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윤지 Nov 13. 2023

내가 도전을 하게 된 이유

 하필 첫 상담 날, 울면서 말했다. 나는 사 불안장애였다. 매일 아침 근무 시작부터  의식할 때마다 대각선에 앉은 사람이 너무 신경 쓰였다. 내가 뭘 하고 있었는지를 잊어버려서 늘 익숙하게 하던 프로그램의 조작 실수를 할 정도였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직장을 그만두었고, 한 달 뒤 어렵게 찾은 새 직장도 그만두게 될까 봐 불안한 마음에 첫 출근 당일 상담을 잡았다. 그렇게 내 두 번째 상담은 시작되었다.



두 달 전 상담을 받기 위해 신청을 해둔 상황이었다. 서울시에서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마음건강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 프로그램을 통해 두 번째 심리상담소를 찾았다. 이곳은 내가 지정한 게 아니라 서울시에서 랜덤으로 지정해 줬다. 나는 그저 상담받고 싶은 지역을 다섯 군데 고르기만 하면 됐다. 당시 온라인 홈페이지에 안내된 타임 테이블에는 상담 일정이 적혀있었다. 이후 그 일정에 따라 상담사님이 먼저 연락을 주셨다.



 낯선 번호로 문자가 반가웠다. 첫 상담 일을 지정해 주신다는 내용이었다. 첫 상담 예약은 8시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8시까지 운영하는 상담소였지만, 나를 위해 흔쾌히 배려해 준 거였다. 감사 인사를 전했더니 선생님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9시까지 있을 때도 많다면서 괜찮다고 말씀해 줬다. 그날의 나는 새 회사에서 어떻게든 불안장애를 숨기면서 잘 다니고 싶은 마음을 털어놨다. 하지만 내 상태가 괜찮지 못했고, 예전의 나로 돌아갈까 봐 두렵다고도 전했다.



두 번째 상담 선생님은 내 말을 침착하게 들어주셨다. 큰 변화가 없는 그 모습만으로도 안정감이 들었다. 이내 그라운딩을 추천받았다. 미래를 걱정하는 내가 현재를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언젠가 읽었던 심리학 서적에서는 그라운딩을 나무나 땅에 몸을 밀착시켜하는 방법이라고 들었다. 그게 일반 건물에서도 가능하냐는 질문을 하니 선생님은 내 심리학적 지식에 놀라워했다. 현재를 느끼게 할 수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다면서 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바로 다음 날 회사에서 그라운딩을 시도했다. 발바닥을 바닥에 대고 그곳에서부터 온몸의 에너지가 순환하는 것을 느끼는 게 그라운딩이다. 처음에는 이게 될까? 싶었는데 시도를 해보니 생각보다 잘 됐다. 그렇게 현재의 나를 느끼면 점차 불안도 낮아지고 대각선 자리에 앉은 사람도 신경이 덜 쓰였다. 나를 되찾은 느낌이 들었다. 덕분에 불안 증상도 많이 낮아지게 되었다.



  두 번째 상담 선생님을 만나니 이전 상담에서 느꼈던 약간의 아쉬움이 해소됐다. 첫 번째 선생님은 조언을 해주는 과정에서 자꾸 서류를 뒤적이거나 적용시키려는 기법을 확실히 아시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두 번째 선생님은 나에게 현재를 바라보게 하고, 안 좋은 생각이 들 때 바른길로 안내해 주는 길잡이 역할을 해줬다. 이전 상담으로 그동안 내 트라우마가 문제라고 해서 막막하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누구나 트라우마가 있으며 그걸 가지고도 현실을 사는 게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트라우마를 생각하면 수영장에 처음 빠진 날이 기억난다. 지금도 그 장소를 보면 매우 괴롭지만 그 근처에 좋은 카페가 있다는 걸 경험하면 끔찍한 기억이 좋은 추억으로 덮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두 번째 상담 선생님은 이 이야기를 듣고 좋은 일이라면서 그렇게 도전하는 것이 좋다고 말해줬다. 도전... 어려운 과제를 받은 느낌이었다.



 이전까지 도전이 너무 싫었다. 정적이고 싶었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서 혼자 이거 싶었다. 고요에 익숙해지고 싶었다. 내 생각에 도전은 아주 활동적이어서 거부감이 들었다. 그러다 이 선생님을 만나고 도전을 하게 됐다. 운동도 시작했고 원 데이 클래스로 댄스 수업도 참여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써서 다른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당신도 극복할 수 있다고 전해주고 싶다.

이전 03화 처음 상담을 받으러 갔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