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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로라 Jan 19. 2022

<87년생 문과생>을 시작하며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는 나의 메모들을 정리한다 

로라, 너가 언젠가 이 메모들을 다시 읽고 정리하는 날이 오겠지. 그 날이 드디어 온 것인가.

메모들이 참 많다. 아이폰에만 약 3천개의 메모가 있고, 종이 흔적으로 남긴 메모들도 많다. 종이 메모들만 이어 붙이면 책 3권은 나올 것 같다.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는 대량의 메모들을 정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오랫동안 읽히지 않았고, 뒤죽박죽 숨어있는 메모들을 하나씩 끄집어내 브런치에 기록하려고 한다. 한 단어만 적힌 메모도 있고, 30줄이 넘어가는 긴 메모도 있다. 그림과 함께 있는 메모도 있고 사진과 저장된 메모도 있다. 내용으로 보면 결론이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다. 결론이 없는 메모들은 대부분 글을 쓰다가 말았던 메모들, 감정만 적고 끝내버린 메모다. 그것이 나에게 주는 어떤 교훈이나 결론이 없어서 당황스럽다. 이렇게 결론이 없다면 과거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준 숙제라 생각하고 유의미한 결론을 내려볼 것이다. 
매일 메모 1개 이상씩은 정리를 해보려 한다. 마치 일기를 쓰듯이 말이다. 이 작업을 하면 나 스스로에 대한 정리, 나아가 나의 인지와 나란 사람의 정립이 잘 될 것 같다. 누구보다도 내가 나 자신을 잘 알아야하는데 지금까지 나를 보면 나를 너무 모르고 살았다. 떄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친구보다도 모른다.  
올해로 서른여섯을 맞이하는데 올해는 나를 더 깊고 넓게 알고 싶다. 그래야 행복한 인생을 보낼 수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어떤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지, 나의 행복은 무엇인지, 앞으로 5년 간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할지. 

먼저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할지 모르기 때문에 서사적 순서는 지킬 수 없다. 잡히는 대로 올려진 이야기들이라 메모의 화자는 매번 다를 것이다. 10대의 내가 될 수도, 20대의 내가 될 수도, 30대의 내가 될 수도 있다. 산발적이지만 하나하나씩 늘어놓다보면 그룹핑이 되면서 서사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겠지.


메모를 했다는 것은 미래의 나와 대화하는 것이다. 미래의 내가 알았으면 하기에 가슴 뛰는 순간에도 메모앱을 켰고, 울면서도 그 순간 그 감정을 잊지 않아야 했기에 눈물을 닦아가며 메모를 했을 것이다.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과거의 너는 이런 상황에서 이런 감정을 느낀 사람이야' 라고  알려주는 메모들. 기록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다양한 사건과 감정들. 고민들과 결론들. 

진짜 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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