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 상담 이야기 #4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by 윤군

홍대 앞 카페에서 만난 커플은 행복해 보였지만 동시에 뭔가 미묘하게 불안해 보였습니다. 그 불안함 때문인지 타로를 꺼내기 전에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날씨부터 드라마, 야구로 시작한 사소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3년 조금 넘게 만난 커플이었고, 남자는 5개월 차 신입사원, 여자는 마지막 학기의 취준생, 크게 싸운 적은 없었지만 요즘 들어 사소한 일로 조금 싸우는 그런 커플이란 걸 알았습니다. 남자는 조금 피곤해 보였지만 타로 상담을 마치고 시작할 데이트 때문인지 조금 들떠있었고, 여자는 행복한 표정 사이사이에 문득 불안해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뭐지?' 생각하면서 타로 카드를 준비하고 첫 질문을 받을 때,

사단이 벌어졌습니다.


"오빠가 날 사랑하나요??"




그리고 다음 장면은 타로 상담이 아니라 한 커플의 말싸움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조용히 구경하는 남자 1이었지요. 저는 두 사람이 싸움을 끝낼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못했습니다. 조용히 들으면서 나름의 정리를 했지요. 팩트만 놓고 보자면 요는 이랬습니다.


연애 초기보다 통화하는 시간이 줄었다. (무제한 요금제를 쓸 필요가 없어졌다.)
함께 놀러 가는 시간이 줄었다. (봄에 벚꽃놀이도 가지 못했다.)
사소한 다툼이 많아졌다. (예전이라면 싸우지 않았을 일이었는데)
설레지가 않는다. (익숙하고 편안한 게 좋은 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여자가 내린 결론은 '사랑이 변했어'


물론 남자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솔직히 매일 같이 붙어있는데 헤어지고 나서 통화로 할 얘기가 많지 않다.
일이 바빠서 그랬다. 미안하다. 앞으로 1달에 1번은 꼭 교외로 나가자.
나 혼자 다투는 것은 아니다. 너 또한 마찬가지다.
설레지 않는다고 사랑이 아닌 건 아니다.


그래서 남자의 답변은 '난 아직도 너를 사랑해.'




한 시간 뒤 이 커플의 모습을 미리 말하자면, 조금 붉어진 눈으로 손 꼭 맞잡고 선유도공원에 데이트하러 갔습니다. 저는 별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둘이서 싸우고, 울다가, 토닥토닥 하더니 서로 마음을 다 풀었더라구요. 그동안 쌓아놨던 이야기를 나눈 게 문제의 해결책이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고맙다고 말하는 두 사람을 보며 저는 이 커플의 과거, 현재, 미래를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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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나타내는 '연인' 카드는 연애에서는 가장 좋은 카드입니다. 서로 존중하고 아끼며 불타오르는 사랑, 하지만 현재에서는 그 사랑이 조금씩 시들어 갔습니다. 마지막으로 미래를 나타내는 '세계' 카드는 두 사람이 걸어갈 아주 먼 길을 나타냅니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멀리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옆에 놓인 조각상들처럼 어떤 모습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채 말이지요.




사람의 기억이란 참 신기해서 낯선 경험은 아주 선명하고 오랫동안 기억하는 반면에, 익숙한 경험은 쉽게 잊혀집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일상이 반복될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지요.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첫 순간의 기억들은 아주 오랫동안 선명히 남겠지만, 오랜 연인들은 그 짜릿한 설레임 대신 편안하고 익숙함이 남는 것이겠죠. 그 느낌을 '애정이 식었다, 사랑이 변했다'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요, 사랑은 변해요.


'사랑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겠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은 날씨, 입은 옷, 점심 메뉴 같은 아주 소소한 것들에도 바뀔 수 있습니다. 당연히 시간에도 영향을 받겠지요. 그래서 사람은 그 '변한 사랑'에 서운하고 속상한 감정을 느낍니다. 쿨하게 인정하세요. 시간이 가고 나이를 먹듯이 사랑도 변한다는 것을. 혹시라도 글을 읽다가 속상해하거나 우울해할지 모르는 당신을 위해 한 가지 팁을 드릴게요.


사랑이 변하는 방향은 당신이 정할 수 있습니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읽어드립니다

Tarot Reader 윤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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