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회차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짧은 소설과 작가의 짧은 수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적벽에서 전사한 병사1 입니다. 이름은 뭐냐고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뭐, 제 이름 따위는 이 이야기에서 중요하지 않거든요. 그냥 병사라고 불러 주세요.
저는 서주 하비의 평범한 평민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냥 일반적인 농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집에서 태어났지요. 어린 시절부터 저의 하루는 반복되는 하루였습니다. 자다가, 해가 뜨면 일어나서 아침 먹고, 나가서 놀고. 그러다가 밭일 돕고, 논일 돕고 그러고 살았어요. 그러다가 성인이 되었고, 서주대학살이 지나갔고, 숨어 지내다가 나와서 지나간 팍팍한 날들이 기억나네요.
그리고 영문도 모른 채 호구조사를 당했고, 영문도 모른 채 소년병으로 끌려가 무기를 받고 영문도 모르고 대열 사이에서 훈련 동작을 계속 반복했어요. 그렇게 기나긴 나날들이 지나가고, 끌려간 지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른 채로 갑자기 전장에 투입되었고, 처음 참가한 전투에서 칼을 맞고 죽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게 적벽대전이더라고요.
여기까지 제 인생을 두 문단으로 요약해 보았습니다. 어때요?
*여기부터는 작가의 수필입니다*
삼국지는 영웅들의 전쟁사입니다. 하지만 영웅들만 있는 건 아니죠. 영웅들의 활약 뒤에는, 전사한 수많은 병사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 병사들 한 명 한 명이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알았을까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게 자신에게 무슨 결과를 가져올지, 얼마나 위험한지, 얼마나 트라우마를 남기는지 말입니다.
저의 추측이지만 아마 당시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군사들은 아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몰랐을 겁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사람들은 극소수였을 거예요. 그저 처벌을 피하기 위해 시키는 대로 몸을 움직이고, 시키는 대로 구호를 외치고 그러다가 자신이 뭘 하는지도 모른 채로 전사하지 않았을까요?
저는 전쟁사를 배울 때,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을까?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거기서 끝났을까? 그 사람들은 과연 본인들이 뭘 하는지 알았을까? 전사한 사람들의 참전과 전사는, 자의였을까 타의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