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학살의 허무

by 윤문

풍요롭던 서주. 하지만 조조군이 휩쓸고 간 지금의 서주에는 그 떠들썩하던 민가와 시장은 온데간데없고 피와 잿더미만 있다. 기록에 따르면, 땅이 핏물로 뒤덮이고 시체 때문에 강이 막혀 강물이 흐르지 않았다고 한다.

시체 때문에 강이 막히려면, 땅이 핏물로 뒤덮인 정도이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은 걸까?

폐허 속에서 아이 하나가 기어 나온다. 아이는 많아봐야 두세 살 되어 보이며, 검게 그을려 있다. 아이는 주변을 살피더니 피와 시체만 가득한 것을 보고 망연자실해서 운다.

마치 이 비극을 모두 알고 있다는 듯이.

도겸이 있는 성은 이내 뚫지 못하고 회군하는 조조 군이 시체를 밟고 지나간다. 군홧발 아래 물렁물렁한 시체가 짓눌린다. 병사들의 무덤덤한 얼굴이, 이 비극을 더욱 키우는 듯하다.

평범한 사람들이 시체를 보고도 무덤덤한 군인이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서둘러 회군하던 조조가 머리를 돌려 서주를 바라본다. 잿더미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길거리에는 핏물과 시체만 가득하다.

조조의 눈빛에 서려 있는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연민? 허무? 아쉬움?

아마 그는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무엇을 위해서 이리 사는가”

그러나 그가 느꼈던 감정은 중요하지 않다.

역사는 그를 학살자로 기억할 테니까.
학살자로 기억된 조조야말로, 진정한 역사의 패자 아닐까?
이 학살의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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