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처음에는 '쉬고 싶다'였다. 임용 고시 재수를 하고 있을 때였다. 시험 날이 다가 올 수록 몸과 마음이 안 좋아진다. 아마 9월쯤이었던 것 같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6시 30분까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저녁을 먹기 위해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홍시가 먹고 싶어서 과일 가게를 들러 제일 예쁜 홍시를 골랐다. 그러고 다시 집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그날따라 몸이 너무 피곤했었다. 내 자취방이 있는 아파트 11층을 바라보면서 '다 내려놓고 싶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려놓고 싶다는 마음은 죽고 싶다로 바뀌었었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공부해 놓고, 시험을 2달 앞두고 내려놓는 바보가 어디 있는가? 또 이러한 마음은 임고에 붙으면 사라질 마음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그냥 마음을 붙잡고 계속 공부했었다.
그런데 이러한 마음이 쉬질 못해 잘 못 생겨난 마음이라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있었다. 그 계기가 된 사건은 다음과 같다. 코로나 백신 예방 접종을 맞게 되었다. 1차 백신을 맞았는데, 나에게 경미한 쇼크반응이 왔다. 백신을 맞은 후 15분 대기시간을 갖고 귀가할 수 있는데, 그 사이에 몸에 이상 반응이 온 것이다. 어지럽고 토할 것 같고 식은땀이 흘러 온몸의 모공이 열린 느낌이었다. 내 얼굴이 너무 창백했는지 간호사님은 나를 보자마자 의사 선생님을 불렀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는데, 내가 숨을 쉬고 있지 않았는지 간호사님이 "숨 쉬세요! 크게 쉬세요!"라고 외치셨다. 그러고 40분 정도 누워 있었더니 상태가 빠르게 호전되었다. 다행히 집에는 멀쩡히 걸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집에 들어와서 자려고 하는데 문득 내일 아침에 눈을 뜰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곤 나도 모르게 '내일도 하루를 선물로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기도했다. 그 순간 너무 모순이었다. 분명 그만 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근데 왜 이런 기도를 하게 되었지? 살고 싶다는 기도는 나의 진심이었다. 그래서 더욱 잘 알게 되었다.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쉬고 싶은 거구나.
그런데 안타깝게도 재수의 결과는 불합격.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 전 조금의 쉼을 가졌더라면 나의 마음 상태가 지금보다는 나았을까? 그 당시 나는 또 마음의 경고를 무시한 채 3수의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마음의 상처는 육체를 움직이게 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남은 힘과 정신마저 쏟아붓고 있었다. 그랬더니 어느새 약해진 나의 멘탈은 기분이 태도가 되게 만들었다. 쉽게 좌절하고 쉽게 화를 내고 쉽게 더 우울해졌다. 하지만 공부를 멈출 수는 없었다. 임고만 통과하면 다 나을 것이라고, 이전의 내가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