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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조 Jul 05. 2023

누구의 잘못일까요?

사실은 너무 예뻐서 그랬던 거예요. 너무 귀엽고 예쁘니까, 자꾸만 괴롭히고 싶고 장난치고 싶어서요. 어린아이를 괜히 울리고 싶은 것처럼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녀는 죽고 말았어요.


그들도 지금 거의 정신이 나갔어요. 매일 자책하며 우는 A, 말도 안 된다, 이건 꿈이다. 현실을 부정하며 등교 거부 중인 B.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거든요. 하지만 소통의 문제였는지 일이 그렇게 돼 버리고 만 거예요.

누구도, 딱히 크게 나쁜 마음을 먹은 것도 아니고, 그냥 다들 그러니까 나는 조금 더 관심을 받고 싶다, 조금 더 기억되고 싶다 하는 마음으로 조금 과장한다는 것이 그렇게 된 거예요. 그게 그녀가 피를 토하며 죽을 정도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거예요.


그녀는 항상 샐샐 웃었지만 매일매일 가슴에 구멍이 났어요. 그녀 입장에선 그들의 장난이 매우 심한 괴롭힘일 뿐이었거든요.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어요. 끔찍했어요. 학교에 가기 싫었어요. 하지만 부모님께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부모님에겐 너무나도 소중하고 사랑스럽기만 한 딸이었기 때문에 부모님이 모르는 세계에서 괴롭힘을 당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장례식에서 본 그녀는 여전히 예뻤어요. 예쁜 사람은 죽어서도 예쁘구나. 하는 생각을 무심결에 했을 정도라니까요. 살아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투명하고 맑은 피부에 옅은 푸른 핏줄이 보이고, 손이며 팔이며 얼굴이며 보드라웠어요. 새카만 눈썹, 긴 속눈썹, 가늘고 높은 코, 붉고 도톰한 입술, 얇은 귀, 가녀린 발. 하나같이, 정말이지 여전히 제가 동경하는 그 여자아이였어요.


죽음은 죽은 이와의 관계를 미화시키기도 하는 걸까요? 그녀와 별 접점이 없던 아이들이 장례식에서 눈물을 보이며 "정말 좋은 아이였는데.", "나 진짜 부러워했어. 그래서 머리 모양이나 화장을 따라 하기도 했어.", "성적도 좋았잖아. 전에 노트 필기 빌렸는데 그거 보고 나도 성적 올라서 그때부터 친해졌잖아.", "나한테 항상 잘해줬는데 난 딱히 그런 적이 없어 아쉬워. 이럴 줄 알았으면 아이스크림이라도 한 번 사줄걸 너무 미안하네."

내성적인 성격에 좁고 깊은 관계를 좋아하던 그녀에게 갑자기 사이좋은 친구들이 늘어났어요. 산 사람에게 갑자기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쩌면 죽은 이의 마지막 선물일까요? 그런 생각이 드네요.


저는 아직도 모르겠어요.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않고 너무 심하게 장난을 친 그들의 잘못일까요, 장난치는 이들에게 자기 의사를 단호하게 표현해 본 적 없는 그녀의 잘못일까요?


어찌 됐든 그녀는 죽었어요.

이제와 다 무슨 소용 있겠어요.


저는 전혀, 죽은 그녀가 남겨진 사람들은 행복하길 바랄 거라는 말도,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그들이 사실은 그녀를 사랑했다는 사실도, 아무것도. 전혀 위로가 되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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