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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선여인 Aug 04. 2023

아침에 받은 행운

선생님, 행운이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요

학교에 출근할 때는 글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저 끄적끄적 낙서할 정도에 그쳤다.

이제 퇴직을 하고 나니 여유가 생겼나 보다.

예전에 낙서처럼 써놓았던 글들을 자꾸만 하나씩 꺼내보는 게 재미있다. 퇴직한 지 1년을 갓 넘겼기에 교직에 대한 향수가 여전해서 그런지, 학교 이야기에 관심이 더 많이 가는 게 사실이다.

이 글은 퇴직하기 바로 전 학교에서 근무할 때, 한 인성 좋은 교장 선생님을 만나 써 놓았던 글이다.

글 쓰는 분이라 아이들한테 매주 월요일마다 들려주는 훈화가 감동적이었다. 따라서 학교 운영에 있어서, 어린아이들의 감성을 일깨워주는 활동을 많이 하여 아이들의 인성 교육에 많은 보탬이 되었다.


.




아침 운동장에서 교장 선생님을 만났는데 손에 작은 상자 하나가 들려있었다.

교무실로 나란히 들어가고 있는데 나한테 상자를 불쑥 내밀었다.

"출근길에 제일 먼저 만나는 분한테 주려고 가져왔어요."

무언 지 몰라 주저주저하면서도 아침부터 이게 웬 행운인가 싶어 받아 들었다.

상자를 열어 보니 사모님이 손수 만든 케이크 조각이었다. 고 보니 아침 식사로 자주 케이크를 먹는데 양이 많아 오늘은 학교에 조금 가져왔다는 것이다. 많지는 않지만 맨 처음 마주친 사람한테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감사 인사를 드리고

교실로 올라와서 창문을 열어젖혔다.


  '이 행운을 나 혼자만 가질까?'

고개를 흔들었다. 순간, 콩 한쪽도 반으로 나눠먹 사이인 옆 반 선생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니지, 교장 선생님한테 받은 의미 있는 거니까 옆 반과 나눠야지. “

상자를 들고나가려는데 마침 교실로 들어오는 영은이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가 반갑게 인사하는데 또 다른 생각이 스쳤다.

  '이왕이면 오늘 받은 이 행운을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게 더 좋지 않을까?'

마침 지난번 들었던 훈화 내용과도 딱 맞아떨어지 산 교육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한 훈화였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무엇보다 마음이 중요하다는 내용으로 말 한마디, 정성 하나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누 줄 수 있다고 했다. 그 행운은 또다시 다른 사람한테 전파가 되니 돈을 전혀 들이지 않고도 여러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고 말씀했다. 오늘 받은 행운여러 사람한테 동시에 나눠다면 이 더 멀리 퍼져나다는 말이다.


아이들이 모두 등교한 것을 확인하고 나서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얘들아, 선생님이 오늘 아침에 행운을 얻었단다."

그 순간, 아이들의 눈은 반짝거렸다. 도대체 무슨 행운일까? 호기심이 담긴 눈빛이었다.

"교장 선생님이 나한테 준 케이크인데 혼자만 먹기가 아까워서. 또 선생님이 너무 착해서 너희들 모두에게 행운을 나눠 주려는 거지. “

'선생님이 너무 착하니까'라는 말에 몇몇 아이들이 책상을 두드리며 '우우'하는 소리를 다.


케이크 5조각을 칼로 적당히 나누어 모두 24조각을 냈다.

“이것은 원래 교장 선생님이 선생님한테 나눠주신 행운이지. 선생님은 또 너희들한테 이 행운을 나눠주려는 거야. “

조각이 너무 작아서 아이들 손을 거치지 않고입속에 하나씩 쏙쏙 넣어줄 수 있었다. 아이들은 순식간에 새끼 제비가 되어 입을 짝짝 벌리면서 먹이, 아니 케이크 조각을 맛있게 받아먹었다.

“여러분들은 오늘 아침 기분이 어땠나요?"

"좋았어요."

"엄청 맛있어요."

여러분도 오늘 받은 행운을 남한테 나누어 주면 좋겠지요?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때 재치 있는 채영이가 말했다.

"선생님, 행운이 바이러스 같아요. 계속 다른 사람한테 퍼져나가요."

정말 아이들은 놀랍다. 스스로 터득하는 힘을 지녔다. 행운 바이러스가 되는 게 얼마나 기분이 좋아지는 건지를 벌써 깨닫게 되다니.


"선생님, 저는 오늘 받은 행운을 엄마한테 나눠 줄 거예요.”

그러자 여기저기서 저도요, 저도요 기분 좋은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교장 선생님이 준비해 온 조그마한 케이크가 처음에는 나에게, 내게서 다른 사람에게 이동되었다. 내가 받은 행운이 아침부터 여러 사람 기분을 좋게 해 주었다. 나는 어떤 행운을 누구에게 줄까. 나를 비롯해 우리 반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면 남들에게 행운을 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아주 많이 할 것 같다.


오늘은 1학년 1반, 우리 가족 전체가 아주 행복한 가을 아침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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