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정연 Jan 09. 2019

연습을 사랑하는 자신을 보아라

“사랑하면 생각하게 된다. 또 생각하니 사랑하게 된다. 사랑의 어원이 무엇인지 아는가? 사량(思量), 즉 생각의 양이다. 사랑하는 만큼 생각하게 된다는 뜻이다.” -복주환, <생각정리스킬>, 천그루숲

예전에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을 상담한 적이 있었다. 중학교 때 공부에 흥미가 없어서 성적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중학교 1학년 때 우연히 접한 피아노에 매료가 되어 그 후로 피아노연습에 빠지게 되었다. 피아노만 연주하고 싶어 음악과 관련된 대학교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성적도 부족하고, 피아노 입문이 너무나 늦었다. 음대를 꿈꾸는 학생들은 보통 아주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연습하기 때문에 늦은 감이 있었다. 더구나 이 학생은 클래식 연주만 고집하는 것이다. 그런데 항상 자신이 연주하며 실수한 부분들을 생각하면서 그 실수를 고치는 과정을 사랑하고 있었다.

“피아노가 왜 좋아?”

“소리가 좋아요.”

“소리가 어떻게 좋은지 말해줄 수 있니?”

“피아노 소리를 들으면 희열을 느껴요.”라고 말하면서 유튜브로 ‘Etude in E minor. op. 25. NO5’를 들려주었다.

“이 곡을 들으면 뭐가 눈앞에 보이지 않으세요? 봄에 벚꽃나무 아래 앉아서 햇살을 느끼는 장면이 느껴지지 않으세요?”

이 학생은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예술고로 전학을 가 자신의 꿈을 향해 달리는 것도 있지만 피아노 연습 자체를 사랑하고 있다. 비록 성적은 좋지는 않아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았고 하루 24시간 연습이라도 그 자체를 사랑하는 멋진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습은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하지만, 그 연습 자체를 사랑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연습이 항상 즐거운 것은 아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심지어 ‘시간 낭비’라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하지만 10번 연습 중에 그중 2, 3번이라도 즐겁다면 꾸준히 밀고 나갈 가치가 있다.

우리 집 옆에는 야구장이 있는데, 고등부 야구부가 새벽 6시부터 밤늦게까지 연습을 한다. 매일 야구장 근처까지 산책하러 나가면, 혼자서 프리배팅 연습하는 학생들이 많다. 옆에서 지켜보면 모든 스윙이 완벽한 타구가 나오지 않지만 그래도 계속 연습을 한다. 프로 야구 선수 역시 프리배팅 연습을 한다. 팀과 같이하는 연습량도 많지만, 뛰어난 선수일수록 혼자서 스윙연습을 열심히 한다. 승부에 일희일비하다 보면 시간은 금방 가지만 혼자 실력을 기르는 능력을 위해 연습하지 않으면 선수로서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프리배팅에서 실수가 잦다고 주저하는 선수가 있을까? 똑같이 땀을 흘렸는데 자신의 연습 결과에 만족 못 한다고 해서 어깨가 처지는 선수가 있을까? 아니다. 연습을 사랑하는 자신을 보았기 때문이다. 연습하는 과정에서 넘어지는 것은 가볍게 지나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도자기의 생산지가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좋은 흙을 구할 수 있어야 하고, 두 번째는 불을 때기 위한 연료가 풍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편리한 교통로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조건이 갖추어져도 도공이 빚지 않는다면 아무 쓸모가 없다. 도공은 하나의 청자를 빚어내기 위해서 약 70여 일간 무려 24단계 공정을 거치게 된다. 여러 흙을 고르고 골라 좋은 흙으로 모양을 빚는다. 모양을 빚은 흙은 완전히 건조하기에 앞서 무늬를 새기고 그 자국에 백토나 적토를 매워 상감 모양을 새긴다. 그리고 초벌구이하고 유약을 바른 뒤 1300도에서 재벌구이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완성했다 해도 실패작이 나와 종종 TV에 도자기 굽는 체험에서 망치로 깨뜨리고 만다. 그래도 그중에 좋은 작품이 나오기 때문에 만족한다.

도자기를 굽는 과정 중에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 과정 자체가 완벽한 도자기를 만드는 것이다. 연습도 마찬가지다. 연습을 소홀히 해서는 그 무엇도 완성될 수가 없다. 자신의 꿈이 정해졌다고 해서 결과만 정한 것이 아니다. 그 꿈은 결과와 함께 달성하기 위한 ‘과정’도 정해졌기 때문이다. 꿈이 정한 과정을 우리가 소홀히 한다면 결과 역시 과정과 함께 사라지고 만다.

