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쓰다

by 윤군


비 내리는 아침을 쓰고

달이 곱게 웃던 밤을 적었습니다

안개 가득한 아파트 숲에서 빈 마음을 쓰고

기다림 끝에 마주 앉았던 마음을 적었습니다


무릎을 베고 누운 날에도

손 떨며 건넨 편지지의 빈 곳에 마저도

눈에 담긴 온 계절이 코 앞까지 다가온 날에도

마음을 담지 않은 적은 없었습니다


안을수록 아픈 날에도

손을 놓아 허전해진 빈 곳에도

서늘한 목소리에 온기가 달아나버린 그림자에도

당신을 담으려 했습니다


유난히 하늘이 눈부셔

짧은 문장들이 구석진 곳에 쌓여만 갑니다

내가 많이 부족해

아직 당신을 다 담지 못하겠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6월의 단상(斷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