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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원한과 목적

by 윤문 Jan 26. 2025

도겸은 사자의 머리를 받고 망연자실했다. 아마 이쯤에서 느꼈을 것이다. 조조와의 싸움을 피해갈 도리는 없다는 것을. 도겸은 전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겸도 조조 군을 당해내기 힘들며,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았을 것이다. 원담, 원상, 공손찬 등에게 서찰을 보내 구원을 청했으나 돌아온 것은 거절하는 서찰뿐이었다.

여기서 이야기는 여러 머리로 나뉜다. 도겸 측 진영의 이야기, 조조 진영의 이야기, 그리고 백성들의 이야기. 이제 한동안 보지 못한 이관을 만나볼 차례이다. 이관은 서주 소패에서 아들 하나와 살고 있었다. 이 아이의 이름은 이함(빙그레 함) 이다. 이관과 이함은 평소대로 살던 중이었는데, 옆집 아주머니가 집에 놀러와서 이상한 말을 했다. “함이 엄마, 이거 알아요? 자사 대인이 조조 아버지를 죽여서 글쎄, 조조가 서주로 쳐들어올 거래요!” 이관은 손님이 간 후 곰곰히 생각했다. 조조가? 쳐들어온다고?

고민 끝에 이관은 이렇게 결론지었다. “조조는 쳐들어온다. 복수라는, 서주를 차지할 아주 좋은 명분을 얻었으니 당연히 쳐들어올 것이다.” 하지만 피난을 가기란 어려웠다. 도적이라는 오명을 쓰기 쉬웠고 서주에 있는 기반을 잃게 된다.

서주의 민심은 나날이 흉흉해졌다. 진격해 들어오는 조조 군이라니! 조조 군의 위세와 청주병의 만행은 유명했다. 결국 마을의 절반 남짓은 짐을 싸서 형주로, 강동으로, 서천으로 피난을 가게 된다.

그때, 조조는 서주로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조조의 얼굴은, 초췌했지만 입은 엷은 미소를 띄고 있었다. 옆에 있던 참모 양수는 이렇게 말했다 한다. “소생의 소견으로는, 주군께서는 복수가 하고 싶으신 것이 아닙니다. 서주를 차지하고 싶은 것이지요. 주공께서는 서주를 차지하실 명분을 얻으셨으니, 위로와 동시에 축하를 드려야겠습니다.” 조조는 이 말을 듣고 양수의 총명함을 칭찬하였으나 속으로는 양수를 미워하는 마음이 커져만 가게 된다.

그 이후, 조조는 자신의 아버지를 생각하는 시간이 나날이 늘어만 갔다. “그래도 나를 길러 주신 아버지인데,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나는 그것을 명분으로만 삼고 있다. 이 일이 과연 옳은 일일까?” 그때부터 조조는 자신의 속에 있는 “분노”라는 감정의 불씨를 스스로 키워나간다.

도겸은 서주의 후방에 있는 한 성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잠그고 버티기로 한다. 백성들은 이때 알았을 것이다. 서주는 조조의 손에 떨어질 것이고, 피난을 가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하지만 이미 늦었다. 조조 군은 이미 성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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