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불안은 신체적인 반응이 나오는 가장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이다. 나는 불안하다 느끼면 식은땀이 나거나 머리가 어지러워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다. 심지어는 갑자기 퇴사를 하기까지 했다.
이런 나를 해결하고 싶었다. 그래서 최초의 불안을 탐구하고 싶었다. 언제부터 였는지는 모르지만 은연중 계속 들어왔을 거라고 믿고 있는 말이 있다. '이렇게 굴면 여기 버리고 간다' 엄마는 어린 나를 내려다보면서 이런 말을 했다. 속상한 나는 고개를 떨구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할 행동이었나? 싶었고, 내가 그렇게 나쁜 아이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5살이던 때, 엄마의 권유로 수영장에 가게 되었다. 인생 첫 수영장은 지하에 있었고, 그곳으로 가는 길이 다소 무섭게 느껴졌다. 이 마음은 당시 어른들이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폭발했다. 나는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고, 교육열이 넘친 엄마는 기어코 나를 떼내어 수영 선생님의 품에 안기게 했다. 그때 나는 순간 정신이 나갔었다. 이렇게 내가 버려지는 건가 싶었다.
수영 선생님은 나를 꼭 안아주시면서 괜찮다고 다독여주셨지만, 오히려 나는 그가 엄마에게로 가지 못하게 붙잡는 악마처럼 느껴졌다. 이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다가 그의 수영모를 물어뜯어 버렸다. 동시에 머리카락도 뜯긴 그는 비명을 질렀고, 화가 난 나머지 나를 어린이 수영장에 던졌다. 이어 삿대질을 하며 나에게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나를 쳐다보는 또래의 얼굴들이 물 너머로 얼핏 보였다. 이것이 내가 수영을 처음으로 한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