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근처에는 두 곳의 목욕탕이 있다.
우리 집 근처의 큰 목욕탕은 비싸고 또한 찜질방보다는 카페의 느낌이 강하다. 내가 좋아하는 "여유"의 느낌이 약하다.
우리 집 근처의 작은 목욕탕은 너무 작고, 또한 찜질방이 딸려 있지 않다. 그리고 온탕이 너무 뜨거워 오래 있을 수 없다.
그럴 때에는 손가락을 놀려야 한다. 어느 정도의 규모가 있고 저렴하고 깔끔한 목욕탕을 찾아서.
좋은 목욕탕은 정말 찾기 어렵다. 네이버 지도를 뒤져보아야 겨우 가볼 만한 곳이 몇 군데 나온다. 좋은 목욕탕의 조건은 간단하다. 1. 청결상태가 양호하고, 2. 저렴하고, 3. 규모가 있는 4. 목욕탕&찜질방. 그런데 후기 중 비위생적이라는 후기가 많으면 거르는데, 그런 곳이 너무 많다. 간혹 깨끗하다는 곳을 찾아도 2,3만 원대의 가격에 질겁할 때가 많다.
조건을 만족하는 목욕탕을 찾았다면, 일단 목욕 짐을 싸야 한다. 목욕할 때 필요한 짐은 간단하다. 샴푸, 때수건, 로션, 갈아입을 속옷. 요 넷을 가방에 대충 넣고 집을 나선다.
예쁜 내 가방 안에, 때수건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꽤나 웃기다. 내 또래 중 목욕탕에 가는 사람들은 손에 꼽는다. 누가 10대 청소년의 예쁜 크로스백 안에 때수건이 있으리라고 생각할까?
목욕탕에 갈 때는 지하철을 타자마자 설렌다. 마치 여행을 갈 때처럼. 이 감정 또한 내가 목욕탕 마실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설렘이라 해야 할까? 너무 과한 표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