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문에 죽었던, 그 순진했던 아이. 그 후로 나 때문에 정말 많은 사람이 죽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제쳐두고, 다른 이야기부터 해보자.
동탁은 얼마 못 가 왕자사(왕윤)와 여봉선(여포)의 반간계로 최후를 맞이했다. 전해들은 민담이나 풍문에 의하면, 저자에 버려진 동탁의 시체의 배에 초를 꽂고 불을 붙였는데, 그 배에서 기름이 끓어나와 초가 3일을 탔다고 한다. 그 초를 내가 꽂았어야 하는데.
그 아이는, 그때 하늘에서 기뻐했을까? 후련해했을까?
아니면 동탁을 죽인 사람이 내가 아니라서 실망했을까.
그때만 해도 이 지긋지긋하고 끔찍한 단역이 그걸로 끝날 줄 알았다. 어리고 어렸던 내가 친정(직접 정치를 함)의 희망에 젖어 잠들었던 그날 밤, 궁은 비명 소리로 가득 찼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왕자사가 이각과 곽사에게 살해당했다고 들었다.
그때의 순진한 생각으로는, 나쁜 사람만 죽임을 당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왕자사는 나쁜 동탁을 죽인 착한 사람인데, 왜 죽임을 당했을까?” 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환관에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환관은 살짝 웃더니 말했다. “폐하, 나쁜 사람만 죽임을 당하는 건 아닙니다. 착한 사람도, 그냥 그런 사람도, 죽임을 당하기도 하지요. 그게 난세입니다. 폐하께서도 조심하십시오” 그 말의 속뜻은 난세를 더 겪어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그 말의 속뜻이고 자시고, 나는 도망을 가야 했다. 이각 곽사 이놈들이 내분을 하며 나를 소유물 취급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아니 동탁 때부터 나의 정체성이 정해졌다. 그물 안에서 몸부림치는 물고기. 인간 명분이자 인간 대접만 겨우 받는, 물건같은 존재. 빼앗거나 빼앗길 수 있는 소유물.
이각과 곽사가 내분을 할 때에는, 도망을 다니면서 노숙을 했다. 말 그대로 노숙. 그때에는 도망치다가 길바닥에서 자기도 하고, 좁쌀밥도 먹어보고 참 해보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그런데, 그때 나를 구해주려는 사람이 등장했다. 그때에는 아직 순진했는지 곧잘 따라갔다. 처음에는 눈물 나게 고마웠다. 하지만 이 사람도 본색을 드러냈으니…
이 사람의 이름. 아마 삼국지연의를 열심히 읽은 사람이라면 추측했을 것이다. 바로 조조이다.
동탁과 이각과 곽사의 공통점은 간단했다.
처음에는 나를 구해준다는 명분으로 나를 잡고, 점점 나를 협박해서 이것저것을 요구해서 자신의 잇속을 채운다. 그러다가 다른 세력이 쫓아낸다. 나는 조조도 이 흐름을 따라갈 줄 알았다. 그래서 “조금만 참으면 다른 사람이 와서 조조를 쫓아내고 자신이 권력을 차지하겠지” 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