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연락이 올 거라 생각했다. 내가 알던 너라면 분명 그럴 테니까.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하고는 행복하게 살 거라고, 그러니 잘 지내라고. 꿈결에라도 듣고 싶은 목소리로 고맙고도 잔인하게 내게 말을 했을 테니까. 그래서 연락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지금의 네가 내 기억 속의 네가 아니어서 머릿속으로 몇 번을 그렸던 그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하지만 그 전화를 받았을 때, 생각과 다르지 않은 너의 모습에 우울하기보다 몇 년 만에 듣는 네 목소리에 반갑고 기뻤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가물거렸던 목소리가 귓가에 부딪히자 마음이 덜컥 떨어져 내렸다. 심장이 멈춘 것 같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죄를 지은 기분. 바닥에 떨어져 깨지지 않았을까 걱정이 드는 마음과는 다르게 목소리는 의외로 아무렇지 않은 척, 쉽게 뱉어졌다. 연습은 많이 했으니까.
“응. 너도 잘 있었어? 3년 만인가?”
“벌써 그렇게 됐네. 겨울이었지?”
‘겨울이 아니라 가을이었지.’
굳이 고치려 하지는 않았다. 별 의미 없는 일일 테니까. 1년이든 3년이든, 겨울이든 가을이든 무슨 상관일까. 중요한 건 우리가 헤어졌다는 사실인데.
잠깐 동안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예전이라면 이언 침묵마저도 달콤했을 텐데. 3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사람은 변하지 않았더라도 관계가 변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넌 이런 침묵을 싫어했잖아. 빨리 하고 싶은 말을 해.’
그리고 지우지 않은 번호와 바뀐 프로필 사진 덕분에 한 달 전부터 알게 된 사실이 휴대폰 너머로 들려왔다.
“오빠, 나 사실....”
“뭐라고? 갑자기 감이 멀어져서 안 들렸어. 뭐라고 그랬어?”
“나...... 한다고.”
“미안한데 방금 큰 트럭이 지나갔어. 뭐라고?”
3년 전이라면 가볍게 쳤을 장난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중에 기다렸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사 봤어?”
“응. 예쁘게 잘 나왔더라.”
“...... 고마워. 고마웠어. 나 정말 행복하게 살게.”
“그래, 세상 누구도 부러워할 만큼 행복하게 살아.”
“고마워. 오빠라면 그렇게 말해줄 것 같았어.”
“......”
“오빠도 잘 지내. 지금 누구 만나는 사람은 없어? 아, 혹시 그때 거기 어딘지 기억나?”
“......”
사실 ‘잘 지내’ 이후의 말들은 흘려들었다. 내가 연애를 하든, 누구를 만나든 그게 무슨 상관일까. 중요한 건 너의 결혼과 행복일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