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일산점 지하 1층. 쌍계명차에서 바닐라티를 샀다. 1층으로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 앞. 직원이 시향지를 건넸다. 향이 확 퍼졌다. 머리보다 감각이 먼저 반응했다.. 코를 바로 갖다댔다. 메종 21G. 매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계획에도 없던 향수매장. 직원은 내게 다섯가지 향을 테스트 해줬다.
’ 이 향 좋다. 내 취향은 아니네‘
향이라는 감각에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짧은시간 향수명상이었다.
밖으로 나오자 찬바람이 훅 들어왔다. 한 손에 시향지가 부채처럼 들려있었다.
'나 지금 계획에도 없는 시간 낭비...‘ 생각이 튀어올랐다. 떠오르는 순간 알아차렸다.
예전에는 사고의 흐름이 이랬다.
‘시간낭비했어. 뭐 하는 짓이야. 계획에도 없던 행동 했잖아. 비효율적이야’
이렇게 나 자신을 몰아붙였다.
오늘은 다른 관점의 생각이 올라왔다.
'아, 힐링한거잖아. 시간을 낭비한 게 아니네. 향기의 세계에 다녀온거야'
그 경험은 나를 환기시켰다. 오늘 향기는 내게 다시 알려주었다.
나는 소유보다 경험을 좋아한다는걸. 효율보다 감각을 알아가는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라는 걸.
충동성 높은 사람이라고 단정했던때 있었다. 유혹에 잘 흔들리는줄 알았다. 지나고보니 그건 충동이 아니었다. 감각의 섬세함이었다.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외침이었다. 잠시의 멈춤. 쉼을 시간낭비라 생각했던때있다. 멈춤은 충동이 아니었다. 몸과 마음이 나에게 보내는 구조 신호였다.
우리는 카페 앞을 지나며 커피 향에 멈춘다. 해 질 무렵. 붉은 노을 보며 멈추기도 한다. 나를 사랑한다는 하늘의 외침이다. 그 감각은 번아웃에서 구해준다.
잠깐의 멈춤은 게으름이 아니다. 전진할 수 있게 해주는 영양제다.
오늘 일상으로 글한편 적는다. 책상위 부채처럼 펼쳐져있는 다섯개의 시향지. 다시한번 향을 맡는다. 향기의 기억. 감각이 되살아난다. 그 이야기로 이렇게 에세이 한편 쓸수 있었다. 멈춤은 낭비가 아니었다. 나의 경험을 누군가에게 나눠주라는 감각. 신이 내게주신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