉크로 쓰여지는 게 제법 마음에 든다.
어느새 펜은 내 분신이 되었고, 나는 펜에 잔뜩 매료되어 길들여졌다.
마음을 담아 한 글자 한 글자 적어본다.
사각사각사각.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복이 있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