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받다가 울음이 터져 나왔다. '글을 쓰고 싶어요.' 내 입에서 자연스럽게 이 말이 흘러나왔다. 선생님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나는 글쓰기를 배우겠다 다짐했다.
글을 쓰고 싶은 이유는 매우 많았다. 학창 시절 왕따를 당해 친구가 없었을 때 도피처로 책을 선택했다. 괴로울 때나 슬플 때에 항상 책 속의 이야기로 도망쳤다. 책 좋아하는 분들은 당연하듯이 글을 써서 출판의 꿈 한 번 가져봤을 거다. 나 또한 도망치면서도 책을 쓰자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그동안 책을 내지는 못했지만 간혹 백일장이나 사생대회가 있으면 주제에 맞게 술술 써지는 재능 덕에 꼭 상을 타서 문화상품권을 받곤 했다. 그것으로 책을 사거나 음원을 샀다. 이때의 경험으로 내가 초고를 잘 쓴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럼에도 10대의 나는 거의 우울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던지라 하루를 버티는 것에 급급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여행도 하고 싶었고 요리들도 먹고 싶었다. 용돈을 받지 않았던 나는 이 것들을 하기 위해선 직접 돈을 벌어 모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렸다. 딱 6시간 자면서 알바도 하고 대학도 다니고 직장을 다녔다. 마침내 평범한 인간이 되었다. 평범함을 거부하고 싶어서 잠을 조금씩 줄였다. 그러다 보니 몸이 과부하가 온 걸까? 지금도 겪고 있는 불안장애가 와버렸다.
나는 나에 대해 이해하고 싶었다. 병원에선 불안장애라고 진단한 후 약만 줄 뿐이었다. 검색을 하면 불안장애 관련한 영양제를 홍보하는 글만 나왔다.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두꺼운 관련 서적을 읽어야 알 수 있는 현실에 답답했다. 내 경험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결심했다. 기왕 쓰는 거 폼나게 써보고 싶어서 브런치 작가가 되기로 했다. 한겨레교육에서 하는 브런치 작가 되기 수업을 찾았다. 다행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진행했다. 불안장애 때문에 밖에 나갈 수 없는 나도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글을 쓸 수 있다는 즐거움에 수업이 기다려지곤 했다. 하지만 나의 문제를 알고는 글쓰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글쓰기 수업 때 처음 들었던 내 글에 대한 평이었다. 나는 나름 유머 넘치게 썼다고 생각했지만 선생님의 감상평은 주제가 통일성이 없다는 거였다. 그때 퇴고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안타깝게도 내 글은 고칠 게 없는 완전무결한 아이로 보였다. 또 내 생각을 다 썼는데 이걸 고치라니 어디서부터 해야 할까 막막했다. 한 달 반이 끝나가도록 나는 갈피를 못 잡은 채 수업이 끝나버렸다. 당연히 브런치 작가도 계속 승인을 못 받고 있었다. 한번 더 도전하고 싶었지만 자금이 필요했다. 취업준비생이 되고 직장인이 되고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불안장애가 잠잠했지만 정말 괜찮은 건지 점검을 받고 싶었다.
두 번째 상담에서 나는 자꾸 스케줄을 테트리스처럼 넣으려고 한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뭘 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나 자신이 이상했다. 막상 쉬면 아무것도 안 하고 멍 때리지도 않고 그저 잠만 자는 내가 너무 답답했다. 내 고민을 듣고 상담사선생님은 넌지시 질문을 던지셨다.'하고 싶은 게 있나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누구나 하고 싶은 게 있다면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했다. 약간의 정적 뒤 눈물이 나면서 과거의 추억들이 떠올랐다. 아 나 글 쓰고 싶어 했지.
글을 쓰고 싶다고 했지만, 퇴고가 걱정되어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걱정됐다. 이를 들은 상담사선생님이 웃으시면서 '그럼 배우면 되죠!"라고 했다. 맞아 배우자! 근데 어디서 배우지? 검색하면 다 나올 거 같아서 나는 초록색 검색창에 글쓰기 수업이라고 적었다. 어느 장르든 학원이 있는 이 대한민국에 글쓰기 수업 정도 없을까! 논술수업 광고 사이에서 숨고라는 사이트를 발견했다. 이 사이트에서 글쓰기 선생님을 구하게 됐다.
처음에는 여러 선생님의 번지르한 이력이 의심스러웠다. 그러다 소개가 감성적인 선생님을 만났다. 막상 첫 수업을 듣고 나니 설렘이 증폭되면서 선생님에 대한 믿음의 장벽이 하나씩 쌓아졌다. 내 글의 문제점을 봐주시고 최대한 문장을 살리면서 읽을 수 있고 매끄럽게 만들어주는 모습에 감동을 먹었다. 역시 숨은 고수의 경지는 쉽게 올라오는 것이 아니구나.
수업에서 수정한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점차 조회수가 달라졌다. 문득 이전에 간직했던 브런치 작가 신청이 떠올라 11월 초에 다시 도전했다. 결과는 여러분도 보시다시피 작가로 선정이 되어 지금 여기 글을 쓰고 있다. 잘 쓰고 있다고 격려해 주신 선생님이 없었다면 또 한 번 용기 내어 글을 쓴 내가 없었다면 이런 결과는 나오지 못했을 거다. 글을 쓰고 싶다면 일단 써보고 꼭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평을 들어봤으면 한다. 사람들에게 글을 보여줬으면 한다. 솔직한 평만큼 내 글에 대한 좋은 피드백은 없다. 감상평을 통해 글을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선생님을 만나는 것도 추천한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좋은 글 쓰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