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봄이 와

나는 왜 발전이 없을까. 다들 엄청나 졌는데 나만 그대로다. 아니, 쇠퇴했다. 자꾸만 사치를 부린다. 돈만 있으면 노력 없이 할 수 있으니까. 결과가 빠르니까. 그렇게 작은 사치들이 쌓여 큰돈을 모으지 못하고 큰 그림을 포기하고 점점 더 초라해졌다.

미술도 음악도 운동도 공부도 뭐든 꽤 하는 편이지만 너무 싫증을 잘 내고 꾸준히 하는 법이 없다. 뛰어나거나 넘치지는 않지만 모자람 없이 살아 절박함이 없는 걸까. 너무 내 삶에 만족하는 걸까? 아닌데. 전혀 그렇지 않은데. 항상 콤플렉스 덩어리이면서도 잘난 사람들을 보면 '우와, 멋지다! 엄청나다! 정말 대단해!'라는 생각뿐 질투심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 아예 다른 세상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 인생은 드라마틱하지 않다. 외모도 특별하지 않고 유난히 성실하지도 않고 대부분을 꽤 가난하게 살았다.

사람들은 내가 마냥 살고 싶은 대로 사는 줄 알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나보다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포기한 게, 포기하고 있는 게 많다. 남들이 보기엔 아주 큰 결정을 아주 쉽게 내린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주아주 무섭고 겁나는 일들을, 정말로 다 잃을 각오를 하고 모험한 것이다. 누구보다 불안정하고 불안했다. 지금도 그렇고.

지금의 나는 모든 걸 포기할 용기는 없다. 아무리 화나고 미워도 내 부모가 나보다 중요할 때가 많고 혼자가 훨씬 편해도 나의 연인을 위해 살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면서도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며 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많은 요즘이다.

벌써 늦은 것 같은 나이이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어떻게든 이번 생을 잘 살아내고 싶으니까. 내 꿈은 직장인도 백수도 아닌 조금은 대단한 사람이니까. 이제라도 내가 원하는 내가 되도록 정말 많이 노력할 것이다.

어떤 행동을 할 때 당장은 별다른 감흥이 없더라도, 작은 감정과 생각들이 쌓이면 결국은 내 철학에 영향을 줄 것이다. 어떤 것들은 더 단단해질 것이고 어떤 것들은 산산조각 날 것이다. 지금 당장 낭비하는 시간이 처음부터 끝까지의 내 인생을 돌아볼 때 낭비는 아닐 것이다.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니 겁먹을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