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갑자기 오피스텔 전체에 화재경보가 울렸다. 삐이 삐이. 화재경보가 울렸습니다. 비상구로 이동해주십시오. 날카로운 경보음과 여성의 안내멘트가 인터폰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벌떡 일어나 패딩을 걸치고 핸드폰만 챙겨 비상구로 향했다.
문을 열자, 5층 입주자들이 하나둘씩 복도로 나왔다. 몇 명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허둥대고, 몇 명은 비상계단으로 서둘러 내려갔다. 1층에 도착하니 다른 층 주민들도 모여 있었다. 119 대원들이 이미 도착해 있었고, 붉은 경광등이 복도 벽에 부딪혀 빙글빙글 돌며 빛을 흘리고 있었다. 잠시 뒤, 소방대원이 경비아저씨에게 말했다.
'점검 다 했습니다. 기기 오작동이에요.'
그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불현듯 감사가 밀려왔다.
아… 다행이다. 내가 지금 살아있구나. 평소에는 거의 느끼지 못했던 감각. 숨 쉬고 있다는 것, 두 다리로 서 있다는 것,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 너무 익숙해서 새삼 고마울 이유도 없던 것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잃을 수도 있었던 하루를 잠깐 스쳤기 때문일까. 그 짧은 순간이 나에게 이상한 감동을 남겼다. 경보가 진짜 화재가 아니었다는 사실. 사람들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행복은 거대한 게 아니구나.
눈에 띄는 성취도, 극적인 사랑도, 누군가의 인정도, 내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우리 삶을 지탱하는 건 오늘을 무사히 살아낸 사실 그 자체였다.
일상을 똑같이 이어갈 수 있다는 것. 이 평범함이 사실은 매일 우리에게 주어지는 기적이었다.
우리는 종종, 아무 일 없는 하루를 지루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은 아무 일 없기 때문에 고마운 하루다.
극적인 사건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내일을 또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오늘의 심장 박동을 두려움이 아닌 감사함으로 기억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싶다.
별일 없었다는 말 속에는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기적이 숨어 있다.
오늘도 무사히 살아 있음에 감사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