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거리는 순간 글이된다

by 윤다온


나갈까말까하다가 호수공원을 향했다.
비가 갠 뒤 바닥은 아직 물이 고여있다.
마른 바닥쪽에 지렁이 한 마리가

기어가고 있었다.
꿈틀거리는 듯 보이는 생명체를 보고

문득 떠오른 단어.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

상처받으면 세상을 향해

손가락질했던 적 많았다.
“왜 저 사람은 나를 힘들게 하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거야?”

지금은 조금 다르다.
아픔에는 이유가 있는데,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꿈틀거리는 지렁이처럼 살기 위해 아우성쳤던 나를.

글을 쓰며 나는 그 꿈틀거림의 이유를

묻기 시작했다.
그때의 나를 다시 만났고 이해했다.
위로하고 다독이며 다시 길 위에 세운다.
글쓰기의 좋은 점은,
누군가를 탓하던 손가락이

나를 향한 사유로 바뀐다는 것이다.

종이위에 글을 써내려가다보면

억울함은 이해로 바뀐다.
분노는 통찰로 변화한다.
이것이 글쓰기를 매일 루틴으로 삼는 이유다.

비가 그친 호수 위로 햇살이 번졌다.
길가에 떨어진 지렁이는

오간데 없이 사라졌다.
그 장면은 내 안에 오래 남았다.

오늘도 나는 펜을 들어 종이위에 적는다.
오늘의 나와 잘 살아가기 위해서 글을쓴다.
글쓰기는 감정이 사유로 변하는 시간이다.

매일 5분, 그 사유의 시간은
꿈틀거림을 회복으로 바꾸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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