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을 바꾸면
내일의 문장이 바뀐다.
— 윤다온—
오늘의 성과는 ‘총시간’이 아니라 ‘다시 시작한 횟수’다.
이 기준만 바꾸면, 자책은 동력이 되고 하루는 부드럽게 이어진다.
오늘 나와의 약속은 새벽 1시까지 공유오피스에서 집필이었다.
비 때문이었을까. 새벽 5시면 자동으로 떠지던 눈이 오늘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알람을 끄고 이불 가장자리를 잡아당기자 몸이 눅눅한 솜처럼 가라앉았다.
세 시간 뒤, 일어나 보니 목과 어깨가 둔하게 뻐근했다. 신호를 인정하고 리듬을 정돈했다.
도마 위에서 양배추를 얇게 썰고, 채소의 수증기로 돼지고기 앞다리살을 쪘다.
딱 먹기 좋게 후숙된 아보카도를 곁들였다. 휴대폰은 켜지지 않았다.
씹는 감각에 주의를 맞춘 식사로 몸을 깨웠다.
청소기를 돌리고 스팀청소기로 바닥을 닦았다. 제습기를 켜고, 분리수거를 마쳤다.
그리고 오후 1시, 공유오피스로 들어섰다.
출입 패드에 번호를 누르고 입장 버튼을 누르자 ‘띵똥’ 소리가 울렸다.
우산을 바닥에 세우는 소리, 의자가 바닥을 스치는 소리.
의자에 앉자 책상 위로 내 그림자가 드리웠다. 호흡을 고르고 노트북을 열었다.
계획은 새벽 1시까지였지만, 저녁 8시 30분쯤 몸이 “오늘은 여기까지”라고
신호를 보냈다.
집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안,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힐끗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7시간 40분밖에 못 썼네…”
집에 도착해 욕실 불을 켰다.
샤워기 물이 어깨를 타고 흘러내리고, 타일에 부딪히는 소리가 박자처럼 귓가를 친다.
수증기 사이로 다른 목소리가 또렷이 떠올랐다.
“다온아, 전업 작가로만 시간을 쓰는 단계는 아니지.
그럼에도 오늘 7시간 40분을 집중했고, 중간중간 회복 후 여러 번 복귀했어.
심지어 1시간만 썼더라도,
넌 이미 오늘의 약속을 지킨 거야.”
그제야 정확히 보였다.
오늘 나를 무겁게 만든 건 시간이 아니라 생각 습관이었다.
‘새벽 1시까지’라는 높은 기준을 절대선처럼 붙들고, 그 눈금에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나를 불필요하게 깎아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이 목소리는 우연이 아니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매일 감사일기를 써 왔다.
하루에 한 줄이라도 “고마웠던 것”을 적으며,
내 안의 비난보다 내 편이 되어 주는
내적 코치를 키웠다.
예전엔 “왜 더 못 했어?”가 크고 선명했지만,
이젠 “괜찮아, 넌 이미 한 걸음 옮겼어”가 빠르게 전면에 등장한다.
오늘 샤워 중에 떠오른 그 목소리는,
눈에 보이지 않게 쌓여 온 자기돌봄의 근력이 만든 결과였다.
나는 곧장 나를 인정했다.
“잘했어, 다온아. 충분히 잘했어.
오늘도 복귀했다.”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자, 어깨의 긴장이 물과 함께 흘러내렸다.
나는 약속을 어긴 사람이 아니라, 약속으로 계속 돌아오는 사람이었다.
부엌으로 가서 내일의 도시락을 준비했다.
로메인과 양상추를 씻어 탈수기에 돌리고, 닭가슴살과 단호박을 찌고,
파프리카를 곱게 채 썰어 통에 담았다.
배달앱의 편리함 대신 인슐린을 덜 자극하는 식단을 선택했다.
조금 번거롭지만, 그 번거로움이
오늘의 나를 건강 쪽으로 확실히 기울였다.
도시락을 다 싸고 나니 희한하게
다시 쓰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다.
책상에 앉아 집에서 글을 이어 썼다.
나는 책을 쓰지만, 남과 비교해 쓰는 사람이 아니라 루틴을 설계하고 업데이트하기위해 쓰는 사람으로 산다.
쓰는 동안에도 먹고, 쉬고,
다시 초점을 맞춘다.
완벽하게 채우는 하루가 아니라,
다시 시작이 가능한 하루를 산다.
결론은 간단하다.
성공의 기준을 ‘총시간’에서 ‘복귀 횟수’로,
혹은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로 바꾸자.
자책 대신 인정을 먼저 건네자.
그 인정이 다음 문장으로, 다음 선택으로, 내일의 나를 밀어 준다.
(3분 실천 노트)
1) 오늘의 복귀 기록
오늘 당신은 몇 번 다시 시작했나요?
2) 기준 조정 한 줄
오늘의 기준(예: 총 10시간)
➝ 복귀 3회로 재설정.
3) 자기인정 문장
“나는 오늘 ( 트리거/도움 )덕분에
다시 시작했다.”
예시(상황별)
창작/자기계발: “나는 오늘 타이머 10분덕분에 다시 시작했다.”
직장 업무: “나는 오늘 이메일 닫고 15분 집중덕분에 다시 시작했다.”
운동/건강: “나는 오늘 신발 신기덕분에 다시 시작했다.”
육아/가사: “나는 오늘 설거지 후 5분 스트레칭덕분에 다시 시작했다.”
(다온이의 코멘트)
“완벽한 완주보다 멈췄다가도 다시 시작하는 실행을 칭찬하세요.
그 작은 인정이 내일의 당신을
한 걸음 더 크게 움직입니다.”
오늘 작가님의 복귀 1회는 무엇이었나요? 댓글로 나눠주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