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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정연 Jan 09. 2019

우아하게 내려오는 기술만 익힌 공주!

옛날 중세 시대에 많은 기사들은 공주와 결혼하기를 꿈꾸었다. 그래서 왕실에서 파티가 있을 때마다 한껏 멋을 부리고 공주에 호의를 얻어 같이 춤을 추기를 바랐다. 왕실에서 파티가 있다는 공고가 있을 때 공주 역시 마음속으로 상상만 하던 왕자를 만나기를 바란다. 파티에 참석한 많은 사람은 공주가 언제 나타날지만 기다린다. 공주는 처음부터 나타나지 않는다. 분위기가 고조되었다고 생각이 들 때 계단에 나타나 청중들을 잠시 바라보며 우아하게 내려온다. 공주를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화려한 장식품과 미모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계단에서 우아하게 내려오는 모습이다. 공주들은 계단에서 손님들을 우아하게 바라보고 내려오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우아하게 올라가는 기술을 배우지 않는다. 갑자기 계단에 올라갈 상황이 발생할 때 공주의 행동거지는 많은 사람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게 된다. 그러나 우아하게 올라가는 법을 배운 공주는 공주의 기풍을 더 높일 수 있다. 공주가 올라가는 모습이 우아하게 보일 때 그것은 오히려 공주의 매력을 더 보여주는 계기가 된다.

등산하다 보면 올라가는 길이 있고 내려가는 길이 있다. 물론 내려가는 길이 편하지만, 더 멋진 경치는 보지 못한다. 오르고 오를 때마다 결국은 정상에 올라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도전하고 자신의 앞길에 장애물이 있어도 극복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이 더 깊은 품격을 풍기게 된다. 공주가 내려올 때는 하녀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우아함을 보이지만 올라가는 모습은 공주의 당찬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가 남의 도움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노력으로 나아가는 진취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그 자체가 더 아름답게 보이는 법이다. 자신의 노력으로 나아가는 법은 내 가치를 스스로 더 올리겠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내려오는 길에만 익숙하게 되면 남의 도움에만 의존하게 된다.

대입 면접에서 ‘본인은 자기 주도 학습을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있다.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스스로 공부하고 자신이 부족한 과목에서 단점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어서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대부분 답한다.

그런데 교대 면접을 준비하는 한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학교에서 자기 주도 학습은 자신의 꿈을 주도적으로 밀고 나아가는 예행연습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수학을 못 하면 수학 실력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공부해서 실력을 키워 나아가는 것처럼, 이런 훈련을 통해 자신의 꿈도 실행해 나가는 과정을 배우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자기 주도 학습은 ‘몰입과 집중을 위한 최상의 계획을 스스로 수립하는 것’이다. 스스로 수립한다는 자체가 바로 계단으로 우아하게 올라가는 것을 배우는 공주가 되는 것이다.

예전에 서울 모 고등학교 여학생과 점심을 같이 먹었다. 혹시 남자친구 있으면 같이 오라고 했는데, 설마 했더니 둘이 다정하게 왔다. 여학생이 성격도 좋고 늘씬하고 이쁘게 생겨서 남자친구는 누구일지 궁금하였는데, 순간 내 눈을 의심하였다. 한눈에 보자마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문구는 ‘미녀와 야수’였다. 남자친구는 여학생보다 키가 작았고, 머리도 크고 몸도 매우 비대하였다.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했지만, 남자친구에게 실례가 될까 봐 일단은 점심을 먹고 그다음 날 여학생에게 물어보았다.

“어떤 점이 좋아서 만나는 거야?”

“처음에는 생긴 것이 별로라서 마음에 안 들었어요. 그런데 자습시간에 다른 친구들은 시끄럽게 떠들고 그러는데 제 남자친구는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자기 공부만 계속하는 거예요. 그런데 계속 자기 할 일만 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멋있어서 제가 먼저 사귀자고 했어요. 잘생긴 남자들은 세상에 많아요. 하지만 저는 노력하는 남자들이 더 멋있어 보여요.”

고2 때부터 사귄 이 커플은 남자친구가 곧 제대하기만을 기다린다. 이 학생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예전에 TV에서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활약 중인 강수진의 발을 본 적이 있었다. 관절은 튀어나오고 발은 굳은살로 떡칠이 되어 매우 보기 싫은 발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발은 연습하는 노력으로 인해 생긴 발이다. 강수진은 발의 모양이 바뀔 정도로 2시간만 자고 19시간 연습을 하면서 자신을 벼랑 끝으로 압박을 가할 정도다. 강수진은 “그 사진은 내가 늘 발이 아팠는데, 그날 특히 아플 때 남편이 찍어준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과연 이 발은 보기 싫은 발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다. 강수진 발 사진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용될 정도로 ‘노력으로 인한 아름다운 발’이다.

