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손님? 찍찍!”
“네? 저요? 저는 손님이 아닙니다. 가을 전문점과 의논할 일이 있어서요. 여기 점장님이 잠깐 기다려 달라고 하셔서 기다리는 중이지요. 캑, 캑, 가을의 앞치마를 두르신 걸 보니, 여기서 일하시나요?”
“손님이 아니셨군요. 올해 가을이 참 아름답지 않나요? 찍찍!”
“아. 네. 뭐. 그게. 그렇죠. 흐흐. 물론 아름답긴 하죠. 컥, 컥, 캑, 캑, 캑.”
“혹시 목이 칼칼하신가요? 그래요. 오늘 공기가 참 차가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름이었는데 말이에요. 이럴 때 가을 눈물 이슬 차를 한잔 드시면 좋답니다. 점장님이 오시려면 시간이 좀 걸릴 텐데요. 기다리시는 동안 제가 특별한 향차를 한잔 대접하겠습니다. 찍찍!”
“아닙니다! 좋은 일로 여기 온 게 아니라서요. 대접이라니······. 저는 그럴 자격이 없어요.”
“절대! 부담 갖지 마세요. 이건 그냥 제가 드리는 겁니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여기 가을에 오셨으니까요. 손님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차 한잔에 무슨 자격이 필요할까요. 지금 막! 가을 눈물 이슬 차가 다 우려 졌네요. 향이 아주 좋지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할 겁니다. 가슴을 파고드는 뜨거운 눈물 향이라서요. 찍찍!”
“이런, 이거 정말 황송합니다. 그럼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후, 후 아주 뜨겁군요. 꼴깍. 캬!”
“어떠십니까? 찍찍!”
“······.”
“아무 말씀도 없으시네요. 강.추.위.님. 찍찍!”
“알겠습니다. 저에게 왜 가을 눈물 이슬 차를 대접해 주셨는지. 흐흑 이럴 수가, 눈물이 멈추질 않네요. 뭔가 엄청난 감동이 밀려옵니다.”
“사실은 저는 강 추위님을 잘 알고 있어요. 가을이 없어진다면 너무 많은 소망이 사라질 거예요. 가을에만 꼭 해야 할 일들이 있답니다. 그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찍찍!”
“이렇게 진한 향은 처음 맡아봅니다. 설렘과 따뜻함, 용서와 상처, 반짝이는 귀여움, 희망의 추측, 즐거운 고독, 농축된 고소함, 두둑한 배짱까지 이 모든 게 잘 어우러진 가을 향차로군요. 아! 너무나 아름답네요. 아! 지금 제 가슴에 작은 균열이 생긴 것 같아요. 빈틈없이 꽁꽁 얼려 두었는데······. 하지만 저는 언제나 겨울을 위해 일하는걸요. 너무 커져 버린 겨울을 제 마음대로 잘라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천천히 걷게 할 생각입니다. 겨울의 발에 조금 무거운 부츠를 신겨 보겠어요. 이 정도면 괜찮을까요? 제가 지금 가을에게 희망을 제안하는 겁니다.”
“강 추위 님, 정말 감사합니다! 찍찍!”
“즐거웠습니다. 점장님께는 희망을 가지라고 전해주세요.”
“네, 강 추위님. 그리고 이거 가져가세요. 감사의 선물입니다. 찍찍!”
“이건?”
“식탐이에요. 작년보다 좀 야위신 것 같아서요. 그래서야 원, 겨울의 큰 덩치를 어찌 감당하시려고요. 찍찍!”
“아이고, 정말 다정하시군요! 하하하 고맙습니다. 그런데, 가을 눈물 이슬 차를 마실 때 흘러나온 힙합 노래, 그 깊고 세련된 목소리 말이에요. 제가 분명히 아는 목소리 같아서요. 어디서 들어 봤더라? 혹시 알려 주실 수 있나요?”
“그건 일급비밀입니다. 올가을 신규 음원 차트에서 찾아보시죠. 찍찍!”
“하하하 유쾌한 비밀 퀴즈로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참! 그런데 저를 어떻게 아셨죠? 제가 작년보다 마른걸······ 어떻게? 실례지만 누구시죠?”
“저는 2022년, 가을 전문점 사장입니다. 이름은 하얀 쥐코라고 하죠. 찍찍!”
“헉!”
“강 추위 님, 안녕히 가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