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와 때수건을 들고 목욕탕으로 간다. 탕으로 들어가기 전에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는다.
그러고 나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이 온다. 탕으로 들어가는 것 말이다. 이때 급하면 안 된다. 천천히 발부터 넣는다. 조금씩, 조금씩 들어간다. 사람에게 다가갈 때에도 서두르지 않듯. 나에게는 쉽지 않지만. 그리고 그냥 탕 안에 앉아 있는다.
나는 온탕이 좋다. 풍덩 들어가기는 어렵지만 들어가면 너무 뜨겁다는 느낌은 없다. 막상 들어가면 포근하고 따뜻하기만 하다.
반면에 열탕은 너무 뜨거워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냉탕도 너무 차가워 별로다. 너무 뜨겁거나 차가우면 힘드니까. 약간 식상한 이야기이지만 뭐든 중간쯤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인간관계도 온탕처럼 따뜻하게 하고 싶다. 쉽지는 않지만.
멍하니 탕 안에서 공상하는 것도 좋다. 온탕에 들어가 멍하니, 10분이고 20분이고 앉아 있는다. 앉아서 아이디어도 생각하고 공상도 한다. 사실 이 수필도 탕 안에서 처음 생각한 아이디어다.
이렇게 앉아 있다 보면 피곤이 스르륵 풀린다. 마치 목욕물에 피곤을 모두 녹여버린 것처럼.
그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