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갓. 이게 무슨 날벼락이지요? 겨울이 한 달 더 일찍 온다니! 찍찍!”
“여러분, 저는 반 짝여라고 합니다. 저는 이 도시에 살지는 않지만, 딸과 아들을 보러 자주 온답니다. 방금 점장님과 대화를 나눴던 저분의 얼굴을 본 기억이 나네요. 도시 겨울센터 사무장 강추위 씨, 저분은 겨울을 위해 일하는 분이지요. 작년 가을 끝에서, 하얀 입김을 불며 기다리던 겨울의 등을 예고도 없이 하루 일찍 떠민 분이랍니다. 그때 본 것보단 지금 저분의 얼굴이 많이 야위었네요. 하지만 분명해요. 저분이었어요. 마침 그날은 가을의 마지막 파티였지요. 파티는 그대로 얼어 버렸고 사람들은 몸을 웅크린 채 인사도 없이 집으로 돌아갔지요.”
“기억나요! 그날 파티 말이에요. 저희 언니가 새로 산 겨울 코트를 몰래 빌려 입고 갔었어요. 가을의 저녁은 꽤 쌀쌀하니까요. 하지만 갑자기 미친 겨울바람이 불었잖아요? 손도 발도 심장까지 다 얼어 버리는 줄 알았다고요. 그날 반 짝여 님도 거기 계셨었군요! 어쩐지 낯이 익었어요. 참! 제 소개를 하자면 시험공부에 치여 사는 중학생, 어 려운이라고 해요.”
“귀여운 어 려운 양 반갑습니다. 작년 겨울은 정말 끔찍하게 추웠죠? 저는 겨울 코트를 디자인하는 웅 크림입니다. 작년에 제가 디자인한 코트들은 엄청난 인기를 끌긴 했지만 겨울 추위를 견디기에는 너무 얇았죠. 슬프게도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을 얼려 버렸습니다. 아마 작년 겨울이 잘 기억나지 않으실 거예요. 휴우, 겨울을 준비 못 한 죄책감에 아직도 시달리고 있는데······안됩니다! 따뜻한 코트가 만들어지려면 저에겐 한 달이 더 필요해요!”
“아니 디자이너 웅 크림 님? 꺄아아아아아! 제가 언니 몰래 빌려 입은 크림색 겨울 코트 상표가 바로 웅크림이라고요! 가시기 전에 싸인 한 장 꼭 해주셔야 해욧!”
“안녕하세요. 저는 시간에 쫓겨 사는 이 루리라고 합니다. 오늘은 특별히 딱 30분의 여유가 생겨 여기에 들리게 되었어요. 작년엔 가을 내내 몸이 아팠습니다. 가을의 낭만 따윈 저의 것이 아니었죠. 가을이 떠나는 마지막 날 정말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언제나 조급한 마음뿐, 저의 꿈은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오늘 이곳에서 열렬한 가을의 응원을 받고 보니 왠지 나도 꽤 괜찮은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만큼은 가을의 손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이 루리 님은 참 열심히 사시는 분이군요. 존경합니다. 휴, 이 가을 전문점에 들어와 1초에 한 번씩 하품하던 사람. 네, 바로 접니다. 제 이름은 마 지막이라고 해요.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지요. 이제 축 처진 어깨를 펴고 지금이라도 가을의 두둑한 배짱을 배우고 싶은데 어쩌죠? 이럴 수가······가을이 더 짧아진다니.”
“흑흑, 자꾸 눈물이 나서 부끄럽습니다. 저는 정 리해라고 합니다. 가을이 한 달이나 일찍 끝난다는 건 말도 안 됩니다. 전 어제 이별을 했습니다. 슬픔을 추스를 시간이 가을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그냥 추운 겨울로 가버린다면 저는 삶의 희망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여러분.”
“정 리해 님 힘을 내세요. 저는 하얀 쥐코라고 합니다. 아까, 가을 노래 메들라테를 주문하기 전, 제 앞에 계시던 아주머니의 사연을 들었답니다. 몸도 마음도 아프신 분이었지만 가을 전문점의 특별한 스무디를 마시고 병이 다 나으셨어요. 아주머니는 희망의 눈물을 기부하고 떠나셨지요. 저 선반 위에 있는 하얀 유리병 속에요. 찍찍!"
“희망의 눈물이라고요?”
“네 어 려운 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물이지요. 찍찍!”
“하얀 쥐코 님, 갑자기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비록 점장님은 지금 안 계시지만, 감히 제가 그 희망의 눈물로 이 가을 최고의 향차를 끓여 볼까 해요. 찍찍!”
“아하! 제가 맞춰 볼까요? 도시 겨울센터 사무장 강 추위 씨께 그걸 대접하려는 거군요! 좋아요! 나도 돕겠어요.”
“웅 크림 님 눈치가 대단하신데요? 찍찍!”
“하얀 쥐코 님 너무 좋은 생각이네요. 제 도토리 버블티 속에 든 다람쥐 재롱도 써 주세요. 아직 한 입도 마시지 않았거든요. “
“그럼 내 개구리 호수 홍차에 얹은 잠자리 날개도 써 주시겠소?”
“네. 반 짝여 님. 가을 전문점 점장님의 환상적인 가을 힙합 노래도 넣어야겠어요! 찍찍!”
“그럼, 가을 지렁이의 섬세한 주름도요!”
“고독의 단맛도 추가해 주세요!”
“고소한 호두나무의 점심시간도 기부하겠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을까요? 겨울을 늦추는 일을요."
“해봅시다!”
“자, 자, 여러분, 제가 가면을 쓰고 가을의 앞치마를 빌리도록 도와주시겠어요? 여러분은 그냥 모르는 척만 해 주시면 됩니다. 찍찍!”
“네!”
“네!”
“네!”
“네! 하얀 쥐코님. 파이팅!”
“네!”
“잠깐만요! 하얀 쥐코 님, 먼저 가을 바다 다랑어 아이스크힘 한입 드시고 가세요. 힘차게 가을을 대변해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마 지막 님! 그럼 딱 한 입만 부탁드립니다. 찍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