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동기들과 함께 졸업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 졸업까지는 1년이 더 남았지만 4학년은 취업을 해야 하는 시기로 서로 바쁘기 때문에 조금 일찍 축하하기로 한다. 대만에 가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대만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지인이 있어서 그 친구에게 물어봤다. 물어보길 잘했다. 친구는 대만의 온천과 서핑을 추천해 주었다. 서핑을 한 번쯤 꼭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서핑도 해보고 남들과는 조금 다른 여행이 되는 것 같아서 더 들떴다.
대만 여행 DAY1
대만은 버블티로 유명한 나라이다. 그래서 공항에 내려 숙소에 들어가는 길에 밀크티 집이 보이길래 바로 한 잔 사 먹었다. 아는 맛이라 더 맛있다. 숙소에서 잠깐 짐을 풀고 저녁으로 훠궈를 먹으러 갔다. 이 시기는 아직 마라탕이 유행하기 조금 전이라 한국에서 마라탕이나 훠궈집이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훠궈를 좋아했는데 이때 넣고 싶은 재료 다 넣어 먹었던 거 같다. 이후 소화시킬 겸 타이베이 시티 센터를 구경하고 유명한 지파이(닭고기 튀김)를 사 먹으니 하루가 끝났다.
훠궈와 버블티
대만 여행 DAY2
이틀째 아침, 대만 사범대학을 잠깐 견학했다. 이곳의 대학생 라이프를 살짝 봤다. 학교 안에 학생들보다 자전거가 더 많은 것 같다. 학교 안에 아주 작은 박물관처럼 실험 기구들과 설명문을 적어 놓은 곳이 있었다. 나름 진지하게 보고 나왔다. 이후 타이베이 101에 있는 딘타이펑 가게에 갔다. 즉, 점심은 딤섬이다. 친구들끼리 서로 먹고 싶은 딤섬을 고르고 함께 나눠 먹을 딤섬도 고르며 넉넉히 주문했다. 하지만 전혀 넉넉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딤섬을 매우 작았다. 매우 작았으나 혀는 모두 데었다. 육즙이 그렇게 많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하고 맛있게 먹으려다가 도로 뱉을 뻔했다. 거의 용암같이 뜨겁다. 다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입 안에서 바람을 호호 불어가며 먹었다. 아쉬울 정도로 맛있었다. (사람도 많고 배도 고파서 사진을 안 찍고 먹었다.) 점심을 먹었으니 디저트! 디저트는 타이베이 101 지하에 있는 망고 빙수로 정했다. 유명한 건 다 먹어 봐야 직성에 풀리는 우리들이다. 사람이 4명이니 빙수는 2개를 먹기로 한다. 그래서 망고빙수와 딸기빙수를 주문했다. 역시 맛있어서 망고 빙수 하나 더 먹을까 고민했지만 2개로 만족하기로 했다.
망고 빙수, 딸기 빙수
이후 타이베이 101 타워를 올라가려 했었다. 타이베이 101 타워 90층쯤에 커다란 철구가 있다. 이 철구는 높은 타워가 강풍과 지진이 있을 때 무게중심을 맞춰 주어 건물이 무너지지 않게 한다고 한다. 나름 과학을 전공하고 있던 우리였기에 아침에 대만 사범대학까지 견학했는데 이 철구 보는 건 건너뛰기로 했다. 왜냐하면 예약한 온천에 가기 위해서이다. (철이 없다.) 온천에 가기 전에 온천 후 먹을 푸딩을 샀다. 대만이 디저트로 유명한 나라라고 한다. 빵순이인 친구가 대만 디저트를 쭉 리스트 업했었는데, 온천 가는 길에 맛있는 베이커리가 있다고 했다. 그곳에서 푸딩을 샀다. 온천은 여행을 오기 전까지 과제와 시험에 지쳐있는 정신과 신체를 풀기에 매우 적합했다. 또 여자들끼리 작은 탕에 모여서 몸만 녹이는 게 아니라 수다도 떠니까 더 재미있었다. 두 시간 정도가 이용시간이었는데 시간이 그렇게 빨리 지나가는 줄도 몰랐다. 또, 온천 후 먹은 그 푸딩은 바나나맛 항아리 우유만큼 맛있었다. 최고. 저녁은 우육면을 먹었다. 고기로 낸 육수가 이렇게 시원할 수 있을까... 숙소에 돌아와서는 온천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계속했다.
