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표정이 가득 찬 지하철에서 문득 낯선 감정 하나가 찾아왔다.
외롭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나는 외롭구나. 가족과 친구들, 직장 동료와 동아리 후배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릴 때도 이처럼 불현듯 외로움이 찾아온다. 예보에 없었던 소나기처럼 저기 어디선가 떨어져 내린다. 피할 생각은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다른 무언가를 하지도 않은 채 천천히 감정에 젖어든다. 하나, 둘... 마음에 고이다가 이제 넘치려 할 때, 나는 한강에 갔다.
쌀쌀한 저녁. 며칠 새 내린 비로 밤공기는 차갑다. 다리 위 가로등 불빛이 강물에 그려진다. 드물게 산책 나온 사람들이 여백처럼 스쳐간다. 강물이 발 끝에 닿을만한 곳에 앉았다. 잔잔하게 다가와 신발 끝에 입을 맞추곤 다시 흘러내려간다. 검은 강물 자락에 노란 불빛이 흔들거린다.
누구는 바다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누구는 안갯속을 헤매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누구는 술을 마셨고, 누구는 노래를 불렀고, 누군가는 울었다.
사람이 사람을 찾는 이유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 생각했다. 외로움은 비처럼 혹은 달빛처럼 쉬지 않고 다가와 우리를 괴롭히지만, 내 외로움(+)과 당신의 외로움(-)이 만나 비로소 사라지는(0) 거라고. 당신이 있어 내가 위로를 받고 살아가는 거라고.
그런데 오늘은, 혼자여서 외롭지 않다. 사람이 드문 곳에 혼자 강물과 마주 앉아 있는 내가 오히려 외롭지 않다. 이상한 일이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