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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지 Nov 13. 2023

처음 상담을 받으러 갔다.

 다른 사람에게 심리 상담을 추천하냐? 물어본다면 나는 백 번 천 번 무조건 추천한다고 말할 거다. 심리 상담이야말로 예전의 나를 바꿔준 아주 고마운 활동이었다. 심리 상담을 받은 이유는 병원만 다니다 보니 상태가 괜찮을 때마다. 약을 먹어서 괜찮은 건지 내가 나아진 건지 의문이 들었다. 나를 다르게 바꿀 수 있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심리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청년 마음건강 바우처를 이용했다.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는 제도이고 A, B형 중 선택을 할 수 있다. 내가 이해하기론 A형은 기본 상담이었고 B형은 심층 상담이었다. 인터넷 '복지로' 사이트를 통해 신청 가능하고, 주민센터에 직접 가서 신청해도 된다. 마침 퇴사를 해서 시간적 여유도 있었고, 규칙적으로 밖에 나가게 할 활동이 필요하였다. 내가 신청한 상담 유형은 B형으로 10회에 7만 원이란 저렴한 비용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심리상담소를 정하는 데 애를 먹었지만, 구청에서 안내해 준 네 개의 상담소 중에 먼저 연락이 온 곳으로 예약을 잡았다. 일부러 나를 나가게 할 목적으로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30분 걸리는 곳으로 골랐다.



 처음 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 버스를 탔다. 당시 나는 안 좋은 기억이 있어 지하철을 탈 수 없었다. 모르는 사람과 시선을 주고받다가 큰 싸움이 될 뻔한 일이었다. 지하철은 마주 보며 가지만, 버스는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에 마주할 일이 없다는 게 그나마 좋았다. 그때 서초구 본가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언덕길에 있는 다소 외진 곳이어서 버스를 타지 않으면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버스에는 앉을 곳이 없었다. 나는 이따금 휘청이면서 서 있었다. 손잡이를 잡으며 생각했다. 전문가를 만나서 내 상태를 나아지게 만들고 싶다고, 어떤 사유나 이유가 있지 않으면 집에서 나가지 않았다. 바깥은 도전이었다. 더 많은 도전을 하고 싶었다.



 상담소는 겉이 허름한 건물이었고 어릴 적 다니던 피아노 교습소 같은 분위기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각 방에서 피아노 연습이 아닌 심리 상담이 진행된다는 것이었다. 배정된 방으로 들어가서 상담을 받았다. 그동안 나에게 벌어진 일들과 퇴사 이야기, 사회불안장애로 진단받은 내 진단 상황까지 다 말씀을 드렸다. 갑자기 서러움이 몰려와 눈물로 왈칵 쏟아졌다. 말하면서도 내가 왜 이런 상황에서 고통을 받고 있을까? 란 의문도 들었고,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밖에 없었을까 답답함도 밀려왔다.

 

 상담사 선생님은 앞으로 내가 해야 할 행동들을 알려주셨다. 숙제 같은 걸 내주셔서 그 행동들을 직접 해 보는 활동이었다. 예를 들어, 그동안은 버스를 통해서 상담소에 왔다면 다음번엔 지하철을 이용해 상담소를 오는 걸  약속한다던가, 가고 싶었던 식당에 가서 밥 한 끼 먹고 오기, 카페에 1시간 머물고 있기 등  그때 당시의 내가 가장 하기 어려운 행동들을 하고 난 뒤, 다음 상담 시간에 감상과 함께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어떠했는지를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어려워했던 내겐 정말 좋은 효과를 내는 그런 방법이었다.



 가장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나를 던져놓는 것이 빠르게 성장하는 방법이었다. 나는 나아지기 위해 불안을 참으며, 최대한 하고 있는 행동에 집중하도록 해봤다. 불안하면 집중력도 떨어졌지만 그걸 해소하기 위해 프랑스 십자수도 했다. 도안대로 알맞은 바느질 기법을 찾으며 완성해 나가니 만족도도 올라가고, 집중력도 올라가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또 그걸 카페에서 하고 있어도 아무도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고, 오히려 관심을 안 두는 모습들을 봤다. 이런 경험들을 상담 시간에 말씀드리고, 내가 달라진 모습들을 상담사 선생님을 통해 들었다. 마침내 첫 상담 때보다 훨씬  나아진 나를 만났다.



 마지막 10회 상담 때는 이사를 가게 되어 상담 연장을 하지 못하고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상담 덕분에 쉽게 바깥으로 나갈 수 있었다. 이후 나는 취직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농담도 주고받으며 일상을 보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일들이 내겐 상담으로 이뤄낸 도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상담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거나 전문적인 판단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고 성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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