과연 학생들은 노력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아는지 궁금하다. 노력이란 한자로 ‘힘쓸 노(努)와 힘 력(力)’자다. 그런데 노력에 ‘노’라는 ‘努’ 한문에 유의해야 한다. 힘쓸 노 한자인 ‘奴 노예 노’와 ‘力 힘력 자’가 합쳐진 글이다. 그래서 노력이란 뜻을 풀이하면 노예가 힘쓰고 또 힘쓰고 체력이 힘들어도 끝까지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끌려온 노예들이 얼마나 혹사를 당했는지 19세기 중반이 1850년대까지 브라질 흑인 노예의 평균 수명은 겨우 23세였다. 수명을 단축할 정도로 일하는 노예에 사용되는 단어가 바로 ‘노력’이란 단어다.

시험 철만 되면 학생들은 친구들과 도서관 가서 온종일 10시간 가까이 공부한다. 그런데 시험결과는 10시간도 아닌 1시간 공부량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온다. 도서관에 친구들과 가서 과연 공부에 노력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대부분 친구와 도서관에 가면 볼펜을 늘어놓고 무엇을 고를지 생각한다. 많이 풀면 2문제 시간으로는 10분 정도 공부하고 스마트폰은 20분 정도 만지작거린다. 다시 공부하려고 하면 처음에 도서관에 공부하러 온 열정이 사라지고 없다. 그 이유는 스마트폰에서 보았던 재미있는 장면들이 아직도 눈앞에서 어른거리기 때문에 다시 마음잡고 공부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상태에서 공부했다고 스스로 노력이라고 칭한다. 머리는 스마트폰에 있고 눈은 멍하니 책만 본다고 노력이라고 할까? 친구들이 기재개 피면서 자판기 커피 한잔 마시자고 하면 자신의 거짓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힘든 척하면서 커피를 마신다. 그러다 배고프면 나가서 점심 먹고 나서 다시 수다 떨다가 10시간을 채우고 집에 온다. 정작 공부에 노력한 시간은 많아야 1시간이다.

이런 학생이 와서 고민거리 1순위가 ‘노력한 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아요!’이다.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학교에서 주는 숙제와 나름 다니는 학원에서도 주는 숙제만 충분히 소화해도 어렵지가 않다. 공부하는 방법을 모른다면 방법에 신경을 써야겠지만 방법을 아는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으로 자극을 준다.

“공부하는 도중 화장실 가고 점심 먹는 것 빼고, 순전히 공부에 집중한 시간이 얼마나 되니?”라고 물어보면 대답하지 못한다. 테스트하기 위해서 10문제를 주면 집중하지 못한다. 혼자 있으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니까 예상했던 대로 1문제 풀고 스마트폰 보고 또 문제 풀고 스마트폰 보고를 반복적으로 하였다. 이런 학생들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단 한마디다. “부모님 지금도 충분히 힘드시니까, 시간 낭비. 돈 낭비하지 말고 대학교 가지 마!”

노예들이 수명을 단축할 정도로 일을 했던 것처럼 노력이란 개념은 최선이 아닌 최대를 다해 전념해야 한다. 공주가 우아하게 내려오는 방법은 단지 하녀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의 연습이 필요하다. 공주가 더 진취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이는 방법은 올라가는 방법을 연습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올라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미국의 발명가인 토머스 에디슨을 잘 알고 있다. 아마 어린 시절 에디슨에 대한 위인전을 읽어보지 않은 학생은 없을 것이다. 특허 수가 무려 1,000종을 넘을 정도로 많은 발명을 하였고, 특히 중요한 백열전구를 발전시키고 대량 생산화했다. 에디슨에 관한 한 가지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뉴욕 주립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기로 되어있었는데 에디슨이 나타나지 않았다. 박사 학위 수여를 한다는 것은 큰 행사인데 대학교 측에서는 당황해서 에디슨에게 전화해 박사 학위를 수여해달라고 간청하였다. 그런데 에디슨은 연구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전화로 학위를 받으면 안 되냐고 말하였다. 옆에서 의아하게 생각하는 조수에게 에디슨은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발명을 위해서는 쉬지 않고 연구를 해도 시간이 부족한데, 그 아까운 시간을 박사 학위 때문에 허비해서야 되겠는가!”

무엇인가 몰입하여 노력한다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다.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그리고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으므로 노력을 기울인다. 더구나 우리가 진정으로 노력을 기울일 때 우리는 실패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노력을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 나아간다면 우리의 모습을 목격한 주변 사람들은 매력에 빠지게 된다. 우아하게 올라가는 공주 모습 자체에 빠진 기사들처럼 우리도 내려오는 모습보다는 올라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더 우아하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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