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여행

2차 임용고시까지 끝나고 편히 쉴 것 같았지만 아니었다. 나는 편히 쉬고 싶었지만 주변에서 날 가만히 두질 않았다. 그동안 나와 놀기를 미뤄놓았던 가족과 친구들에게 모두 연락이 왔다. 그리고 여행 약속을 잡기 시작했다. 침대에 누워 쉬고 싶었지만 그동안 날 위해 배려해 준 친구들과 가족들이 고마워서 모두 빼지 않고 약속을 잡았다. 그중 고등학생 때 친구들! 내가 제일 애정하는 친구들과 부산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부산여행 마지막 날이 임용고시 최종 합격 발표 날짜였다.


아주 지쳐버린 나를 대신하여 친구들이 모든 여행 계획을 세워주었다. 또 친구 중 한 명이 거의 준미식가이기 때문에 맛집도 걱정이 없었다. 그렇게 첫날은 해운대 배경으로 맥주도 마시며 여유를 가지고 다음날은 요트투어도 했다. 정말 오랜만에 가져보는 여유로움이었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다음 날 아침 계획대로 움직이려고 했는데, 친구 둘이 먼저 갈 곳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어딜 가냐고 물었는데 자기 언니가 심부름을 시킨 것이 있다고 먼저 가겠다고 하는 것이다. 알겠다고 하고 늦잠을 잔 다른 친구와 나갈 채비를 했다. 그날도 신나게 놀고 숙소로 들어왔다. 가위 바위 보로 씻는 순서를 정했고 내가 씻을 차례였다. 머리를 묶고 얼굴에 폼클렌징을 묻혀 벅벅벅 닦고 있는데, 친구들이 서프라이즈를 해줬다. (xㅇx???) 눈도 제대로 뜨지도 못한 채 뭐뭐? 뭔데? 뭐가?라는 말만 연발했다. 얼굴에 있는 폼클렌징을 걷어내고 상황파악을 하니 그동안 임용고시 준비하느라고 고생했다며 준비한 서프라이즈였던 것이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고 말도 못 하게 고마웠다. 그런데, 이 날은 임용발표 전날 밤이었다. 그래서 내가 "이거 합격하고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말했었다. 그 말에 친구들은 "당연히 합격이잖아! 그냥 조금 일찍 받은 거라 생각해~"라고 말했다.


그렇다 그 누구도 내가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공부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라면 그 누구도 이번에 만큼은 합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가족, 내 친구들, 나조차도. 그런데 다음날 아침, 행운은 나에게 오지 않았다. 친구들은 자고 있었고 나만 일어나서 화면을 봤다. 그런데 또 최종 불합격이었다. 내가 나지막이 "야,, 나 불합격이야."라고 말했다. 자고 있던 친구가 뭐? 하며 일어났다. 아무도 이 전개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제 먹다 남은 서프라이즈 케이크가 머쓱, 민망해지는 순간이다.


이 날은 부산여행 마지막 날이어서 아껴둔 유명한 부산 국밥집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냥 너무 피곤했다. 숙소도 체크 아웃을 해야 하니 그냥 누워서 쉴 수도 없고, 친구들이 "먹어야 기운을 차리지" 하는 말에 못 이겨 나가게 되었다. 나 혼자 무슨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눈물을 또르륵 흘리며 국밥을 먹었다. (마음속으로는 욕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짜증 나게 국밥은 너무 맛있더라. 맛있기는 한데, 정신은 충격을 먹고. 그래서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식사를 마쳤다. 그렇게 내가 마지막 부산 여행의 분위기를 초상집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로 모든 열정이 식었고, 나는 여전히 2023년 2월에 살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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