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산문집

할머니와 그녀

by Anndrew



할머니는 누군가의 그녀일 것이기에 그 자리에 하염없이 앉아있는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눈빛이 선명하고 또렷할 수 없었다. 그건 노상 사랑을 아는 사람만이 지닌 눈빛이었다.




할머니가 눈에 띈건 작년 봄이었다.


지하철 역으로 향하는 골목 길, 할머니는 빌라 앞 의자에 하루종일 앉아있었다. 학교 가는 길이면 늘 그녀와 눈이 마주쳤고, 나는 슬그머니 그녀의 눈을 피해 괜히 핸드폰을 열어보곤 했다. 그리고 슬쩍 할머니 쪽을 보면 그녀는 어느샌가 먼 골목 끝을 응시하고 있었다. 늘 그랬다.


할머니는 아침이면 의자를 가지고 내려온다. 어둠이 오면 의자를 들어 집으로 들어가고, 날이 밝으면 다시 자리를 지킨다. 그것이 그녀의 일상이었다. 거의 매일을 그렇게 채웠다. 똑같이 골목 끝을 응시하면서.


할머닌 여름과 가을에도 자리를 지키었다. 그녀

의 눈은 골목길 초입을 향하고 있었다. 대체 누구를 기다리는걸까. 누군가가 뛰어들 것만 같았지만, 골목은 한산했다. 할머니도 말없이 앉아있었다.



많이 추운 겨울 날들, 요즘에 그녀는 보이지 않다. 이사를 간걸까, 몸이 안 좋으신걸까. 아침 길을 걸으며 걱정이 들었다. 인사 한번 한적 없지만 할머니가 보고 싶어졌다. 나는 그녀에게 길들여졌고, 골목도 할머니가 없으면 안되었다.


다행히 일주일이 채 안되어 할머니는 다시 제 자리를 찾았다. 거리도 그녀를 마중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다시 먼 골목 끝을 응시했다.




이 겨울의 끝에 할머니는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할머니도 누군가의 그녀겠지. 그녀의 눈동자는 너무나 많은걸 담고 있었기에. 이불을 덮으며 그녀의 재회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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