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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목욕예찬 03화

탈의와 군살

by 윤문

목욕탕에 도착하면 결제하고 신발을 넣고, 탈의실에서 옷을 벗는다. 어차피 다 여자니까, 어차피 일행 빼고 다 모르는 사람이니까 그냥 훌렁 벗어서 접고 락커에 넣는다.

보통 나의 몸은 항상 옷으로 철저히 가린다. 나는 운동을 싫어해서 군살이 좀 있다. 그래서 살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옷을 교묘히 입는다. 딱 붙는 옷과 짧은 옷은 절대 입지 않고 넉넉하고 단정히 입는다. 그렇게 하면 살이 덜 쪄 보인다. 옷이 흐트러지거나 작아지면 살이 드러난다.

이렇듯 평소 내 몸에 자신이 없어 철저히 가리는 나지만 목욕탕에서는 다르다. 그냥 훌러덩 벗고 씻는다. 목욕탕에서는 누가 살이 쪘든, 내가 살이 쪘든 아무도 상관하지 않고 아무도 풀이 죽지 않는다. 그저 목욕을 즐길 뿐.

내가 살이 쪘어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만만할 수 있는 공간인 목욕탕이 좋다.


"아니, 애초에 누가 살이 찐 게 안 예쁘대? 이 기준, 누가 정한 거야?" 라는 생각까지 들게 하는 목욕탕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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