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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선여인 Oct 23. 2023

다 포기했어

(엄마의 시 7)

다 포기했어


지난번까지는

혹시 살라나 하고

밥 먹을 수 있으면

일 년은 더 살 수 있겠다

좋아했건만

 

네 아버지를 어찌 하나

불쌍해서 어찌 보나

이젠 다 포기했어

천상에 가거들랑

고생 없이 잘 사시오.




"빵 좀 먹고 싶다."

지난번 면회를 갔을 때 아버지가 손 칠판에 쓴 글이다.

기관지 삽관을 했기에 입으로 잡수시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다. 원을 들어드릴 수 없는 자식의 입장에서 너무 기가 막힌 상황이었다. 엄마의 심정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나.

조금만 더 열심히 재활을 하면 좋아지시겠지, 하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 기관지 삽관을 떼어버리고 입으로 밥을 드실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았다.


몸이 썩 좋은 상태인 엄마도 면회를 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와 함께했다. 침대에 누운 아버지의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하던 엄마가 차도가 없는 모습을 보면서 기운이 빠져 넋두리하듯 내뱉은 말이다. '꼭 살아달라'는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면서 '이제는 다 포기했다'는 말로 표현된다. 아버지가 다시 일어나서 집으로 오실 것이라 확신했던 엄마는 아버지의 상태가 점점 더 나빠지는 걸 보면서 실망스러운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고생만 할 것 같으면 차라리 천상으로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되었다. 

     

엄마의 바람처럼 되었으면 오죽 좋으련만 아버지는 이미 천상으로 떠나셨다. 고생 없이 잘 가시도록 49재를 정성껏 모셨다.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금식'이라는 팻말은 엄마의 가슴에 한을 품게 했다. 끝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가신 게 너무나 원통해서 '상식'을 올려드렸다. 상식은 하루 두 번씩 올리는데 살아계셨을 때 잡수시던 밥상처럼 음식을 차려드리는 일이다. 못 잡수시고 간 아버지의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서 49일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상식을 올렸다. 한번 상에 올렸던 음식은 다시 쓰지 않는 게 상식의 원칙이라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49재를 마지막으로 하던 날, 상식 올리는 일도 끝이 났다. 못 잡수시고 떠난 한이 조금이라도 풀렸을까. 엄마는 한시름 놓으면서 한이 좀 풀린다고 하셨다. 매번 국이나 반찬을 신경 써서 골고루 준비한 그 정성과 열정은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엄마의 사랑이었노라.

일 년만 아니 몇 개월만 더 살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그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게 참 서글프다.  


병상에 누워있던 아버지 귓가에 속삭이던 엄마의 말씀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렇게 좋은 세상, 자식들이 효도하는 거 조금만 더 받고 함께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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