대만 여행 DAY3
셋째 날, 기다리던 서핑을 하는 날이다. 서핑은 타이베이에서 한 시간 정도 기차를 타서 와이아오 지역으로 가야 한다. 먼저 일어난 친구가 기차표를 예매해 줬다. 처음 해보는 서핑이 대만의 해변일 줄을 몰랐다. 안타깝게도 우리 모두 중국말을 할 줄 모른다. 그래서 선생님이 영어로 알려 주셨지만 서로 영어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거의 동작만 보고 눈치로 알아들었다. 기초 강습이 끝나고 바다로 갔다. 역시 이론과 실제는 정말 달랐다. 그렇지만 너무 재미있었다. 너무 못 타는데, 파도를 제대로 타지도 못하고 탔다 하더라도 균형을 금세 잃어 바다에 빠지는데 그게 재밌었다. 서로 각자 서핑을 즐긴 후 바닷물과 싸운 무용담을 나누는데 모두 공감이 되는 것들이라 웃겼다.
몇 개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먼저 서핑 강습 내용을 조금 알아야 한다. 우선 적당히 깊은 바다로 나간 후 서핑 보드를 해변가를 향하도록 놓는다. 뒤에서 파도가 오는지 살피고 파도가 오면 서핑 보드에 엎드려 올라간 후 팔로 노를 젓는다. 파도가 서핑 보드를 들어 올리는 느낌이 들면 서핑 보드에서 쪼그려 앉는 자세로 바꾼 후 균형을 잡으며 일어나 파도를 타면 된다. 이때 파도가 오는 것 같아 서핑보드에 엎드려 올라간 후 팔로 노를 젓기 시작했다. 그런데 파도가 없었던 걸까 계속 팔로 노를 저었고 바닥을 긁고 있었다.... 약간 머쓱하게 웃겼다. 또 와이아오 해변은 모래가 검은색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파도를 잘 타고 서핑보드에서 점프해서 내려오려고 해도 수심을 가늠할 수가 없다. 이 정도이겠거니 하며 뛰어내리면 생각보다 수심이 낮은 탓에 무릎이 나갈 것 같았다. 우리만 공감하는 이야기에 우리만 웃고 떠들었다. (이렇게 글로 적으니 재미없게 느껴진다... 시무룩) 사실 대만에 오기 전 친구들에게 서핑하자고 제안했을 때 반응이 썩 좋진 않았다.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그런데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서핑이 제일 재밌었다고 했다.
와이아오 역과 해변
물놀이는 한 시간만 해도 금세 배가 고파진다. 다시 타이베이 시내로 돌아와서 신린 야시장에서 길거리 음식을 먹기로 했다. 사실 나는 길거리 음식을 먹는 걸 즐기지 않는다. 깨끗하게 먹을 자신이 없어서 차분히 앉아서 먹는 걸 선호하는 편인데 배고픔에 장사 없다. 한 손엔 닭꼬치를, 한 손엔 오징어 구이 꼬치를 들고 먹었다. 야시장에서 웃긴 초월번역도 봤다. 흔히 큐브 스테이크라고 부르는데 고기를 사각형으로 잘라서 주는 길거리 음식이다. 그런데 사장님이 아마도 구글 번역기를 사용하신 것 같다. 한글로 "소고기 입방체"라고 적혀 있었다. 이것도 웃겨서 하나 사서 나눠 먹었다. 그리고 친구가 사전조사한 밀크티 가게에 가서 밀크티가 아닌 상큼한 음료수를 마셨다. 이렇게 저녁을 마무리할 것 같았지만 마지막 날 밤을 불태우기 위해 숙소에서 야식을 먹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연어초밥을 포장했다. 이 가게 연어초밥은 한 입에 넣을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다. 입에 한가득 배어 먹었는데 그래서 그럴까 더 맛있는 것 같다.
(좌)음료 (우)연어초밥
대만 여행 마지막 날
넷째 날, 사실 오전 비행기라 관광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친구 한 명과 나는 마지막으로 모닝 밀크티 하나를 더 마시기로 했다. 그래서 아침 조깅하 듯이 빠른 걸음으로 밀크티 가게에 갔다. 이곳은 현지인들도 자주 이용하는 가게인 것일까 지하철 역 앞에 가게가 있었다. 역시나 지금까지 대만에서 먹은 밀크티 중에 가장 맛있었다. 티 향이 강하면서 밀키 한 게 정직한 밀크티 맛이었다. 다리는 아주 빠르게 미각은 밀크티를 즐기며 다시 숙소로 돌아 다른 친구들과 함께 공항으로 갔다.
밀크티
여행을 오기 전 날까지도 공부하고 시험 보고 비행기를 탔는데, 다시 대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시험공부를 이어갔다. 모두 한 목소리로 마치 꿈꾼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짧지만 알차게 잠시 일. 탈. 했다.