예전에 의대를 지망하는 여학생을 상담한 적이 있었다. 성공적인 수시 합격을 위해서 고1 때부터 고3 때까지 자세한 계획을 세웠다. 계획표를 보면 정말 가능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내신과 수행평가도 준비하고 동아리 활동까지 하기도 벅차다. 이 여학생은 요양원에서 봉사활동도 하지만 의사라는 직업을 먼저 체험하고 싶어서 의료원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였다. 더구나 수술을 위한 섬세한 손가락을 위해서 기타를 매일 연습을 하였다. 가끔은 병원에서 환우들을 위해 경쾌한 클래식 곡을 연주할 정도였다. ‘힘들지 않니?’라는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해맑고 꿈을 위한 연습 과정을 즐기고 있었기 때문에 물어보지 못했다. 자기소개서 첨삭을 하면서 보다 좋은 내용을 찾기 위해서 그 학생이 3년 동안 작성한 다이어리를 볼 수가 있었다. 다이어리를 본 순간 3년 동안의 노력하는 과정은 힘들다는 느낌이 아닌 마치 자신이 원하는 멋진 집을 짓는 신나는 과정을 보는 듯했다. 심지어 자신이 노력한 활동과 과정 하나하나에 느낀 점들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자신 스스로 내가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살아야 할지 그리고 도대체 내가 왜 태어났는지를 생각해보면 분명 좋은 목표를 가지게 된다. 그 목표를 위한 연습하는 과정에서 만족하게 되면 우리는 성취감을 가지며 자신을 대견스럽게 여긴다. 이 성취감은 우리에게 더 많은 추진력을 준다. 왜 연습을 사랑하는 마음이 싹 틔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어린 시절부터 ‘노력’에 중요성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대부분 ‘노력’이라는 단어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이 있다.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노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였기 때문이다. 흥미도 없다 보니 책상에서 가만히 있지 못하고 멍하니 있으면, ‘왜 이리 산만하고 집중을 못 해!’라고 혼나기만 했다. 하지만 자신이 정한 목표를 위한 노력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 노력으로 성취감을 맛보면 더욱더 상황이 달라진다. 이미 맛본 것은 또 맛보고 싶은 것처럼 연습을 사랑하는 자신을 보기 때문이다.

그러면 실패한 연습까지 사랑하게 될까? 아니다. 연습의 절친인 ‘슬럼프’가 항상 동반되기 때문이다. 예전에 드라마 ‘돈 꽃’이 종영하고 ‘장혁’은 ‘슬럼프가 언제 오는지’ 질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매 순간이 슬럼프다. 오전에 슬럼프가 왔다가 오후에 극복하고, 또 저녁에 다시 슬럼프가 왔다가 다음날에 극복한다. 그게 며칠, 혹은 몇 달이 가는 경우가 있다. 어쨌든 슬럼프를 풀고 싶어 순간의 답답함도 있다. 짜증이 치밀고, 기분이 우중충하기도 한데 그래도 이 과정을 극복한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이 있다.”

데뷔한 지 벌써 20년이 지난 장혁은 매 순간을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다. 연습하는 과정에서 슬럼프는 반드시 동반하는 절친과 같다. 진정한 친구는 즐거움도 주지만 친구로서 고쳐야 할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슬럼프로 인한 연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이 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극복을 할 때 우리는 더 큰 연습으로 나아갈 수 있다.

성공적인 취업을 위해서는 면접 준비가 매우 중요하다. 면접관이 지원자에게 ‘가장 좋아하는 전공과목이 무엇인지’라는 질문은 무슨 대답을 듣고 싶어 하는 걸까? 어떤 지원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과 함께 자신 있는 과목을 장황하게 나열하기도 한다. 하지만 면접관은 과목 자체보다 좋아하는 과목과 관련된 현장 경험과 더불어 무슨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경험과 지금까지 기울인 노력으로 적합한 자질과 역량을 갖추었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결과는 하나의 전리품이다. 결과보다는 연습하는 과정이 중요하며 그 과정은 자신이 어떠한 인재인지를 세상에 돋보이게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아하게 내려오는 기술만 익힌 공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